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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제작한 다큐 '태양 아래서'의 한 장면. 주인공 어린 소녀가 잠자는 것까지 당국의 지도와 통제를 받았다고 한다. ⓒ'태양 아래서' 예고편 캡쳐
2015년 12월 30일, 해외 언론에 의해 소개된 화제의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서(Under the Sun)’를 제작한 감독이 북한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놨다. “외국인이 북한에서 보는 것은 모두 가짜였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6일 비탈리 만스키 감독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에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 주민들은 정부의 거짓 선전에 갇혀 산다”고 지적했다.
만스키 감독은 인터뷰에서 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실제 북한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등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평소 자신의 조부와 부친이 살았던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어떻게, 얼마나 억압했는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털어놨다.
만스키 감독 생각에는 “독재 국가라니, 그럼 스탈린 통치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스탈린 시절이라 해도 러시아는 개인의 상상을 가로 막을 수는 없었지만,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자신들과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하는 등 개인의 생각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 쿠바의 독재정권을 취재했을 때와도 크게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30년이 걸려도 변화는 결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솔직한 평가였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에서는 사람들을 만나고 촬영을 할수록 ‘사실’이 아니라 ‘비현실’로 꽉 차게 됐다”면서 “촬영을 통해 북한의 진실을 담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비현실을 사실처럼 왜곡하는 모든 과정을 담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북한 당국이 강하게 반발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만스키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 다음 북한에 도착했을 때부터 사실 왜곡이 반복됐다”며 북한 당국의 행태를 폭로했다.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겠다고 하자 5명의 소녀를 데려왔고, 그 중 ‘진미’라는 소녀를 낙점한 뒤 촬영을 시작하자, 주인공의 부모, 가정상황, 생활 등 ‘진미’가 말했던 모든 것이 ‘가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진미’의 집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가구들이 가득 들어찬, 평양의 최고급 아파트로 바뀌었다고 한다.
만스키 감독은 “옛 소련에서도 정부의 선전선동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생각이나 삶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국민들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고 나라 안팎의 반체제 인사들의 활동도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정부의 거짓 선전이란 상자에 생각에 갇혀 있다. 정부가 선전하는 허상을 현실로 믿는다”고 지적했다.
만스키 감독은 “우리가 북한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간단한 자기 자신의 의사조차 제대포 표현하지 못했다”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생각과 표현까지 통제했다고 폭로했다.
만스키 감독은 최근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해 “주민들은 핵실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면서 북한 당국이 핵실험에 거액을 사용하는 탓에 자신들의 처지가 어려운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스키 감독은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에게 가장 큰 가치와 자산은 자유”라며 “결코 잃어서는 안 된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인간은 계속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스키 감독은 “제 다큐는 정권의 선전기계가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럽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지 보여준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그들이 세상에 보여주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자유’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는 설명이었다.
만스키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서’는 에스토니아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뒤 큰 화제가 됐다. 내용이 알려지자 북한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고, 러시아 대통령궁은 만스키 감독과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압력을 넣었다.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서’는 2016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스키 감독은 “많은 나라가 다큐를 볼 텐데 왜 러시아는 안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러시아 정부가 다큐 상영 허가를 해줄 날을 고대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서’가 한국 방송을 통해 공개되고, IPTV 등의 VOD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