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1차적인 분열 가능성 높아"… 제3지대 신당 현실로 '성큼'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8년 만에 다시 야권의 대통합을 위한 중대결단에 나설까.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전날 문재인 대표와 독대해,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모두 2선 후퇴한 상황에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고 박주선·천정배 등과 공동 대표 체제를 통해 야권 대통합을 이룬다는 방안을 진언했으나 거절당한 결과다.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어제(7일) 문재인 대표와 만나 당을 단합시키기 위한 방안과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며 "대표에게는 당을 살리고 화합하기 위한 진정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담담히 독대 결과를 설명하면서 유감을 표했다.

    이어 지난 8·23 최고위원직 복귀 결단에 대한 깊은 회한을 절절히 드러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난 5월 8일, 4·29 재·보궐선거 참패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으나, 108일 만인 8월 23일, 문재인 대표와의 오찬 회동을 통해 계파패권주의 청산 등 몇 가지 약속을 받고 사퇴 의사를 번복했던 적이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난 8월에 최고위원직 복귀를 결단한 것은 대표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계파패권정치 청산에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나 대표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7일)는 내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그토록 재고를 요청했던 평가위 시행세칙과 최고위원 궐위시 선출 규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며 "대표와 나 사이에 최소한의 정치적 신뢰도 없었던 것으로, 패권주의의 민낯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규탄했다.

    나아가 "이제는 문재인 대표가 당을 살리기 위해 결단해줘야 한다"며 "대표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동지를 척결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주기 바란다"고, 문재인 대표의 사퇴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국민과 당원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국민과 당원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의 기자회견문에는 명시적인 표현은 없으나, 문재인 대표의 사퇴 결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고위원직 사퇴 이상의 중대결단을 할 여지로 해석되는 구절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60년 전통의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남으로써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고 했다. "지도부에서 물러나지만, 당 혁신과 야권 통합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당원이 되겠다"고도 덧붙였다.

    사전에 배포된 기자회견문 전문에는 "60년 전통의 '우리 당'"이라는 대목의 '우리 당'에 작은 따옴표로 강조 표시가 돼 있었다. 굳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을 쓰지 않고 '우리 당'에 작은 따옴표를 찍은 것에 시사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른바 민주당계(民主黨系)의 60년 역사에서 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일시적 분열은 흔히 있었던 일이다.

    가까운 사례로는 2007년 열우당의 분당 사태가 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한 친노 세력에 의해 새천년민주당을 분당하고 창당된 열우당은, 선거란 선거는 모조리 연전연패하며 패망의 길로 가고 있었다.

    이에 야권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2007년 2월 6일 현역 국회의원 23명의 집단 탈당이 있었다. 당시 초선이었던 주승용 최고위원도 선도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제3지대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이후 박상천 대표의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으로 거듭났고,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열우당마저 흡수해 2008년 총선 직전 통합민주당이 출범하기에 이른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60년 전통의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의 상황도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의해 잠식된 새정치연합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겨뤄 승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사한 상황이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문재인 대표의 현 지도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게 민심이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수긍했다.

  • ▲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호남 지역 의원 회동에서, 구당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으로부터 귓속말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호남 지역 의원 회동에서, 구당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으로부터 귓속말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렇다면 기득권과 공천권에 집착하고 연연하는 친노 세력을 제외한 야권이 대통합을 이뤄, 새누리당과 내년 총선에서 1대1로 대결할 수 있는 정당을 형성하는 것이 60년 전통의 '우리 당'을 살리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친노패권주의에 잠식당해버린 새정치연합은 민주당계의 60년 역사와 전통에서 일탈한 조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60년 전통의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문재인 대표의 결단이 없을 경우 야권 대통합의 밀알이 되기 위해 탈당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나는 분열론자가 아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분당을 막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은 우리 당이 파국으로 가는 전철이기 때문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탈당을 막아야 한다고 문재인 대표에게 요청했지만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의 고집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하게 된다면, 이후 벌어지는 파국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표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하지 않는 이상, 2007년 열우당 분당 사태와 같은 집단 탈당과 신당 창당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최재천 정책위의장·정성호 민생본부장·김관영 수석사무부총장 등의 당직 사퇴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윤석 조직본부장·김영록 수석대변인 등도 야권 통합을 위해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구당(求黨)모임에 몸담고 있어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구당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은 "문재인 대표를 사퇴시키고 안철수 전 대표가 극단적인 액션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있는데, 성공의 가능성이 별로 높아보이지 않는다"며 "일단 1차적인 분열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 20여 명의 현역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는 내용은) 나도 들었는데,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 같지는 않다"며 "비상한 행동을 해야 할 시점에 있는데, 우리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표의 선택에 의한 불가피한 노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