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야당이 다른 야당을 상대로 단일화한다는 것은 국민 배제된 '검은 단일화'"
  •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단일화'만 부르짖고 있어 총선 때 논의돼야 할 국가적 과제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선거공학적 연대 논의는 추잡한 잡음만 불러일으키고 있어 국민의 환멸을 자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호남에서는 승기를 잡은 '제2야당' 국민의당 후보가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식의 '제1야당' 더민주 중심 단일화 제안이 마구 던져지고 있어, 애초부터 이 '단일화' 놀음에 최소한의 정치 명분은 존재했던 것인지 의구심마저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 ▲ 여론조사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는 등 주민의 압도적 성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일화의 상대 목표로 상정된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전남 여수을).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는 등 주민의 압도적 성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일화의 상대 목표로 상정된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전남 여수을).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남 여수을… 44.6 주승용 상대로 더민주 "단일화 제안"

    전남 여수을에 출마한 더민주 백무현 후보는 지난 29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황필환·민중연합당 김상일 후보를 상대로 반(反)국민의당 연대를 위한 후보단일화를 제안했다.

    여수MBC와 순천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8일 보도한 전남 여수을 총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는 44.6%로 압도적 선두를 기록했다. 더민주 백무현(23.2%), 정의당 황필환(2.3%), 민중연합당 김상일 후보(4.6%) 3자의 지지도를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

    후보단일화 제안은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 던져졌는데, 제1야당 후보가 제2야당 후보에 맞서 다함께 연대하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남 타 지역에 출마한 같은 당 후보 관계자들로부터도 비웃음을 사고 있을 정도다.

    전북 전주에 출마한 한 더민주 소속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야 '새누리당의 독주를 저지하고 박근혜정권을 심판한다'는 명분이 있으니 야권끼리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호남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솔직히 그냥 선거에서 '내가 당선되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이고, 그런다고 해서 지지층이 하나로 결집될지도 의문"이라고 조소했다.

    ◆광주 동남갑… 승세 굳힌 장병완 상대로 '정책연대' 뜬금포

    이외에도 광주 동남갑, 전북 정읍·고창과 군산, 전남 목포 등 국민의당 후보들이 월등히 앞서가고 있는 지역에서 더민주 후보들을 중심으로 단일화 제안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31일 CMB광주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광주 동남갑 후보자 초청 합동토론회에서 더민주 최진 후보는 민중연합당 신나리 후보와 무소속 강도석 후보에게 연대 제안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신나리 후보도 최진 후보와 "정책적으로 유사점이 있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반면 강도석 후보는 "연대는 정체성을 해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광주 동남갑은 국민의당 장병완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열세를 의식한 최진 후보가 '반 국민의당' 선거연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 전북 정읍·고창의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 역시 지역구민의 지지를 받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의 타겟이 된 상황이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 정읍·고창의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 역시 지역구민의 지지를 받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의 타겟이 된 상황이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북 정읍·고창… 38.9 유성엽 상대로 '단일화 카드' 솔솔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가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 정읍·고창에서도 '단일화' 관련 언급이 나왔다.

    지난 25일 전북CBS와 전라일보 등이 공동주최한 정읍·고창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무소속 김만균 후보는 무소속 이강수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단일화는 없다"며 "가치관이 전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더민주 하정열 후보와 무소속 이강수 후보 간의 단일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38.9%)가 무소속 이강수 후보(19.7%)와 더민주 하정열 후보(16.0%)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보도를 한 전북도민일보도 "정읍·고창에서 하정열 후보와 이강수 후보가 유성엽 후보와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후보 단일화가 제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북 군산… 39.5 김관영 맞서 선거공학적 단일화 합의?

    전북 군산에서는 국민의당 김관영 후보에 맞서기에 힘겨운 더민주 김윤태 후보와 무소속 함운경 후보가 선거공학적 단일화 논의에 돌입했다.

    무소속 함운경 후보가 29일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이전인 4월 4일까지 이전에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제안하자 더민주 김윤태 후보는 이튿날 기다렸다는 듯이 "함운경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29일 전주MBC와 전북도민일보 등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당 김관영 후보(39.5%)는 더민주 김윤태 후보(24.9%)와 무소속 함운경 후보(9.6%)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분없는 단일화 제안은 그날 당일 이뤄져 이튿날 성사됐다.

  • ▲ 전남 목포에서도 국민의당 박지원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선두를 유지하자, 여타 후보들이 가칭 목포시민후보를 세우겠다며 심야 회동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목포(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목포에서도 국민의당 박지원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선두를 유지하자, 여타 후보들이 가칭 목포시민후보를 세우겠다며 심야 회동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목포(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남 목포… 42.7 박지원 잡겠다고 심야 회동까지

    국민의당 박지원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 전남 목포에서도 제1야당과 자칭 '진보정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까지 다른 야당 후보를 상대로 단일화를 한다는 듣도보도 못한 전대미문의 정치 논의가 일고 있다.

    더민주 조상기 후보는 지난 29일 심야에 무소속 유선호 후보와 전격 회동하는 등 단일화 논의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는 가칭 '목포시민후보' 추대를 위한 논의라는 거창한 명칭까지 붙은 가운데 정의당 문보현 후보도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 또한 이날 광주타임즈에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박지원 후보의 지지율이 42.7%로 더민주 조상기(12.6%)·무소속 유선호(6.7%)·정의당 문보현(4.3%) 후보를 다 합쳐도 오차범위 안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그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친노·친문 세력, 호남 기득권·패권 유지에 광분"

    이처럼 호남 곳곳에서 제1야당 더민주 후보가 제2야당 국민의당 후보를 상대로 '추한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역 정가의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본래는 한 뿌리에서 나온 같은 야권 출신인 제2야당 후보에 맞서 제1야당 후보가 다른 자칭 '진보정당'이나 무소속 군소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는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라며 "이들 제1야당 친노·친문 세력이 호남 기득권·호남 패권 유지에 얼마나 열을 올리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 혼자서는 선거를 치를 수도 없고, 무조건 수틀리면 어떻게 '단일화나 해볼까' 궁리부터 하는 당이 수권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러한 행태를 보면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서 패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단일화 압박 속에 숨은 흑심도 짐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호남에서 한 야당이 다른 야당을 상대로 단일화를 꾀한다는 것은 오로지 자기자신의 배지 욕심에 눈이 멀어있는 '검은 단일화'이자 국민은 배제된 단일화"라며 "선거공학적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과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