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도 지고 정계도 은퇴당할 것이냐, 먼저 은퇴해서 총선을 살릴 것이냐
  • ▲ 광주 북갑의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후보.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광주 북갑의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후보.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광주 북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후보가 4일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며 삼보일배에 돌입했다.

    이는 호남 민심을 충실히 받든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 같은 당의 김종인 대표도 이날 "(취재진이) 광주에 가서 분위기를 봤으면 (반(反)문재인 정서에 대해서는) 안 물어봐도 알 것이 아니냐"며 "과연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원유세를) 요청할 사람이 있겠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앞서 2일에도 "(문재인 전 대표가) 그러고 다니니까 호남은 더 나빠진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일침을 가했었다. 당대표조차 호남 민심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차 있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 직후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청년 DJ"라고까지 극찬했던 정준호 후보가 당의 대주주이자 흑막 속에 숨은 주인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대선 불출마하라"라고 직격탄을 쏘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35세의 젊은 후보라는 점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패기 있게 민심을 대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이다. 광주에 더민주 후보자가 7명이나 더 있고 이들 모두 광주, 그리고 호남 민심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입을 다물고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과연 "청년 DJ"라는 찬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구나 싶다.

    실제로 광주·호남 지역의 반(反)문재인 정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택시를 탔을 때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아따, 그 XX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소"라고 잘라버릴 정도다.

    광주 서을에서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를 상대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더민주 양향자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지만, 그 역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이미 바닥인 줄 알았는데,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더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나날이 정서가 악화되고 있고, '청년 DJ'가 "대선 불출마"를 명령하며 삼보일배까지 나선 마당에 이제 공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 더 이상 "본인의 선거용 발언일 것"이라고 대충 넘어가려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의 대선 후보는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더라도 승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문재인 전 대표에게 빗대자면 호남의 거부를 100번 넘게 당했고, 축구 경기로 비유하면 레드카드를 100장 넘게 받았는데도 억지로 경기장에서 계속 뛰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 문재인 전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기득권'이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말로만 100번 넘게 떠들었던 "나 자신부터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말을 실천에 옮길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즉각 결단해 위기에 빠진 야권 전체를 살려야 한다. 살신성인을 거부할 경우, 총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문재인 전 대표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