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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서부전선 DMZ 수색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군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된 가운데, 지뢰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도 15년 간 군생활을 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온 이종명(56·육사 39기) 육군 대령이 전역했다.육군은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이종명 대령의 전역식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종명 대령은 2000년 경기도 파주 인근 DMZ에서 수색작전 중 부상을 당한 전우를 구하다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종명 대령은 1979년 2월 육사 39기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1983년 3월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 대령은 27사단에서 중대장과 작전항공장교, 5사단에서 작전장교와 중대장을 거쳐, 1997년 3월 1사단 수색대대 대대장으로 부임했고,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한다.
이 대령이 대대장으로 근무한 육군 1사단은 전진부대라 불리며 개성공단 출입로와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JSA 등을 맡고 있으며, 최근 발생한 북한군 목함지뢰 도발로 부상당한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근무했던 부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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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대령은 대대장 보직을 10여 일 앞둔 2000년 6월 27일, 후임 대대장에게 작전 지역을 설명하기 위해 중대장 등과 함께 파주 인근 DMZ에 들어간다.하지만 수색작전 중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 대령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기 위해 지뢰 지대에 들어갔다가 본인 또한 다른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했다.
연이은 사고에 뒤따르던 부하들이 이들을 구하기 위해 지뢰 지대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들의 모습을 본 이 대령이 추가 폭발을 우려해,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고 말한 뒤 두 팔을 이용해 안전지대까지 기어나와 병원으로 후송됐다.
군은 이 대령이 치료 도중 계속해서 군에서 복무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자, 신체장애를 입은 현역군인이 계속 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이 대령의 복귀를 적극 지원했다.
이 대령은 2년 반의 치료과정을 마치고 육군대학 작전술·전략학 교관과 합동군사대학교 지상작전 교관으로 복귀했고 정년까지 복무하고 이번에 전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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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4일 열린 전역식에는 새로 부임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장 총장과 이 대령은 육군사관학교 3년 선·후배 사이로 이들은은 생도 1학년과 4학년으로 함께 1년간 함께 육사생활을 했다.이 대령은 이날 전역사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 발전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작은 힘을 보탰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국민으로 돌아가면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올 수 있는 예비전력이자 대국민 홍보대사로서 작은 힘을 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령의 부인으로 37년 군생활을 옆에서 지켜봐온 김금란 여사는 "불편한 몸으로 그 고통, 아픔 다 이겨내고 누구한테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전역하게 되어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 당신이 원하는대로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 주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다리가 되어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이종명 대령을 포함한 10명의 대령 전역을 축하하는 자리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책임감과 열정으로 육군을 이끌어온 여러분 덕분"이라며 "군은 여러분이 흘린 땀과 고귀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