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윤상현 내치고 TK 중심으로 비박계 대대적 물갈이 시사
  •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무뎌진 칼날을 다시 갈고 있다. 14일 "당 정체성(正體性)과 관련해서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며 이른바 '배신의 정치' 유승민 의원을 정조준하면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결정해야 할 것 중에는 당 정체성과 관련된 것들이 상당히 중요시 될 것"이라며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이 '당 정체성 관련 부분이라는 게 (유승민 의원처럼) 과거에 했던 발언과 관련된 것이냐'고 묻자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유 의원의 언행과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혔던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뉴데일리DB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뉴데일리DB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시절 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야당과 합세해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입법부 쿠데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은 결국 본회의에서 폐기됐지만,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로부터 '개인 정치'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해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주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한구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법안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에나 필요한 법으로, 말도 안 되는 법안이다"고 일갈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 법안은 결국 특정 조직이나 단체를 지원해 이들을 특정 정치세력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법안 때문에 망한 나라들이 많다"며 "국가 복지에 사용할 재정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세금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한구 위원장은 "이러니 우리 새누리당이 정체성을 의심받는 것 아니냐"면서 "논란이 큰 이 법안이 혹시라도 통과된다면 '결국 이 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속셈이냐'는 등의 비난에서부터 그야말로 정말 나라가 난리가 날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의 정체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었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위원장이 하루 만에 강경 입장을 보이며 '현역 물갈이' 방침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공관위의 개혁 의지가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고 비판한 본지의 기사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한구 위원장은 몇 차례 연기 끝에 김무성 대표 지역구를 포함한 5차 공천 결과 내용을 13일 발표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선이 확정됐고, 단수추천에는 김 대표와 함께 '비박(비박근혜)계 살생부' 논란에 연루됐던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과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이 포함됐다.

    이른바 '막말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과 대표적인 비박계 이재오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은 이날 발표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뉴데일리'는 전날 기사에서, "공관위가 대폭적인 '중진 물갈이'라는 당초 예고와는 달리 핵심 지역 발표를 놓고 '뜸'을 들이며 무난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이 위원장의 현역 물갈이 방침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실제 이 위원장은 "지금 더불어민주당의공천 모습을 보면 새누리당의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저도 가지고 있다"며 "조금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심사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침 지금 남아 있는 데가 굉장히 민감한 지역이거나 사람들이어서 그동안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데다가 아마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이 있을 것이다"며 "그러나 이것을 못 넘어서면 개혁공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반드시 넘어야 될 과제"라고 현역 물갈이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한구 의원은 나아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品位)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다선(多選) 의원 혜택 즐길 수 있었던 분 등 에 대해서도 공천을 배제할 것"이라며 중진 물갈이도 시사했다. 그는 "그런 분들은 가급적이면 후배들한테 진로를 터주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김무성 대표를 향한 '욕설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은 물론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 등의 다선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이 윤 의원을 내치면서 유승민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를 대폭적으로 물갈이하려는 마지막 시나리오 실행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김 대표를 내치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마당에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을 내주고 유승민 의원을 탈락시키는 것은 정치적 실리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