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어도 성평등? 문재인 "여성단체는 우리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줘"
  • ▲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야가 내년 총선에서 '여성공천 30% 의무화' 법 개정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공천을 보장받을 게 아니라 여성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가 지역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주민들로부터 선택 받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이 여성공천 30% 의무화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우리 당이 주장해오던 것"이라며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와 판이한 반응을 보이면서 일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 대표의 정치 행보가 지역구 발전을 위한 인재 찾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2일 여성공천 30%를 보장해달라며 1만 명의 요구 서명을 가져온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금숙 회장과 면담했다.

    최금숙 회장은 새누리당의 '각종 선거의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을 30%로 하도록 한다'라고 명시한 당헌에 대해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가 볼 때는 속임수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기분이 상한 듯 "말씀 삼가달라, 이제 만남 안 하겠다. 나가겠다"며 고개를 돌렸다. 최 회장이 "내가 지금까지 너무 여성 국회의원이 적기 때문에 마음이 속상해서(그렇다)"고 했지만, 김 대표는 "그래도 말을 가려서 해야지"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최금숙 회장은 또 "(여성 인재는)30%가 아니라 50%도 채울 수 있다"며 "여성 인재들이 적다는 말을 하시는데, 찾지를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 대표는 여성들의 공천 보장만을 요구하는 최 회장을 향해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 있는, 경쟁력 있는 여성들을 추천하라, 그러면 우리가 얼마든지 받을 수가 있다"며 스스로 노력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무성 대표는 또 "새누리당은 이미 혁신위가 여성의 정치권 진출을 돕고 확보하기 위한 안을 발의했다"며 "나한테 가져올 게 아니라 야당에 가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불편한 대화를 이어가던 김무성 대표와 최금숙 회장은 10여 분만에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와 달리 문재인 대표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제안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지난 13일 최금숙 회장은 문 대표를 찾아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천해야 한다'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더해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모든 후보들의 등록을 무효로 하는 조치도 취하고, 위원회 구성을 남녀 동수로 해달라"고 전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할 것처럼 말했다. 특히 "지역구 여성공천 30% 의무화'는 우리당이 주장해온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헌에 이미 '성 평등조항'이 있는데, 그 속에 공직선거에서 여성을 30%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 조항으로 명시했다"며 "당내 각종 기구와 위원회 구성 때도 같은 원칙으로 하는만큼, 우리가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같은 입장일뿐만 아니라 앞장서 이끌어왔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나아가 "우리당이 집권했을 때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과 여성 총리가 나왔다"며 "이렇게 생각하면 여성단체협의회에서 우리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고 여성 표심을 얻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여성 단체의 제안을 재검토나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선심쓰기 정치"라며 "여성 유권자들의 눈치보기만 볼 뿐, 국정이나 지역구 봉사를 위한 국회의원 선출은 관심 밖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