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전당대회 석패했지만… 호남 정서 대변한 사실상 '맹주'
  •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2일 탈당을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통합을 외쳤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2일 탈당을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통합을 외쳤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면서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마지막까지 통합을 외치겠다고 주장해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끝내 탈당을 선언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 당을 떠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장에서 등장하고도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물던 박 전 원내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난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이어 "민심에 맞서는 정치는 옳지도 않고 결코 성공할 수도 없다"며 "문재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당 대표직을 놓고 대결했지만 아깝게 졌다. 당시 총 득표율은 문재인 대표 45.3%,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41.78%로 박빙이었다. 때문에 그는 문재인 대표의 유일한 대항마로 지목됐다. 영남 출신인 문재인 대표에 맞서 호남 민심의 대변자로 여겨졌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전남 진도 출신이다. 

    이렇듯 1년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마저 당을 떠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색은 한층 더 짙어졌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하단 왼쪽)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오른쪽). 둘은 2·8 전당대회 당시 거의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표는 영남 민심을, 박지원 대표는 호남 민심을 대변한 셈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하단 왼쪽)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오른쪽). 둘은 2·8 전당대회 당시 거의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표는 영남 민심을, 박지원 대표는 호남 민심을 대변한 셈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는 "이제 저는 누구도 탓하지 않고 길에게 길을 묻고, 물방울에도 길을 묻는 나그네의 절박한 심정으로 야권 통합의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물방울은 물결이 되고 강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믿음을 나침반 삼아 가게다"고 비유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역시 저에게는 당을 바꿀 힘이 없었다"며 "문 대표가 좋은 제안을 많이 해줬지만, 정치는 명분이 필요하고 민심이 받쳐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권재편의 구상을 묻는 말에 "순서별로 보면 박준영, 천정배, 박주선, 김민석이 네 분을 만나서 '당신들이라도 통합을 하라'고 부단히 접촉하고 노력했다"며 "여기에 전북 순창에 은둔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합류하면 다섯 개 신당 세력이 합쳐지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디테일을 묻는 말에는 굳게 함구했다. 구체적 조건 등을 말할 경우 될 야권연대도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탈당하면서 마음이 복잡한 듯 눈물도 보였다. 목포에서 올라온 시의원, 도의원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는 말을 하던 박 전 원내대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없애고 선대위 체제를 선포하는 날 호남의 맹주이자 문재인 대표의 마지막 대항마였던 박지원 원내대표마저 잃게 됐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여러 제안에도 불구하고 당을 떠나게 된 배경에는 문재인 대표가 여전히 친노 패권주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는 지난 14일 김종인 선대 위원장을 영입하고도 21일에는 인재영입위원장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을 새로 앉히는 등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고 있다.

    한편,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구상대로 야권 통합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박 전 원내대표의 구상대로라면 현재 통합신당과 국민회의 간 우선 연대를 이룬 후에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그러나 통합신당 일각에서는 국민회의가 지나치게 야권연대를 의식하면서 처음 국민회의가 주장했던 뉴DJ정신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