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권은희 제외 전원 당선권… 성난 시민들 親文 세력 응징하기도
  •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2일 광주 지원유세 도중 손가락을 OK 모양으로 만들어보이며 기호 3번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2일 광주 지원유세 도중 손가락을 OK 모양으로 만들어보이며 기호 3번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같은 신대륙 탐험가도 아닌데,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나는 봤다"라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해 외친 이유는 뭘까.

    2일 전남 목포 평화광장에서 열린 유세는 박지원 의원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장이었다. 마치 90년대 유세 현장을 보듯 광장에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들어찼고 '안철수' '박지원' 등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목포에서는 이미 박지원 의원이 절대우세를 확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록 유세 자체는 목포에서 열렸으되 박지원 의원이 무슨 득을 보자고 열린 장이 아니라, 인근 지역구의 박준영(전남 무안·영암·신안), 윤영일(전남 해남·완도·진도), 강형욱(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정인화(전남 광양·구례·곡성) 후보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의원은 연설 도중 "나는 봤다" "나는 봤다"며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해 강조했다. 대체 뭘 봤을까.

    이날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 못지 않은 강행군을 펼쳤다. 새벽에 유달경기장에서 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을 배웅한 뒤 청호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곧바로 영광~익산~목포~광주를 돌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평소 "나는 내 일보다 '지원'을 잘해서 이름이 (박)지원"이라 본인이 호언하는대로의 행보였다. 그런데 전남북을 다 돌면서 지원을 하다보니 민심의 풍향이 바뀌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지난해 4·29 보궐선거 이후 한 차례, 연말연초에 한 차례 불었던 거센 신당 바람이 다시금 호남을 휘감고 있다. '신당 바람'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재돼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날 안철수 대표의 호남 지원유세 현장에 동행하다보니 거세진 '신당 바람'은 취재진도 쉽사리 체감할 수 있었다. 일부 광주시민은 취재진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다가와 "이번에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몇 석이나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며 언론의 보수적(?)인 의석 예상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만난 한 광주시민은 "호남에서만 25석 이상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러면 수도권 등 비호남과 비례대표를 합하면 40석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호남의 심장부 광주광역시에서는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당 후보 전원이 당선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남·북 또한 국민의당 색깔인 '녹색 우세'로 바뀌는 지역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의 탈당이 적었기 때문에 광주·전남에 비해 '신당 바람'이 저조한 것으로 여겨졌던 전북 지역에서의 최근 국민의당 당세 약진은 말그대로 "하루하루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역 민심이 국민의당에 급격히 우호적으로 바뀌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안철수 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 임내현 의원, 김성환 광주동구청장 후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충장로 지원유세 직후 친노·친문패권세력으로 추정되는 일단의 무리들은 노란 리본을 패용한 채 플래카드를 펼치며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야권연대 거부하는 세력은 정계를 은퇴하라"고 부르짖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 의해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광주가 다 썩었다"고 되레 적반하장의 언동을 보이자, 성난 시민들은 이들에게 달려들어 플래카드를 철거해버리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이 "나는 봤다, 나는 봤다"라고 외친 것은 이러한 민심의 풍향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목포에서 광주에서 불고 있는 국민의당 바람이 전라북도를 뺑뺑 돌고 있다"며 "이제 전북도 완전히 바뀌어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고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