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 기자회견 이유… "괴멸 직전의 열우당 통합해줬더니" 회한 토로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복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복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분당과 신당 창당, 야권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선도 탈당'의 신호탄이 마침내 쏘아져 올랐다.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몸담았던 새정치국민연합(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고자 한다"며 "새정치연합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국민들에 의해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천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이른바 친노(親盧, 친노무현) 세력을 '적폐'로 지칭하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특정 세력에 의한 독선적이고 분열적인 언행 △국민·국가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태 △급진 세력과의 무원칙한 연대 △당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비민주성 등 친노패권주의적 행태를 열거하며 "새정치연합의 모습은 국민의 힘으로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또 정권을 재창출했던 민주당이 분당된 이후 누적된 적폐의 결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상곤 혁신위에 대해서도 "혁신안에 전혀 새로운 게 없다"며 "사무총장 폐지는 열우당에서 다 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자신의 '선도 탈당'을 계기로 정통 민주개혁세력이 친노의 당무 농단과 당권 전횡으로부터 벗어나기를 희망하는 바람도 시사했다.

    그는 "평생 한 당을 사랑해 온 당원이 이런 고백을 하면서 당을 떠나고자 하는 비통한 마음을 잘 이해해달라"며 "오늘의 내 결정이 야권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는 많은 분들께 새로운 모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하필 이날, 7월 16일을 탈당 기자회견일로 택일(擇日)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나는 2007년 괴멸 직전의 열우당을 통합해줘서 그나마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앞장섰던 8명 중에 한 명"이라며 "민주당에서 8인회가 민주개혁세력이 하나가 되자며 열우당과 통합 선언했던 그런 날, 불행하게도 새정치연합을 떠나는 발표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민심의 차가운 외면'이라는 물에 빠진 친노 세력을 건져놨더니, 오히려 정통 민주개혁세력들이 보따리(당권)까지 전부 빼앗기고 당을 나가야만 하게 된 정치적 현실에 대한 회한을, 기자회견 택일이라는 형태로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준영 전 지사는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정치 행보를 가져갈 것임을 밝혔다.

    그는 "국민과 당원이 이미 새정치연합을 버렸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 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한 알의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당이 이뤄지면 당연히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내겠다는 그런 약속을 하지 않겠느냐"며 "나는 그렇게 믿고 (내년 4월 총선 출마 여부는 그 때) 가서 검토해보자"고 답했다.

    다만 '후속 탈당'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 추가 탈당은) 내가 잘 모르겠다"며 "의견들은 듣고 있지만,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오늘 이야기하지 않고 조만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한편 야권 내외곽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해 오던 인사들은 이날 박준영 전 지사의 탈당에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 8일 박준영 전 지사·정대철 상임고문·정균환 전 의원·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과 함께 만찬 회동을 하며 정계 개편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준영 지사가 탈당하겠다고 하기에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이미 결심을 굳혔더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 중도개혁신당의 창당을 부르짖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준영 지사가 탈당한다는 것은 예상외의 일이고 알지 못했던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번 선거(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이대로는 안 되고 전면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나를 도와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친노 원훈(親盧 元勳)으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박준영 전 지사의 탈당과 관련해 "(호남 지역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가 많이 떨어진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며 "오랫동안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을 지지해줬는데 수권 능력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현재의 기득권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민심을 떠나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전직 당직자·당원들의 모임인 '국민희망시대'의 임종천 대변인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탈당은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앞으로도 호남에서 불어온 바람은 계속적인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