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탈당에 文 "다른 말씀 안 드리겠다"… DY 때와는 대조적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탈당을 선언한 뒤,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탈당을 선언한 뒤,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의 '엑소더스'(대탈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 문재인 대표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16일 박준영 전 지사의 탈당은 전국적 중도개혁신당의 창당을 위한 이른바 '선도 탈당'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야권 내외곽에서는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정동영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등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당내외 그룹들은 향후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과 야권 재편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노리며 각개약진하고 있는 중이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세계는 우리는〉에 출연해 "네 갈래, 다섯 갈래 분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네 개, 다섯 개의 당을 각각 만든다는 게 아니다"라며 "천정배 의원과 신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이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7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각기 다른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만나야 하고, 만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원심력이 커져가며 신당 움직임이 당 안팎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다, 친노패권주의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새로운 신당이 나올 경우 그쪽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가 잇달아 발표되자, 문재인 대표 측도 내색하지는 않지만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여러 갈래의 신당 움직임에 대한 친노 문재인 지도부 측의 대응은 '3불 정책(三不 政策)'으로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비노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량에 오르려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비노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량에 오르려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不언급… 탈당에 언급 안 해, 의총도 전격 연기

    첫째는 '불언급'이다. 탈당과 신당 움직임에 대해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손바닥이 마주쳐 소리가 나는 모양새'를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준영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코멘트를 요청받은 문재인 대표는 "지금 우리 당은 혁신에 전념해야 될 때"라며 "다른 말씀은 안 드리겠다"고 외면했다.

    2·8 전당대회로 당선된 뒤 4·29 재보선에서 전패(全敗)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이었던 지난 3월 30일,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이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며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태가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것인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당당하게 일갈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언급만 하지 않을 뿐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정황은 여러 부분에서 감지된다. 문재인 대표는 16일 전직 '경제사령탑'들과의 만남을 마친 뒤, 이용섭 전 의원과 따로 30여 분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전 의원은 광주 광산을을 지역구로 하는 전직 재선 의원이다. 두 사람은 호남 민심을 수습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머니 속의 물건'처럼 여기던 호남 민심이 친노에 싸늘하게 돌아서자, 타들어가는 속내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에 열릴 예정이던 의원총회도 전격 연기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혁신안에 대한 의총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박준영 전 지사가 탈당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자타공인의 비노 측 달변가가 혁신안의 문제점과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집중 추궁하며 끝장토론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의총 자체가 20일 오전으로 연기됐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0일 3차 혁신안 발표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왼쪽은 같은 당의 유일한 현역의원 출신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0일 3차 혁신안 발표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왼쪽은 같은 당의 유일한 현역의원 출신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不공천… 명분은 혁신안 실천, 기실은 4·29 참패 재연 우려?

    둘째는 '불공천'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다가올 10·28 재보선의 일부 지역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명분은 '혁신안 실천'이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1차 혁신안에서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공천을 하지 않겠다"며 "당헌 제112조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 것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실은 10·28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무소속이나 '호남 신당' 후보에 또 패할 경우, 당내 동요나 원심력을 '문재인 체제'가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의 당 내홍과 문재인 체제의 위기는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 참패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일이 다시 한 차례 반복되면 '난파선' 신세가 돼 버린 새정치연합에서 탈출 행렬이 이어져, 당이 친노 인사들만 남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不출마… 한명숙 불출마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

    셋째는 '불출마'다. 친노 세력은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비노·호남 물갈이에 나서기에 앞서 먼저 자진해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한명숙 의원의 20대 총선 불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의원은 친노 원훈(親盧 元勳)으로,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비노(非盧)를 향한 '공천 학살'을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이러한 한명숙 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하게 되면, 친노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양새로 비쳐지지 않겠느냐는 복안이다.

    하지만 한명숙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만일 상고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어차피 20대 총선에는 출마할 수가 없다.

    게다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출마할 지역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만일 20대 총선을 염두에 뒀다면 어딘가의 지역위원장을 맡아 이미 '표밭갈이'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때문에 한명숙 의원의 불출마를 '기득권 내려놓기'로 포장하려는 것은 얕은 눈속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