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기로는 영화 못봐...10명쯤이 교대로 수동 발전기 돌려야
  • 한국 드라마를 볼 때 필수품은?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 ▲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는 북한주민들 / 구글 이미지이미지
    ▲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는 북한주민들 / 구글 이미지이미지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드라마 CD는 장마당에서 구입하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쓴다.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단으로 드라마를 시청한다.

단체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볼 때 필수품이 생겼다. '손'이다.

2014년 탈북한 최영준 씨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3명이 모여도 정치범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단속들이 점차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말하는 자체가 범죄였지만, 최근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운을 띄웠다.

최 씨는 "현재는 집단으로 한국 드라마를 함께 시청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형 수동발전기를 이용해서 전기 걱정없이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수동 발전기는 계속해서 손잡이를 돌려야 하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기 전에 신뢰가는 사람을
모집한다. 대개 10명 이내정도 모이는데, 돌아가면서 개인당 10~20분씩
발전기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한 명은 혹시나 모를 검열에 대비해 보초를 선다. 보안원의 낌새만 확인돼도
수동 발전기를 멈추고 CD를 꺼낸다. 과거 개인적으로 보던 방식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 신뢰하지 못하면 신고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탈북한 김진현 씨는 "재밌는 것이 수동 발전기를 돌리다가 교대시간이 오면,
계속 돌던 발전기가 잠깐 느려지니까 TV의 화면이 쪼그라든다.
그러다가 다시 이어받은 사람이 열심히 돌리기 시작하면 다시 복구된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보는 한국 드라마지만 끊을 수가 없다.
북한 주민들끼리는 심지어 '마약보다 무서운게 한국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일부 전력소모가 많은 TV나 DVD 플레이어는 수동 발전기만으로 전력을 충당해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일부 잘 사는 가정들은 자동차 배터리를 함께 설치해서 수동 발전기로 충전해가면서
끊김없이 볼 수 있도록 해놓는다.

김 씨는 "자동차 배터리가 있어도 결국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은 사람의 손이다. 발전기를 돌리는 것이 생각해보면 엄청 힘든 일 같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해본 결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일정한 속도로 돌리면 되고, 지칠 때 쯤에는 교대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공급해주는 전기는 계속 끊기고 안전하지 않으니까 수동 발전기가 훨씬 효율적이다.
북한 내 한류는 이렇게 형성되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말처럼 북한 내 한류를 형성하는 자본주의 황색 바람은 주민들 스스로 한류를 보고 싶은 바람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셈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