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안 봐도 다 알고 있을 것" 교과서에 '친일·독재 미화' 프레임 씌우기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전남 여수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에서 마이크를 잡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전남 여수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에서 마이크를 잡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내년 4·13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그간 여론의 흐름을 탄 문재인 대표가 이를 총선 이슈로 가져가기 위해 장기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이러한 정치권의 관측이 문재인 대표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는 것을 바로잡자는 논의가 완전히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6일 오후 전남 여수시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석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제1야당의 대표인 나, 문재인을 보고 빨갱이라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빨갱이라고 했다"며 "그런 식으로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빨갱이로 보는 새빨간 색안경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도 단체로 끼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란 것을 빨갛다고 우기니 어떻게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청와대 5자) 회동을 다녀오니 정말로 암담한 절벽 같았다"고, 22일 청와대 5자 회동 결렬의 책임을 정부·여당에게로 떠넘겼다.

    그러면서 아직 한 페이지도 집필되지 않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여전히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매도하며, 심지어 '직접 보지 않아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문재인 대표는 "과거의 국정교과서, 정부가 국정교과서처럼 만들려고 했던 교학사 교과서, 또 박근혜 대통령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극찬했던 뉴라이트의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어떻게 미화하고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도록 다 전시해뒀다"며 "여수시민들께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직접 안 봐도 내 말이 맞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26일 전남 여수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에 참석한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26일 전남 여수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에 참석한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나아가 "설령 박근혜 정부가 고시를 강행해도 굴하지 않고, 역사학자들과 함께 교과서 집필 거부 운동을 하겠다"며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서 입법으로 역사국정교과서를 못하게 막겠다고 공약하고, 다음 총선 때 이슈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이유 없는 혼란과 분열상은 내년 초까지 연장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입법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고시 사항이라, 여야 정치권만 나서지 않으면 이러한 극심한 혼란상이 초래될 이유가 없었음에도 이리된 것이다.

    "이렇게 경제·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역사 국정교과서로 분란을 일으켜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화가 난다"며 "이 분란을 오래 끌면 나라가 그만큼 혼란스러워진다"는 문재인 대표의 이날 발언이 공허하게 들린다는 지적이다.

    이날 전남 여수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진행된 서명운동은 70여 명의 시민과 새정치연합 지지자,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오후 2시 10분 무렵부터 시작됐으며 약 30분 간 진행됐다. 문재인 대표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앞서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인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도 발언을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역사교과서를 출판사 집필진이 만들면 교육부가 검사해서 '이 정도면 됐다'고 했을 때 발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검인정으로도 충분하다"며 "지금 만약 역사교과서가 잘못돼 있다면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이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이고 박근혜 정권이 그만 두는 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님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역사교과서를 바꾸려는 그 의도를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법을 개정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고시만 하면 할 수 있게끔 돼 있다"며 "야당은 힘이 없고 박근혜 정부는 밀어붙이려 하기 때문에,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국가가 일방적으로 역사교과서를 만들 수 없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