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부덕의 소치… 대오각성하는 마음으로 사과"
  • ▲ 지난달 23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달 23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인사청문회 통과가 무난해 보이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외압 의혹'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앞서 지난 6일,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총리 후보자가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방송 보도를 통제하고 언론을 회유·협박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날 KBS가 김경협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이완구 후보자는 방송 보도에서 특정 패널을 제외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또, 몇몇 언론사 간부들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자신이 간부에게 이야기하면 "그 기자는 클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으며, 언제든 보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 드러났다.

    이 사실을 폭로한 김경협 의원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총리로서의 기본적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이런 분이 총리가 된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는 철저히 통제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을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완구 후보자는 솔직하게 해명하고 총리 후보자로서 거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완구 후보자는 해당 녹취가 방송을 탄 직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면서도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덕의 소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지만 공직 후보자로서 경솔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린데 대해서는 대오각성하는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보다 더 진중한 몸가짐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폭로된 '언론외압 의혹'은 그간 제기됐던 본인과 차남의 병역 문제·부동산 투기 의혹·논문 표절 의혹 등과는 격을 달리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우윤근 원내대표가 직접 이완구 후보자에게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책을 선물할 정도로 우호적이었던 새정치연합은 '언론외압 의혹' 폭로를 계기로,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공세로 돌아섰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꺼내든 '이완구 카드'가 '언론외압 의혹' 폭로 과정에서 신선함을 잃고 많은 내상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도 7일 이 점을 지적했다.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각하'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극존칭을 쓰더니, 이제 국무총리가 되기 위해 막말에 가까운 언행을 서슴지 않는 총리 후보자의 모습은 박근혜 정부의 면모 일신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이라며 "이완구 후보자는 입에 발린 변명은 그만두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볼 것"을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공직자의 언행에는 무한책임이 뒤따른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주는 사건"이라면서도 "이완구 후보자에게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치찌개를 먹으며 사적 대화마저도 서로 믿고 마음 편하게 나눌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발언의 적절 여부를 떠나 신뢰가 붕괴되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