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국정감사 준비에 遺憾, 야당은 대응 자료까지 준비했는데…
  • ▲ 국회 국방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병무청 국정감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 국방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병무청 국정감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정감사는 야당의 잔치라고 한다. 국감은 아무래도 정부의 실정을 드러내고 폭로하는 자리다보니, 야당 의원들의 활약상이 부각되고 조명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국정감사 현장에서 직접 여야 의원들의 준비 자세와 질의·추궁의 태도를 보니, 과연 국감이 야당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

    사실 1995년 지방자치제의 전면 실시 이후로는 여야의 개념이 애매모호해졌다. 지방정부를 수권하고 지방의회마저 장악한 정당은 해당 지방에서는 여당이나 다름없는 지위에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의 스텝이 꼬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새누리당 의원들 스스로 '국감은 야당의 잔치'라는 프레임에 갇혀 미흡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게, 국감을 더욱 야당 의원들의 독무대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

    14일 국회에서 열렸던 국방위의 병무청 국정감사만 해도 그렇다.

    이날 병무청 국감은 여러모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과 관련된 의혹이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 대법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먼저 축사를 한) 김무성 대표·문재인 대표·박원순 시장 모두 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최근 둘째 사위의 마약 전과 사실이 드러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극심한 내홍이 휩싸여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그렇다 치고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치권에서는 최근 재점화된 아들의 병역 관련 문제를 빗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 14일 국회에서 열린 병무청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책상 위에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관련 대응 메시지라는 제목의 질의 준비 자료가 놓여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4일 국회에서 열린 병무청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책상 위에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관련 대응 메시지라는 제목의 질의 준비 자료가 놓여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000만 시민이 모여 사는 수도 서울에서는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행정을 장악하고, 서울시의회의 입법 권력마저 차지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여당의 지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김용태 서울시당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시당 운영위에서 "서울에서 새정치연합은 시장 뿐 아니라 구청장의 80%, 시의원의 72%를 차지하고 있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서울의 내년 총선은 박원순 시장과의 싸움"이라고 천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용태 위원장은 이날 "내년 서울 지역 총선 승리를 위해선 개별 지역구 후보들의 분투만으로는 부족하고 박원순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가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잘한 점과 잘못한 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의견을 내달라"고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세는 이러한 선전포고 하에서 전장에 나서는 전사들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문제가 된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신체등위 재검과 관련해,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전에 대응 자료까지 치밀하게 준비해 병무청장을 몰아붙였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국방위 간사인 김성찬 의원이 분투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새정치연합 진성준·김광진 의원은 질의 내내 병무청장을 상대로 간결한 메시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15일자 각사 조간신문에는 두 의원의 의도대로 '박원순 시장 아들 4급 재검 판정은 '적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전부 나가버렸다. 이슈파이팅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도 미진한 국감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러니 새누리당이 웰빙 정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며 "'온실 속 화초' 같은 여당 심리에서 벗어나 싸울 때는 싸울 줄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국감은 끝나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서면 질의와 추궁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