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집착과 기득권 지키기" 비난… 이 시점에 할 말인지 의문
  • ▲ 4일에 이어 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도 본래 문재인 대표의 오른쪽에 앉아야 할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전병헌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4일 최고위 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일에 이어 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도 본래 문재인 대표의 오른쪽에 앉아야 할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전병헌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4일 최고위 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수석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문재인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중으로 최고위원직 사퇴 결단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져 야권 내부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회에서 7일 열린 새정치연합 제171차 최고위원회의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이상 지연 개최됐다. 문재인 대표와 정청래·전병헌 최고위원 등 친노·범친노 주류 인사들만이 회의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비주류는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제외한 전원이 회의에 불참했다.

    특히 주승용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의 빈 자리는 커보였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내의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이자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최다득표로 선출된 수석최고위원으로, 호남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을 대표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문재인 대표의 분열적 행태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음에도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짐짓 모른 척으로 일관하며,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 애썼다.

    전날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수위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재차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묵묵무답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5일 열렸던 이른바 '민중총궐기' 등 당무와 무관한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돌연 선거구 협상으로 화제를 돌려 새누리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에 대한 집착과 기득권 지키기가 선거구 획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아무런 대안도 없이 19대 총선 때처럼 42%의 정당득표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겠다는 욕심과 집착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대표직에 대한 집착과 공천권이라는 기득권 지키기로 당의 내홍과 분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할 말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재인 대표야말로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걷어찬 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고 외치며, 19대 총선 때처럼 친노 독식·비노 학살 공천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거듭 혁신전대 소집을 요구하고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의 혁신전대 소집 요구 거부에 대한 항의의 의사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 거부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문재인 대표는 이날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제 분당(分黨)은 시간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끼리의 손가락질은 국민을 피곤하고 지치게 만들 뿐"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최고의 혁신은 단결과 단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존중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에도 문재인 대표와 힘을 합쳐서 난국을 함께 돌파하고 화합과 단결의 모습으로 야당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 또한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대 소집 요구를 통해서 문재인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을 냉정히 뿌리친 것은 문재인 대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가 (혁신전대에서) 다시 당선된다면 나는 깨끗이 승복하고 문재인 대표를 적극 도울 것"이라며 "진정 당과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달라"고 호소했다.

    혁신전당대회만 소집해주면 결과에 승복하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까지 이미 밝혔는데, 문재인 대표가 이를 거절한 마당에 무얼 어떻게 더 힘을 합쳐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만일 2011년 서울특별시장 후보 양보, 2012년 대통령 후보 양보, 2014년 창당 포기와 민주당 통합 때처럼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에도 문재인 대표의 위기 돌파를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라면, 이것은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청이 된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분열적 행태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표"라며 "모든 분란과 내홍의 진앙지인 문재인 대표가 스스로 살신성인의 자세로 내려놓지 않는 이상, 분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