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3선 의원 되면 할 수 있는 게 다를테니, 한 번 더 밀어줘야…"
  • ▲ 전북 정읍역전에 위치한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의 선거사무소 전경. ⓒ정읍(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 정읍역전에 위치한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의 선거사무소 전경. ⓒ정읍(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재선 의원인데 총선 정당 공천을 받은 게 처음이다. 전북 정읍·고창에서는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가 처음으로 정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임하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이 결국 어느 정도 추격을 해올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재선의 유성엽 원내수석은 이번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 유성엽 원내수석은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모두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저력이 있다. 이번에는 국민의당 공천을 받아 기호 3번이 됐는데, 유성엽 원내수석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항상 기호 6~7번만 받다가 처음 받아보는 빠른 기호"라고 한다.

    정읍·고창 선거는 유성엽 원내수석의 첫 정당 공천 외에도 기존 정읍 선거구에 고창이 편입된 선거구 재획정,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진 야권의 분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의 출마 등 변수가 많다.

    정읍 삼성병원에서 정읍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만난 택시기사 박모 씨는 "현 (유성엽) 의원을 (이강수 전) 고창군수가 쫓고 있는 양상이라 본다"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선거전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엽 원내수석이 앞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유성엽이 2선(재선) 의원인데, 아무래도 3선 의원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다를테니 한 번 더 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주변의 정읍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강수 전) 고창군수도 아주 군수를 잘했다더라"며 "여기는 (더불어)민주당 텃밭이었으니 (하정열 후보도) 기본적인 표는 나올 것"이라고 관측해, 차차 시간이 갈수록 선거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유권자의 분포는 정읍이 9만6000여 명인 반면 고창은 5만여 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후보자는 정읍 출신이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과 더민주 하정열 후보, 고창 출신이 무소속 이강수·김만균 후보로 각각 두 명씩 나왔다.

    이러한 모든 여건을 종합해볼 때 유성엽 원내수석이 유리해보이는 국면인데, 여론조사로 살펴봐도 유성엽 원내수석이 선거전 초반에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위드리서치가 지난 2일 정읍·고창 성인남녀 7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전주일보가 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성엽 원내수석은 38.5%의 지지를 얻어 더민주 하정열 후보(21.0%)와 무소속 이강수 후보(18.9%)를 제쳤다. 무소속 김만균 후보는 6.1%에 그쳤다.

  • ▲ 전북 정읍 삼성병원사거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하정열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정읍(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 정읍 삼성병원사거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하정열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정읍(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1강 2중 1약 구도인 셈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2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성대하게 치러낸 유성엽 원내수석은 더욱 세몰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소식에는 전북 전주병에 출마한 같은 당 정동영 후보와 군산에 출마한 김관영 의원, 전남 목포에 출마한 박지원 의원 등이 자신의 선거전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했다.

    또,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균환 전 민주당 사무총장, 유종근·박현욱 전 전북도지사 등 중앙정계와 지역 정치권의 원로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최근 전북 정치권에서 부쩍 높아진 유성엽 원내수석의 정치적 위상이 드러난 자리라는 평가다.

    56세의 젊은 나이에 3선에 도전하는 것도 장점이다. 3선 의원이 되면 원내대표나 사무총장,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할 수 있는 선수(選數)가 되는데, 지역 숙원 사업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읍·고창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는 신정동 국책사업단지와 내장산 관광단지 조성 등이 있다. 신정동 국책사업단지는 생명공학 특화 산단으로 방사선센터·생명공학연구원·안정성평가연구원 등이 들어서 있는데, 이러한 연구기관과 연관된 관련 기업이 입주해야 정읍·고창 발전을 위한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비 예산 투입을 통한 여건 조성이 필요한데, 힘있는 국회의원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은 관광객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는 지역 내의 천혜의 자연 환경이지만 국립공원으로 규제에 묶여 있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국회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성엽 원내수석은 이미 답곡마을 부근의 규제를 해제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27일 오전 정읍역전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캠프 관계자는 "과감하니 (규제를) 해제해서 관광객들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는 관광단지를 조성했으면 하는 게 지역민들의 생각"이라며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려면 규제가 해제돼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하는 유성엽 원내수석에게도 두 가지 난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 ▲ 전북 정읍 삼성병원사거리에 위치한 무소속 이강수 전 고창군수의 선거사무소 전경. ⓒ정읍(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 정읍 삼성병원사거리에 위치한 무소속 이강수 전 고창군수의 선거사무소 전경. ⓒ정읍(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첫째는 3선 의원이 돼서 정읍·고창을 위해 크게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민들이 뽑았는데, 혹여 2년 뒤에 열리는 지방선거에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하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다.

    그간 전북도지사에 두 차례 도전했던 적이 있어 이러한 우려는 지역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지난 2일 정읍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할 때에도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유성엽 원내수석은 "도지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 우려를 잠재웠다.

    둘째로는 정읍에서는 기반이 탄탄한 반면 고창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앞서 7일 전주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도 정읍에서는 유성엽 원내수석이 46.1%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이었던 반면, 고창에서는 24.2%에 그쳐 이강수 전 고창군수(36.5%)에 뒤처졌다.

    이와 관련해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고창이 그동안 같은 당 소속이었던 3선 김춘진 의원의 지역구였기 때문에 정치 도의상 손을 댈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전북 사람들이 워낙 점잖은 탓"이라고 웃었다.

    더민주 하정열 후보, 무소속 이강수 전 고창군수와 김만균 후보도 맹렬히 유성엽 원내수석을 추격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열 후보는 '기호 2번'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 인구가 많은 정읍 출신이지만, 지역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것이 약점으로 지적받는다. 퇴역 장성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바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 군 생활을 계속한 탓이다.

    이강수 전 군수는 고창군수를 3선 연임하면서 군정(郡政)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총선 출마를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기반인 고창이 인구가 많은 정읍과 합쳐지면서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과 통합신당 창당에 뜻을 같이 했고, 이후 통합신당이 야권신당 통합의 흐름 속에서 국민의당에 합류하자 유성엽 원내수석과 같은 배를 타게 됐다. 경선을 준비했지만 유성엽 원내수석이 단수공천되자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고창군을 잘 이끌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게 장점이지만, 초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연령대가 좀 있다(64세)는 게 단점"이라면서도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유성엽 원내수석의 3선을 위협할 최대 경쟁 후보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