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지뢰사고에 두 다리 잃고도 15년간 후학양성 매진"
  • ▲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 대령 전역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종명 대령(왼쪽), 김근란 여사(가운데), 장준규 육참총장(오른쪽)의 모습. ⓒ육군
    ▲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 대령 전역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종명 대령(왼쪽), 김근란 여사(가운데), 장준규 육참총장(오른쪽)의 모습. ⓒ육군


    지난달 4일 서부전선 DMZ 수색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군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된 가운데, 지뢰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도 15년 간 군생활을 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온 이종명(56·육사 39기) 육군 대령이 전역했다.

    육군은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이종명 대령의 전역식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종명 대령은 2000년 경기도 파주 인근 DMZ에서 수색작전 중 부상을 당한 전우를 구하다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종명 대령은 1979년 2월 육사 39기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1983년 3월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 대령은 27사단에서 중대장과 작전항공장교, 5사단에서 작전장교와 중대장을 거쳐, 1997년 3월 1사단 수색대대 대대장으로 부임했고,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한다.

    이 대령이 대대장으로 근무한 육군 1사단은 전진부대라 불리며 개성공단 출입로와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JSA 등을 맡고 있으며, 최근 발생한 북한군 목함지뢰 도발로 부상당한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근무했던 부대로도 유명하다.

  • ▲ 이종명 대령이 1사단 수색대대장 시절 모습. ⓒ육군
    ▲ 이종명 대령이 1사단 수색대대장 시절 모습. ⓒ육군


    이종명 대령은 대대장 보직을 10여 일 앞둔 2000년 6월 27일, 후임 대대장에게 작전 지역을 설명하기 위해 중대장 등과 함께 파주 인근 DMZ에 들어간다.

    하지만 수색작전 중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 대령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기 위해 지뢰 지대에 들어갔다가 본인 또한 다른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했다.

    연이은 사고에 뒤따르던 부하들이 이들을 구하기 위해 지뢰 지대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들의 모습을 본 이 대령이 추가 폭발을 우려해,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고 말한 뒤 두 팔을 이용해 안전지대까지 기어나와 병원으로 후송됐다.

    군은 이 대령이 치료 도중 계속해서 군에서 복무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자, 신체장애를 입은 현역군인이 계속 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이 대령의 복귀를 적극 지원했다.

    이 대령은 2년 반의 치료과정을 마치고 육군대학 작전술·전략학 교관과 합동군사대학교 지상작전 교관으로 복귀했고 정년까지 복무하고 이번에 전역했다.

  • ▲ 이종명 대령(왼쪽)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가 지난달 7일, DMZ 수색작전 중 부상당한 하재헌 하사를 위문한 모습. ⓒ국방부
    ▲ 이종명 대령(왼쪽)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가 지난달 7일, DMZ 수색작전 중 부상당한 하재헌 하사를 위문한 모습. ⓒ국방부


    한편 24일 열린 전역식에는 새로 부임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장 총장과 이 대령은 육군사관학교 3년 선·후배 사이로 이들은은 생도 1학년과 4학년으로 함께 1년간 함께 육사생활을 했다.

    이 대령은 이날 전역사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 발전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작은 힘을 보탰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국민으로 돌아가면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올 수 있는 예비전력이자 대국민 홍보대사로서 작은 힘을 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령의 부인으로 37년 군생활을 옆에서 지켜봐온 김금란 여사는 "불편한 몸으로 그 고통, 아픔 다 이겨내고 누구한테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전역하게 되어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 당신이 원하는대로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 주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다리가 되어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이종명 대령을 포함한 10명의 대령 전역을 축하하는 자리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책임감과 열정으로 육군을 이끌어온 여러분 덕분"이라며 "군은 여러분이 흘린 땀과 고귀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