-
- ▲ 전남 여수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송대수·국민의당 이용주·무소속 김영규 후보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구민들의 인물 고르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세 분이 비등비등하다. 박빙이다."
1일 여서로터리에서 여천역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택시기사 김모 씨가 진단한 전남 여수갑의 판세다.
여론조사도 다르지 않다. 여수MBC와 순천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대수 후보(29.9%)와 국민의당 이용주 후보(28.0%)는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영규 후보는 15.7%였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초경합의 양상이 이어지는 것은 여수갑 지역구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인물 고르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속아왔기 때문이다.
여수갑은 13~16대 총선까지 김충조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뒤, 17~19대 총선에서는 김성곤 의원이 연속으로 당선됐다. 참을성 있게 한 번 밀어주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세네 번까지는 밀어준 여수갑 지역구민들이지만 기대는 배반으로 돌아왔다는 게 지역 정서다.
여수의 인구 감소는 원도심 공동화로 신음하고 있는 여수갑 지역에 특히 직격탄이 돼서 날아오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수갑은 인구 부족으로 여수을에서 동(洞)을 떼어와 지역구를 유지했다.
지금은 '전남 제1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이런 식으로 지역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인접한 순천이나 무안반도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목포·무안·신안이 여수를 넘어서게 되면 선거구가 하나로 통폐합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지역 정가를 엄습하고 있다.
교회의 장로를 맡고 있는 지역 유지는 "더 이상은 낭비할 4년이 없다는 게 지역 정서"라며 "중앙(정치권)에서 통하지도 않을 사람을 하나 뽑았다가 4년이 어영부영 지나가고 다음 총선에서 또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는 참화를 맞이하기보다는, 현역 (김성곤) 의원이 불출마한 것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인재를 차분히 크게 길러내야 한다는 말을 우리끼리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일까.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여수갑 지역 정가의 관계자들을 접촉한 결과, 연령과 직업·중앙정치 적합도에 있어서는 국민의당 이용주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인사들이 많았다. 반면 의정활동 경험은 더민주 송대수·무소속 김영규 후보가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평이었다.
-
- ▲ 전남도의회 부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전남 여수갑의 송대수 후보. ⓒ뉴시스 사진DB
큰 인물을 키워내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3선 의원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8년이 걸린다.
여수을의 주승용 의원은 이 3선 때의 임기를 요긴하게 보내면서 오랫동안 키워준 지역주민의 기대에 보답했다. 호남 지역구 의원으로서는 32년 만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으며 순천~여수 자동차전용도로(엑스포대로)와 전라선KTX 여수 연장 등 굵직한 성과를 도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4선 의원을 만들려면 지역주민들은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오랜 기다림의 결과물이 지금 거대 양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평택의 원유철, 안양의 이종걸 의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초선에 도전할 때 적절한 연령이어야 한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나이가 너무 많으면 막상 힘을 쓸 수 있는 선수(選數)가 되기도 전에 낙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읍·고창의 유성엽 의원이 전북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56세의 나이에 벌써 3선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보니 정치적인 파워가 부쩍 붙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성엽 의원이 선수(選數)를 더해가는 동안 2009년 1844억 원이었던 정읍시의 국비 예산은 올해 4360억 원까지 증액됐다. 지금 여수갑에 필요한 인물은 바로 이런 인물이며, 그 인물이 이러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나이만 젊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정읍역전의 유성엽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유성엽 의원은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며 "대학 동문이나 행시 동기 등 중앙 정치권과 정부 각 부처에 인맥이 넓어 예산도 힘있게 가져올 수 있고 정치도 힘있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힘을 발휘하려면 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과 실·국장을 접촉하고 이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당을 넘나드는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
- ▲ 여수시의회 의장을 지낸 무소속 전남 여수갑의 김영규 후보. ⓒ뉴시스 사진DB
특히 야당 의원으로서는 더욱 그러한 능력을 겸비해야 하는데, 과연 누가 중앙정치권과 법조계, 행정부처 등에 그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지역구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직업 또한 '인물 고르기'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른바 정당인이라고 불리는 전업정치인은 공천을 못 받으면 그 순간 실업자가 된다. 공천에 연연하느라 지역을 위해 소신 있는 정치 활동을 하기가 힘들다.
연말연초를 뒤흔들었던 '호남 정치인들이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논란은 그래서 발생했다. 야당의 친노 지도부가 호남 민심에 역주행하고 있는데도 용감하게 떨쳐일어난 호남 정치인들은 많지 않았다.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다보니 공천에서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공천권을 손아귀에 쥔 친노 당권파의 눈치를 보기에만 혈안이 됐다.
이 때문에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을 갖추고 있는 정치인은 보다 소신 있게 지역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의정활동의 경험과 경륜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전남도의원이나 여수시의원을 오래 경험해본 인물들이 우위에 있다. 다만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도의원·시의원은 다르다"며 "국회의원을 뽑을 때에는 여의도에서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지역 인재를 올려보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지난달 31일 쌍봉사거리에서 여서로터리까지 가는 과정에서 만난 또다른 택시기사 김모 씨는 "(여수) 갑구에서는 송대수 씨가 조금 유리한데, 김영규 씨도 시의장까지 해서 옛날 지역구였던 중앙동 남면 이런 곳에서 그런대로 표를 얻을 것"이라며 "인물감은 이용주 씨로 사법고시 합격해서 검찰까지 했으니 제일 낫다"고 평했다.
한편 국민의당 이용주 후보는 31일 여수MBC가 주관한 후보자 초청 방송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시의원이나 도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며 "국가적인 문제에 있어서 계획을 수립하고, 때로는 정부부처나 심지어 타당의 의원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지 잘 살펴봐달라"며 "여수의 아들, 여수의 뉴DJ인 내가 해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