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권노갑 고문 전화도 못 받아… 박지원 대표만 이해"
  • 지난달 24일 갑자기 '이윤석 의원'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올랐다. 수석대변인·원내수석부대표·조직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섭렵한 재선의 국회의원이 제1야당을 탈당해 아직까지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던 당으로 옮겨갔다. 68년 헌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야단법석이 났고, 조금이라도 정치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무안반도의 중심지인 목포에서 목격한 기독자유당 이윤석 의원의 삶은 이러한 속세의 야단법석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평온했다.

    인터뷰 장소인 목포 폰타나비치호텔 커피숍으로 들어선 이윤석 의원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지역 정가의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한지를 묻는 사람들의 대화 사이에서 평소와 다른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헤어질 때 "정당은 5번(기독자유당)을 찍겠다"고 인사말을 나눈 것이 특이했을까.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기독자유당 입당으로 정계에 광풍을 몰고 온 것 같지 않은 평온함이었다.

    마주 앉은 이윤석 의원의 표정도 편안했다. 지난해부터 주요 당직을 맡으며 분당과 탈당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와는 달리 표정과 분위기에서 평온함이 느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윤석 의원은 더민주 탈당과 기독자유당 입당 이후 본지 〈뉴데일리〉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갖고 소회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국회 보좌관들도 입이 이만큼 나와서 되돌리자는데…"

    여기에서는 아무도 별스런 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운을 뗐더니 이윤석 의원은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웃었다.

    기독자유당 입당 소식이 연합뉴스에 뜨고 방송에 나오자,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 다 있다"는 반응은 그나마 점잖았던 편. 사람들이 흥분해서 "듣도보도 못한 기독자유당이냐"고 따져묻고 노골적으로 "서운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단다.

    이윤석 의원은 "서울(국회)에 있는 우리 보좌관들도 입이 이만큼 나와서 여러 번 내게 간곡하게 '되돌리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며 "금방 4년이 오니 기다리면 된다, 지금까지 정치를 여러 해 하면서 쌓아온 업적들이 있는데 버리긴 아깝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보좌관들과도 행보를 상의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대체 왜? 이윤석 의원은 "당에 공천을 접수하고 경선을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들은 그동안 쭉 보좌진과 상의해서 했는데,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하나님이 큰일을 시키려고 경선을 통해 당신을 빼냈다"

    이윤석 의원이라고 하면 세 장의 기도하는 사진으로 유명하다. 청년 시절 국회 앞 잔디밭에서 "이런 곳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사진, 18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아들 김홍업 전 의원을 꺾고 첫 등원하게 됐을 때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기도하던 사진, 그리고 19대 총선에서 '거물' 한화갑 전 총재를 누르고 재선하게 됐을 때 다시 같은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그것이다.

    국회의원을 하게 된 것 자체를 하늘의 섭리로 생각하고 항상 감사기도를 잊지 않은 그다. 그런 그가 이번 더민주 무안·영암·신안 경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김대중정부에서 대검 감찰부장·수원지검 검사장·법무차관을 맡고, 노무현정권에서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냈던 김승규 장로가 보낸 문자였다. "이윤석 의원이 신앙이 좋은 분이라고 천거받아 문자를 드린다"며 "긴히 의논할 일이 있는데 서울로 올라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먼저 통화를 해보니 김승규 전 장관은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동성애와 이슬람 저지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무리 목사들이 시청 광장에서 기도를 해도 그보다는 기독교를 지킬 정치인이 국회로 입성하는 게 낫겠더라"며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기독교 정당이 확실히 했으면 좋겠는데, 이윤석 의원이 신앙이 좋다고 하니 나서주면 좋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호남선KTX를 타고 용산역으로 올라가는 와중에도 생각을 거듭하던 이윤석 의원은 이윽고 이것은 본인이 결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바로 평소 섬기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당회장목사에게 연락했다. 이영훈 목사를 만나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니 이 목사도 "내가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며 "이건 하나님의 사명이고 국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의원은 "그 순간 얼른 순종해야되겠다 싶어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안수기도를 받고 순종했다"고 밝혔다.

    김승규 전 장관을 만나 의기투합하고 전남 무안으로 돌아온 이윤석 의원을 무학교회 김관송 목사도 격려했다. 다음날 새벽 무학교회에서 이윤석 의원과 만난 김관송 목사는 "너무너무 잘한 일"이라며 "하나님이 이렇게 큰일을 시키려고 당신을 이런 식으로 해서 경선을 통해 저쪽 당에서 빼냈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이 당신을 통해 어디까지 영광을 나타낼지…"라고 감격에 겨워하기도 했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승만~이윤영 기도로 시작한 제헌국회, 동성애·이슬람 침투에 붕괴 위기

    경선에 져서 한 번 미끌어졌다지만 이제 56세. 재선 의원으로 정치적으로 많은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보궐선거를 노리는 수도 있고 2년 후의 지방선거를 생각할 수도 있는 등 기성정치인으로 고려할 수 있는 많은 길이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선택을 했을까. '사명'과 '순종'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이윤석 의원은 문득 제헌국회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1948년 5·10 총선거를 통해 제헌국회가 구성되고 31일 첫 본회의가 소집됐다. 초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것은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였다.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 국회의 제1차 본회의를 열게 된 것은 사람의 힘만으로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먼저 우리가 성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자"고 목사이기도 한 이윤영 제헌국회의원을 단상으로 불러올렸다. 이에 이윤영 의원이 감사의 기도로 시작을 하면서 제헌국회가 개회하게 된 것이다.

    이윤석 의원은 한국의 헌정질서가 수립되게 된 이러한 과정을 소개하면서 "동성애가 우리 사회를 안에서 파괴하고, 이슬람 문화는 한국사회 밖에서 쳐들어와 파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에게도) 사명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성애는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퇴폐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슬람도 그네들의 율법에 반했을 때는 '죽이라'는 구절이 꾸란에 수도 없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IS도 이슬람 조직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원내 현안이 된 바 있는 수쿠크법과 관련해서도 "이슬람이 자본 침식을 하면서 이슬람식 일부다처제 결혼을 한다거나 이슬람 성전을 짓고, 태어난 자녀들을 이슬람 사원에서 자기들의 신앙에 빠져들게 해서 유럽 국가처럼 대한민국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도 건국될 때 청교도의 역사로 시작됐는데, 동성애법을 오바마 정부에서 받아들이고 이슬람의 침투로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면서 미국이 쇠락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가"라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못 쳐들어오고 있었는데 지금 그 빗장이 풀리고 있다"고 경계했다.

    기독자유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이윤석 의원은 "이런 것을 막아야겠다는 것이 내 사명"이라며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동성애·이슬람 등 반사회적인 법안들을 막아내고 지키는 일에 충실하고 다른 일은 일절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나 기존 여야의 정당에서 하는 그런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엉뚱하게 돌아서 돌아서 온 셈"이라며 "분명히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어떤 하늘의 사명 같은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동성애 조장하는 내용들, 각종 법안에 교묘히 들어가 있어"

    그렇다 해도 변화가 갑작스런 측면이 있다. 재선 의원으로서 평소 의정 활동 중에 동성애나 이슬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윤석 의원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게 성경 말씀"이라며 "동성애는 3~4년 전부터 이미 몹쓸 내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절대 막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밝혔다.

    만일 국회의원이 된다면 "생명을 걸고 막을 것"이라는 게 그의 다짐이다. 이윤석 의원은 "동성애 여론은 계속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는 것만 하기에도 바쁘다"며 "다른 여야 정치의 현안들은 기성정치인들에게 하라고 하고, 나는 동성애 등 반사회적 법률을 폐기하는 것만 목숨 걸고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사실 차별금지법 등 동성애 용인으로 의심받는 법안들은 주로 이윤석 의원이 속해 있던 정치 세력으로부터 발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1야당이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는 무리들이 'DJ 정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속칭 '진보법안'들을 발의한 탓이다.

    이윤석 의원도 이를 시인했다. 그는 "우리 당(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그런 법안들을 만들었다"면서도 "본인들은 뭔 법인지도 모르고 밖에서 요구하니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컨데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은 차별금지법에 아주 교묘하게 들어가 있다"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법안 품앗이를 할 때 '큰 문제가 있는가' 해서 '없다'고 하니 사인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본회의장서 "덩치 큰 사내 며느리랍시고 데려오는 세상 온다" 외칠 것

    기독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다 해도 20대 국회에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기독자유당이 아무리 약진한다 해도 의석 2~3석이 고작일텐데 국회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가 있을까. 원내의 주요 핵심 당직을 두루 거친 그가 현실적 한계를 모르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이윤석 의원도 "숫자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수긍했다. 그렇지만 "법안의 내용을 모르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막을 수가 있다"고 자신했다.

    일전에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본회의가 열리는 날에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직업 같다"고 자조한 바 있다. 오랫동안 공전하던 국회가 여야 간에 간신히 타협이 이뤄져 법안을 처리하기로 하는 본회의가 소집되면 하루 종일 수백 건의 법안이 일사천리로 처리된다. 국회의원들은 전자투표기의 찬성을 누르고 의장단은 정신없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과정으로 하루 종일을 보낸다.

    이윤석 의원은 "상임위에서 올라왔고 법사위를 거친데다 전문위원 검토도 마쳤기 때문에 의원들은 대체로 무조건 찬성"이라며 "교묘하게 숨어 있는 반사회적인 내용들을 족집게처럼 찾아내서 본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며 가상의 법안 반대 토론 상황을 가정했다. "국민 여러분, 들어보라. 지금 이 법은 당신 아들이 며느리를 데리고 왔는데 '아버지, 며느리 인사받으십쇼'라고 하는데 립스틱을 바르고 눈화장을 한 덩치 큰 사내를 데리고 와서 며느리라고 하는 법"이라며 "그렇게 해서 아주 퇴폐적인 관계를 맺고 그게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 하늘에서 내리는 천형으로 확산되는 세상이 오게 하는 법인데 그래도 이 법을 찬성하겠는가"라고 외치겠다는 것이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서울광장 퀴어축제 저지하려 박원순 시장 설득한 노력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몸담고 있을 때도 동성애니 이슬람을 다원화·인권 운운하며 용인하고 조장하려 하는 이상스런 당 분위기 속에서 사력을 다해 이를 막아왔던 이윤석 의원이 만일 기독자유당 소속으로 원내에 진출하게 된다면 확실히 그동안의 활동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것이다.

    이윤석 의원이 더민주에 있으면서 대표적으로 반사회적인 활동을 억제해왔던 사례를 소개한다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얽혀 있는 서울광장 퀴어축제의 건을 들 수 있다.

    이윤석 의원은 "서울광장에서 이번에 5월에 또 퀴어축제 허가를 내줬는데, 이건 반나체로 다니면서 괴성을 지르고 동성들끼리 아주 이상한 행위를 하는 축제"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같은 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시장에게 이를 여러 차례 항의했다. "시장에게 굉장히 여러 번 통화를 해서 '시장님, 그럴 수가 있느냐. 생각해보라. 어떻게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걸 허가할 수 있느냐'고 했다"며 "이건 아닌 것 같다. 퀴어축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고 회상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윤석 의원의 자서전 서문을 써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지만 희한하게도 퀴어축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윤석 의원의 거듭된 통화에도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 차원"이라든지 "다른 나라도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대법원에서도 허가했다"고 맞섰다. "(서울광장 사용허가 문제는) 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나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회피하기도 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등 교계 지도자들의 우려도 날로 커졌다. 이윤석 의원을 통해 박원순 시장을 설득하려 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고집을 부리고 강행을 하자 교계 지도자들은 "박원순 시장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래서 연결된 이가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서울시당위원장이었다. 교계 지도자들이 신경민 위원장에게 박원순 시장을 설득해달라고 했지만 이 역시 실패였다. 신경민 위원장은 "내가 이야기했는데도 도저히 안 듣습디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시에는 아직 당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였던 때였다. 교계 지도자들은 이윤석 의원에게 문재인 대표가 이야기하면 혹시 박원순 시장도 귀를 기울일는지 물었다. 당직을 맡고 있던 이윤석 의원이 "시도해보겠다"고 나서서 교계 지도자들과 문재인 대표 간의 간담회가 성사됐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는 교계의 요청을 듣고 박원순 시장에게 전화를 해서 "이건 아니다. 이 축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그제서야 박원순 시장은 당초 허가했던 퀴어축제의 규모를 줄여서 허가했다는 것이다.

    이윤석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나와 사이가 좋았는데, 그 뒤로 별로 사이가 안 좋다"며 "박원순 시장의 속마음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동성애·이슬람 전문가들로 무장"

    이윤석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후에 복수의 매체에서 "국민의당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보도가 이어졌다.

    이윤석 의원은 "그건 오보"라면서도 "내게 공천을 주겠노라고 여러 차례 국민의당에서 오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윤석 의원은 더민주에 탈당계를 낼 무렵에는 이미 기성 여야 정당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졌었기 때문에 국민의당행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이윤석 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왔던 나지만, 이제 그런 역할은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성애·이슬람·사회적인 악법들을 제거하는 게 가치가 있고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슬람의 폐해는 일반 유권자와 국민들에게 얼른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동성애는 쉬운 일"이라며 "당신 딸이 사위를 데리고 왔는데, 같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같이 살고 이상한 관계를 하며 애도 안 나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국민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기독자유당의 비례대표 순번을 가리켜 "3번인 김지연 후보는 여성 약사로 동성애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고 4번인 고영일 변호사는 이슬람 전문 변호사"라며 "김승규 장로가 이론적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사람들을 배치해놨기 때문에 원내에서 동성애·이슬람과 맞서 싸울 걱정이 없다"고 자부했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유일하게 그의 결단 이해하고 받아준 것은 박지원 의원

    그렇다고 해도 권노갑 고문의 보좌관 등을 거친 뒤 1995년 전남도의원으로 선출직 정치인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3선의 광역의원과 재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기성 정치권과의 관계가 하루 아침에 무자르듯이 끊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윤석 의원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권노갑 고문이었다. 그가 경선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권노갑 고문은 "내가 (국민의당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나하고 같이 하자고"라고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박지원 의원도 "권노갑 고문 좀 서울로 올라가서 만나보라"며 "항상 너(이윤석 의원)를 기다리고 있다"고 탓한다. 그래도 기독자유당에 입당한 이후로는 권노갑 고문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처지다. "4월 13일 이후에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려고 한다"는 게 이윤석 의원의 설명이다.

    권노갑 고문과도 통화를 하지 못하는 처지에, 유일하게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준 사람은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었다. 물론 박지원 의원도 맨 처음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기독자유당에 입당하겠다'는 말을 들으니 대경실색해 "국민의당으로 오라"고 했다. 그런 결단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자 반쯤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일단 국회에 들어와야 (그런 법들을) 막지 않겠느냐"고 애석해 했다.

    이윤석 의원은 "실은 박지원 대표야말로 동성애법과 이슬람 침투 등을 법사위에서 다 막아내신 분이고, 나보다 (그 폐해와 교묘함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털어놨다. 워낙 부지런한 것으로 정계에 정평이 나 있는 만큼 목포의 목사·장로들과 평소 긴밀히 교류하면서 '이러저러한 법이 요러저러하니 쓰겠소?'라는 말을 들으면 법사위에서 다 막아낸다는 것이다.

    그런 박지원 의원조차도 100% 온전히 이윤석 의원의 결단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역시 원내에 진입하려면 기성 정당이라고 생각해 맨 처음에는 수도권에서 호남세(勢)가 강한 지역구 몇몇을 추천하며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를 권유했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에게도 "이윤석이가 갈 자리를 좀 뽑아보라"고 해서, 김영환 위원장으로부터도 연락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윤석 의원은 '사명'을 받은 뒤로부터는 기성 정당에 관심을 잃기도 했지만, 설령 국회의원을 하더라도 자신이 나고 자란 무안반도를 발전시키는 보람에 의정활동을 한 것이지 다른 지역구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

    이윤석 의원은 전화를 해온 김영환 위원장에게 "나는 지역을 위해 열심히 예산을 가져오고 성과를 내는 것을 보람으로 여긴 지역선량"이라며 "지역에서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 것이지 다른 곳으로는 가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다"고 사양했다.

    이렇게까지 그의 굳은 결심을 확인하자, 지금은 박지원 의원도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격려한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에 정평이 나 있는 박지원 의원의 넓은 이해심이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조선일보 광고,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워죽겠다"

    이처럼 권노갑 고문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오로지 박지원 의원하고만 상의하며 조용히 기독자유당 입당을 준비하고 있었고, 언론도 국민의당 입당을 고려하는 것으로 헛다리 짚을 정도로 조심조심 행보를 펼치던 이윤석 의원이었지만, 뜻밖의 곳에서 사달이 났다.

    기독자유당에 입당한 이튿날 〈조선일보〉에 그의 입당 사실을 알리는 5단 광고가 나온 것이다. 왼쪽에는 장경동 목사, 오른쪽에는 이윤석 의원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경위를 이윤석 의원에게 묻자, 인터뷰 내내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던 이윤석 의원의 낯빛이 처음으로 변했다. 그는 "참말로 부끄러워죽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조차 광고가 나가게 될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침에 신문을 보고 경악해 장경동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겸손해야 하는데 이게 뭐냐"고 항의를 하니, 장경동 목사 역시 "나도 모르는 일"이라며 당황해 했다. 경위를 수소문해보니 당 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결행한 일이었다.

    "참말로 이런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다시는 내지 마소"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보란듯이 다음날에는 〈국민일보〉에 5단 광고가 나갔다. 이윤석 의원이 "정말 이건 나와 맞지 않는다"며 "내지 마소"라고 화를 내고, 장경동 목사에게도 "사람 하나 입당한 게 뭐가 대단한 것이라고 이게 뭐냐"며 "부끄럽고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사정해 겨우 광고를 중단시켰다.

  •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후보단 출정식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4월 13일 지나면 '저런 생각 있었구나' 이해들 해줄 것"

    하지만 광고의 여파는 컸다. 조용히 입당한 뒤에 천천히 사랑하는 무안·신안의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할 작정이었는데 어느 순간 '빵' 하는 식으로 알려져버리는 바람에 지역에서도 난리가 난 것이다.

    이윤석 의원은 광고가 나간 뒤 "지역에서도 나와 정말 가까웠던 지지자들도 '우리 의원이 완전히 판단력이 흐려져버렸구나' '정말 모든 걸 포기한 모양' 이런 말들이 나오더라"며 "차차 모아놓고 '내가 이런 저런 법들을 막아내려고 하는데 얼마나 자랑스런 일이냐'고 해서 일부는 동의들을 구했지만, 전체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연인 이윤석의 입당이 아니라, 재선의 국회의원 이윤석 의원이 기독자유당에 입당했기에 애초부터 파급력과 영향이 컸던 것, 그렇다면 그를 지금의 위치까지 키워준 지역구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윤석 의원은 갑작스럽게 기독자유당 입당 사실이 알려져버리는 바람에 이해를 차차 구하나가지 못한 것을 지금까지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듯 했다.

    전남 무안·영암·신안에서는 오는 4·13 총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초선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이윤석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으로 있으면서 추진해왔던 굵직굵직한 지역 개발 사업들의 미래가 어찌될지 모른다.

    "기독자유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 됐을 때, 만일 고향인 무안군민들이 찾아와 어떤 사업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민원해도, 그래도 동성애 막는 일만을 할 것인가"라고 운을 띄워보자 이윤석 의원은 사이를 두지 않고 "그런 것은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고 긍정했다.

    거기에 더 나아가 흑산도 공항 건설을 포함한 지역 내의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 현황과 완료 예정 시점까지 설명을 좌르륵 쏟아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그의 여전한 애착과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지역민들에게 "이윤석이가 이상해졌다"는 말을 들었으니 내심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지 짐작이 간다.

    뭣보다 항상 정무적·정책적인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논의해왔던 보좌관들조차 아직 납득을 시키지 못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명'을 받은 이윤석 의원은 언젠가 이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때가 오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윤석 의원은 "보좌관들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4월 13일이 지나면 우리 이윤석 의원이 저런 생각이 있었구나 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장래를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