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옥마을·월드컵경기장·35사단 이전, 내가 했다" 김성주 "숟가락 정치"
  • ▲ 전주 금암동 태평양수영장 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주 금암동 태평양수영장 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북 전주병(덕진) 선거전이 조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물'급인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이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전북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31일은 도래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쌍방간 네거티브 논란이 벌어질 기미가 엿보인다.

    논란의 초점은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거물'인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전북을 위해 '일한 사람'인가, 그리고 '일할 사람'인가의 문제다. 정동영 후보의 전주고·서울대 국사학과 후배이자 정치 후배이기도 한 상대방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정동영 의원' 시기의 행적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변수다.

    26일 전주 태평양수영장 인근에서 전자랜드 덕진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만난 택시기사 박모 씨는 "그 사람(정동영 후보)이 (전북을 위해) 한 게 없는 게 사실이긴 한데, 이제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앞으로라도 잘하지 않겠느냐"며 "나는 좋아하고 믿어주는 편인데 (동료 택시기사 중에서는) 이름만 꺼내고 대뜸 욕부터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그만큼 전주 유권자들 사이에서 뚜렷하다는 뜻이다. 이날 금암동 정동영 후보 선거사무소에서는 한 노인이 호박고구마를 열심히 다듬으면서 "자식들에게도 못 주는 걸 내가 정동영이한테 미쳤으니까 이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모여든 셈이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이들 팬들을 발판삼아 '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 그리고 '일할 사람'이 아니고 다시 어디론가 향할 것이라는 이른바 '철새론' 부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 보였다. 정동영 후보 측은 "그동안 흑색선전에 대해 참고 참았지만, 이제 진실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철새론'은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야권 장악에 방해가 되는 자신을 끊임없이 배척하고 괴롭힌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자신과 같은 비노(非盧)이며, 잠재적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친노의 등쌀에 광명·종로·분당·수원 등 끊임없이 지역구를 떠돌아야 했던 것을 든다.

    이제는 전북으로 돌아와 완전히 뿌리를 내릴 심산이기 때문에 더 이상 '철새'가 아니고 '일할 사람'인 게 맞으며, 나아가 열심히 일해서 전북이 "친노아전정치의 하청기지"라는 오명을 벗겨내겠다는 각오다.

    '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한옥마을 보존 △월드컵경기장 건설 △35사단 이전 등을 모두 본인이 한 일이라는 걸 밝혔다. 뒤늦게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내 자랑하기가 쑥쓰러웠다"며 "그래서 의정보고서도 안 냈던 것이지만 이제는 말해야겠다"는 설명이다.

  • ▲ 전주 전자랜드 덕진점 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선거사무소 전경.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주 전자랜드 덕진점 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선거사무소 전경.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에 대해 더민주 김성주 의원 측은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있던 동안 일어난 일을 전부 자기가 다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전형적인 숟가락 정치"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한옥마을 조성'은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전주시장으로 있을 당시 한 일이지, 정동영 후보가 주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드컵경기장 건설과 35사단 이전 문제도 일부 조력한 측면이 있을지는 모르나, 본인이 '혼자 다한 일'처럼 주장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말 전북과 전주를 위해 '일한 사람'이고 '일할 사람'은 김성주 의원이라는 주장이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김성주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서 호조세를 타자 "정동영 의장을 꺾고 크게 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김성주는 전주를 위해 더 일하고 싶은 욕심 뿐 이번 선거를 정치적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욕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주 의원이 '일한 사람'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유치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 550조 원을 상회하는 700조 원에 달할 자금을 굴릴 기금운용본부를 유치함으로써 LH를 진주에 빼앗긴 전북도민의 상실감을 치유했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옥동자를 낳았으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건장한 청년으로 길러내야 한다"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유치를 국제금융도시 조성으로 연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전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후보자 토론회 등을 통해 건전한 정책 논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는 자신이 '한 일'이라 주장하는 한옥마을 조성과 같이 전주를 '동양의 밀라노'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성주 의원은 "관광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고 돈이 돌게 할 산업 유치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팔복권역에 위치한 효성탄소공장을 중심으로 국비 1000억 원이 투입된 탄소밸리구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메가탄소밸리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데, (예타를) 통과하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신소재산업의 중심지로 전주가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하고 24일 연합뉴스·KBS가 보도한 전북 전주병 후보자 가상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하고 24일 연합뉴스·KBS가 보도한 전북 전주병 후보자 가상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에서는 더민주 김성주 의원이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22~23일 양일간 전북 전주병 선거구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KBS·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더민주 김성주 의원은 42.2%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32.6%)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김성주 의원(58.7%)이 정동영 후보(20.8%)를 가장 큰 폭으로 누른 것을 비롯해 5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 김성주 의원이 정동영 후보를 앞선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정동영 후보(37.5%)가 김성주 의원(35.4%)을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질렀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에서 정동영 후보(35.6%)가 김성주 의원(24.5%)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고졸 이상에서는 김성주 의원이 정동영 후보를 앞섰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4년의 의정활동 평가가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김성주 의원이 정동영 후보에 비해 모자란 것은 인지도 뿐인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조사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정동영 의장이 예전처럼 쉽게쉽게 당선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그래도 여기 전주 사람들이 오랫동안 키워내서 크게 된 사람이기 때문에 일종의 '본전 심리'랄까 그런 게 작용하게 되면 선거전 후반으로 갈수록 알 수 없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정동영 의장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지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장나게 되는데, 전주 사람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정동영 의장의 정치생명을 끝내기에는 아무래도 주저하는 심정이 들지 않겠느냐"며 "김성주 의원의 입장에서는 '일한 사람'과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선거운동기간 동안 보다 확실히 알려 유권자들에게 확실한 '명분'을 심어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