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합의안 도출, '비정상적 사태 발생하지 않을시 대북방송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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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43시간에 걸쳐 진행된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이 마무리됐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새벽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 결과에 대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은 이날 0시 55분에 종료됐다.

    합의 사항은 총 6개로 구성됐다. 합의안에는 북한이 지뢰도발 및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과 우리 측이 25일 낮 12시부로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재발 방지를 연계시키며,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북한이 추가 도발 움직임을 보이거나 위협 수위를 낮추지 않을 시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전제안이다.

    북한은 전선 지역에 내렸던 준전시상태를 해제키로 했다. 앞서 북한 김정은은 지난 20일 밤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에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뒤 잠수함 50여척과 공기부양정 10척 등 침투병력을 전진 배치했다.

    당시 북한은 목함지뢰(木函地雷) 도발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며 추가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4일간 이어진 접촉에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중인 24일 오전에도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결코 물러설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확성기 방송도 유지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천명하며 북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 결과 북측은 합의문에서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사실상 자신들의 의도적인 소행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원칙 고수'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과거 대북관계의 각종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발-협상-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처음으로 끊어낸 박근혜 대통령이다. 

    김관진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도발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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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김관진 실장은 "쌍방의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관진 실장은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갖고 협상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그동안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내 왔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그것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진 실장은 "긴장된 상황 속에서 생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정부를 신뢰하고 협조해준 접경지역 주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관진 실장은 기자회견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협상이 늦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근본적으로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또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협상이 대단히 길어졌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관계로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관진 실장은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 재발 방지를 끈질기게 요청한 이유는 재발 방지가 되지 않으면 이러한 도발 사례가 또 생기고, 국민의 안정과 안보 불안이 되는 도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발표한 공동보도문 전문이다.

     

    먼저 최근 엄중한 정세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를 믿고, 침착하게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사흘간 진행된 협상 과정에서 난관도 많이 있었습니다마는 인내심을 갖고 협의를 진행하여 다음과 같은 공동 보도문에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면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공동 보도문을 낭독하겠습니다.

     

    남북 고위당국자접촉이 2015년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다.

    접촉에는 남측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참가했다.

    쌍방은 접촉에서 최근 남북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 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했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