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상향은 공적연금 강화 아닌 약화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그는 박 대통령이 대선당시 기초노령연금을 통해 소득대체율 10%를 메꿔주겠다는 공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그는 박 대통령이 대선당시 기초노령연금을 통해 소득대체율 10%를 메꿔주겠다는 공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가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야당의 입장이 갈수록 국민 부담이 증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증세부터 주장하는 게 도리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19일 "공무원연금개혁을 두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연계를 주장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제는 기초연금 연계까지 거론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기초연금 연계라는 새로운 안이 야당의 일치된 단일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연금 연계주장은 지난 6일 공무원연금 개혁 야당 추천 위원인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로부터 나온 주장을 기초로 한다.
  • ▲ 중앙대학교 김연명 교수는 "참여정부시절 전문가들끼리 일치된 의견은 소득대체율은 50%가 최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중앙대학교 김연명 교수는 "참여정부시절 전문가들끼리 일치된 의견은 소득대체율은 50%가 최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 교수는 TBS 교통방송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참여정부시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떨어뜨리면서 대신 당시 수준으로 한 8~10만원 하던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20만원까지 올려 간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참여정부시절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50%로 하는 것이 최적이라는데 공통적으로 합의를 했지만, 50%의 소득대체율을 실현하기위한 높은 보험료율이 정치적인 부담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결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로 하고, 대신 기초연금을 20만 원 정도 지급해서 실질 소득대체율이 50%에 가깝게 되도록 맞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별 이목을 끌지 못했던 이 주장은 최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국회 규칙 명기'를 놓고 여야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 14일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당시에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해 일괄적으로 소득대체율 10%에 해당하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했다는 점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당선 후에는 기초연금 지급액 산정 기준을 물가상승률과 연금 가입기간을 연동시켜서 실질적으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도 1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초연금 강화가 제안된 것"이라면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나 기초연금 확대는 결국에는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고, 당연히 그 재원은 서민들을 쥐어짜서 마련하는 게 아니라 법인세 정상화가 필연적"이라고 발을 맞췄다.

    그러나 야당의 이같은 주장은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지난 13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한 공무원연금 개혁 여당추천 위원인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김용하 교수는 "연금전문가 중에 보험료율을 3~4%p 올려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했다. 

    김용하 교수는 김연명 교수에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최소 4% 올려야 한다"면서 "김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실제로 1%만 올리면 연금 문제가 해결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윤석명 연구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8일 국가경쟁력강화 포럼에서 "참여정부시절 올렸어야 할 보험료율 4%p를 아직까지 올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3년에 국민연금 1차 재정계산을 하면서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고, 보험료는 15.88%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을 10월께 국무회의에 제출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국회서 많은 논의 끝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그 정도까지 보험료율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결국 2007년 4월에 소득대체율을 40%로 추가로 낮추는 대신 재정안정을 위해 2018년까지 12.9%까지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안을 표결에 부쳤다"고 했다.

    그러나 그 안건마저 부결되면서 당시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합의한 부분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지라도 보험료는 장기적으로 13%정도는 돼야한다는 합의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40%를 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이 12~13%인데 2007년 이후 현재까지 필요보험료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9% 수준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10%p 인상한다면 추가로 필요한 보험료율은 4%p로 결국 50% 소득대체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둘을 합쳐 총 8%p의 추가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할 경우 총 보험료율이 16~18%수준은 돼야 한다는 뜻으로, 현행 보험료율인 9%와 비교했을 때 정부와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제시한 '보험료율 2배 인상'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정부가 한 이 추산도 출산율과 평균수명 증가를 고려치 않은 아주 낙관적인 전망"이라면서 재정건전성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보험료율을 21~22%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국민연금의 공적연금기능을 약화시킨다고 일갈했다. 그는 "현재 월 소득 100만원 이하는 국민연금 가입률이 16%, 200만원 이하는 65%밖에 안된다"면서 "이 분들은 먹고 살기가 바빠 노후준비를 할 여력도 없는데 연금도 수령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분들이 노후빈곤에 몰릴 1순위기 때문에 진정으로 노후빈곤을 걱정한다면 40~50%를 올리는 논의보다 이분들을 국민연금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골똘히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제가 대안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기초연금제도 역시 노인빈곤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없다"면서 "우선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면서도 현재 650만, 30~40년 뒤 1500만으로 대상자가 많다보니 연금액을 늘릴 수가 없어 기초연금으로는 노인들을 노후빈곤에서 빠져나오게 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야당이 무리하게 소득대체율 상향이나 기초연금 상향을 주장하면서 참여정부시절에 있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스스로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공적연금 강화에 앞장서야 할 야당이 결과적으로 공적연금을 약화시키는 법안에 앞장서고 있다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보험료율 인상 등의 사실상의 증세 문제를 무책임하게 회피해온 행보가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연명 교수 역시 지난 13일에 열린 'MBC 백분토론'에서  "세금과 보험료율은 본질적으로 같다"면서 "임의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오는 28일 처리하자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처럼 내부에서도 공적연금 강화 실현 방안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고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여야는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야당이 국민을 생각해 지속가능한 연금정책을 입안할 생각이라면 우선 참여 정부 때 했던 개혁안부터 성실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순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외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입에 쓴 약'을 과연 야당이 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