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주승용 등 호남지역 의원들 모여 문재인 '압박'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5·18 광주사태 전야제 장소로 이동 중 광주시민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5·18 광주사태 전야제 장소로 이동 중 광주시민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번 광주 방문에서 얻은 정치적 이득이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17~18일 5·18 광주사태 전야제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지만 광주시민들은 문 대표의 사퇴 요구를 가열했다. 18일에는 호남 의원들이 모여 지난 4·29 재보선 전패와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책임론을 논의하는 등 문 대표에게 이번 광주 행보는 곤욕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야제 직전 광주공원에서부터 금남로까지의 거리행진에 참여했던 문 대표는 행진 내내 시민들의 항의와 욕설을 감내해야 했다.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노래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문 대표는 문구를 복창하며 시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행렬 속 문재인 대표의 존재를 알아차린 광주시민들은 "새민련 각성하라" "문재인은 사퇴하라"라는 날선 비판과 함께 "여긴 왜 왔냐, 저런 사람들 오면 안 돼" "책임도 안 지고 뻔뻔하게 나오면 5·18이 뭐가 되나, 민주정신이 말이 되나" "사진찍으러 왔냐" 등의 조롱을 하며 문 대표의 방문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흥분하며 달려드는 광주시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지탄을 받던 문 대표는 행사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앞만 주시할 뿐이었다.

    그의 고난은 광주사태 35주기 행사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묘역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퇴장하는 문 대표는 자신을 향한 항의에는 눈을 돌린채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친노패권에 기생하는 호남정치인은 각성하라' '문재인이 문제되어 문죄인이 되려는가'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보이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호남 지역 의원들 역시 문재인 대표를 반기지 않았다. 천정배 의원은 전날 거리행진 출발점에서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 일찍 자리를 정리했다. 친노계에 대한 호남 민심의 반감을 고려해 동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전야제 행사에서 마주친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인사 이후 1시간여 동안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았다. 광주사태 행사 중 묘역 참배에서도 둘은 거리를 둔 채 각자 순례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7일 금남로에서 진행된 5·18 광주사태 전야제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7일 금남로에서 진행된 5·18 광주사태 전야제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호남 의원들은 자신들끼리 모임을 형성해 회동을 갖기도 했다. 박지원 주승용 등 비노계 호남 의원 13명은 풍향동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혁신기구 구성 의지을 문제 삼는 등 여전히 친노를 향한 총구를 내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혁신기구에 대해)기대하지 않는다"며 "기존의 혁신 기구가 있는데 또 무슨 혁신기구를 구성하느냐"고 주장했다.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은 논의된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문 대표에 대한)일치된 책임 방법은 정하지 못했지만, 혁신에서부터 그 이상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거론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도높은 징계도 필요하다는 등 여러 얘기가 나왔다"면서도 "이미 윤리위에 넘어갔기 때문에 결정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호남의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고 위기감을 전한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도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문 대표가)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선 지도부부터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4개 (재보선)선거구에서 잘 보여준 것처럼 국민여론 전체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이번 광주 방문 내내 "혁신 할 것" "기득권을 내려 놓을 것"만을 반복하며 사실상 책임에 대한 답변은 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는 문 대표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거부 반응에 대해 "5·18 행사에선 항상 여야 대표들이 환영받지 못했다"며 "이 정도면 조용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