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위협에 "자신의 요구 관철 안되니 배수진 치는 것"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시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시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혁신전당대회 요구를 거절당한 안 의원이 탈당을 시사한 상황에서 문 대표가 사실상 안 의원의 탈당을 받아들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이 통합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안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자신의 도리는 다 했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는 8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안 의원은 우리 당을 만든 일종의 공동창업주다. 전당대회를 하지 않으면 탈당할 것처럼 하는 것이 곤혹스럽고 난감하다"면서도 "탈당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대표가 물러가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탈당할 거라고도 생각 안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탈당은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된다"며 "공천에 대한 불안과 평가 하위 20%라는 걱정때문에 탈당을 선택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요구들이 부딪히면서 기세를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지 결코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비주류 의원들에게 '나갈테면 나가라'라는 식으로 행동한다는 여론의 지적에 대해 문 대표는 "그게 아니라 나가선 안된다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대결을 요구하지 말고 함께 손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말"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나로서는 자존심이 상해도 '문·안·박 공동지도부체제'를 제안하지 않았나"라며 "정작 제안하니 (화합이) 되지 않았는데, 이게 왜 안됐는지 난 모르겠다. '이래도 안돼' '저래도 안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분열의 책임을 안 의원과 비주류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의당과 천정배 신당 등의 세력과 통합하는 전당대회라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서 "(통합전대가 아닌) 대결을 하자고 하면 내가 가진 대표 권한으로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끝까지 뚝심있게 걸어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이를 놓고 싸우는 어머니들을 판결한 솔로몬 왕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며 "빨리 논쟁을 끝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국민과 당원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세력과 전대를 통해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는 측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비주류와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인 만큼, 비노계 의원들을 누르고 당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8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8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전대 재요구를 거절한 이날, 비주류 세력들은 총선 패배가 예상되는 난파선에서 탈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전면전'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당초 문 대표의 독선적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12월 말까지 제 3지대에서 통합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친노를 남기고 새로운 세력을 만들자고 촉구한 것이다.

    민집모(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의 확대 세력인 '구당모임'도 같은 날 오전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구당모임에 참석한 김영환 의원은 "이러다간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라며 "파국을 막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문 대표에게 전당대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을 시사했다.

    박지원·황주홍 의원 등 호남 의원7명도 회동, 문 대표 입장과 관련해 대응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친노와 비노의 기 싸움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전면에서 각을 세우던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결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표의 기득권 집착이 확실시 되면서 안 의원은 신당에 합류할 명분을 챙겼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요 관계자는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20여 명 정도의 추가 탈당이 될 것 같다"며 "분당 도미노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