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크리스 카일의 부인 타야 카일, CNN 주최 타운홀 미팅 나와 오바마 주장 공개반박
  • 최근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총기 소유 규제안을 내놓고 미국 국민들의 총기 소유를 강력히 제한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자유로운 총기 소유가 살인범죄를 더 만든다는 논리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의 총기규제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67%로 반대하는 사람 32%를 크게 앞질렀지만, 공화당 지지자와 우파 진영에서는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살인범죄는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논리다.

  • ▲ 2014년 개봉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의 미망인이 최근 오바마의 주장을 정면반박했다. ⓒ美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포스터 캡쳐
    ▲ 2014년 개봉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의 미망인이 최근 오바마의 주장을 정면반박했다. ⓒ美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포스터 캡쳐

    이 문제를 놓고 지난 7일(현지시간) 美CNN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일침’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타야 카일(28세, 女)로 故크리스 카일의 미망인이다.

    故크리스 카일은 美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저격수로 이라크 전쟁에 4차례 파병돼, 비공식적으로 255명의 적을 사살, 많은 훈장을 받았다. 그가 참전 당시 겪었던 갈등과 고통은 ‘아메리칸 스나이퍼’라는 영화를 통해 2014년 미국민들에게 소개됐다.

    故크리스 카일은 2009년 전역 이후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저격수 훈련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는 병사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했다. 그 또한 PTSD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PTSD 환자인 예비역 해병대원의 총에 살해당한다.

    이 영화 같은 실화의 주인공인 ‘타야 카일’은 타운홀 미팅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총기 규제로는 살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타야 카일은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리가 축복받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을 왜 말하지 않느냐”면서 “우리, 평범한 미국인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고, 미국 국민의 99.9%는 절대로 총기 살해의 피의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구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왜 말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타야 카일은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공기총이든 폭탄이든 압력솥이든 상관없다”면서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타야 카일은 “나쁜 사람들(총기 살해범)은 애초에 평범한 사람이 가진 도덕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살인을 원한다면 (무기 종류와 관계없이) 언제든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서 “중요한 점은 총기규제 명령이 아무리 강해도 실제 총기 살인사건을 막을 수 없다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타야 카일은 “총이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의 속마음이 그를 살인범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최근 총기 공격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음주운전을 했다고 차를 압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흉기로 범행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많으니 모든 칼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 ▲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명령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만든 패러디. 미국인에게 총기는 무기가 아닌 분신이나 다름없다. ⓒ美유니버셜 프리 프레스 닷컴 화면캡쳐
    ▲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명령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만든 패러디. 미국인에게 총기는 무기가 아닌 분신이나 다름없다. ⓒ美유니버셜 프리 프레스 닷컴 화면캡쳐

    이날 타야 카일의 주장과 지적은 미국민들에게 상당히 큰 인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AC 닐슨 측은 이날 타운홀 미팅 시청자가 24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타운홀 미팅이 있기 전까지 미국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명령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 美CNN이 여론조사기관 ORC와 공동으로 시행, 지난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1,027명의 응답자 가운데 67%가 오바마의 총기규제 명령을 지지했고, 32%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고 한다.

    하지만 타야 카일의 주장이 美전역에 방영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 2016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을 공격하려는 공화당의 공세에 타야 카일의 주장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