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엎드린 이완구, 청문회서 "죄송하다"만 수십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오전 청문회가 진행된 2시간 동안 한껏 몸을 낮추며 수십 번이나 사죄를 반복했다.

이완구 후보자가 이른바 '언론외압 의혹'과 관련해 거듭 사죄했음에도, 여야 청문위원들 사이에서는 후보자의 언론관을 둘러싸고 거친 공방전이 오갔다.

본격적으로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야 위원들은 청문회장에서 음향 재생을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논란을 벌였다.

새누리당 정문헌 간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간사가 청문회장에서 음향을 재생하는 문제로 이견을 보여 청문회 시작은 약 15분 정도 지연됐다.

새정치연합 측에서 김경협 의원실이 확보한 H일보 기자의 녹취 자료를 재생하려 했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위원이 의사진행발언 중 "언론을 겁박해서 보도가 안 되고 있다"고 언급하자, 새누리당 위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위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수사에 있어서도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이론이라는 게 있다"며 "언론이 비밀리에 녹취한 비밀 음원을 야당 의원실에 넘기고 공영방송이 이를 9시 메인 뉴스 시간에 보도한 것은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독수독과의 이론이란, 고문이나 불법 도청, 회유 등을 통해서 수집된 불법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이론으로 형사법 체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장우 위원은 "(해당 녹취 자료는) 언론의 중립 의무를 명백히 훼손한 정치 개입"이라며 "이것을 (청문회장에서) 재생하는 것은 불가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후보자에 대한 질의가 시작되면서 언론관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달아올랐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위원은 "후보자는 2007년에 대전KBS에 패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며 토론을 파행시켰고, 2009년에도 대전방송에 불리하게 진행하는 패널을 문제삼으며 방송을 파행시켰다"며 "충남도지사 시절에는 언론인들과 함께 해외에 나갈 때 숙박료·항공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시도하다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고 폭로했다.

김경협 위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볼 때, 후보자의 평소 언론관을 알 수 있다"며 "일회성의 실수가 아니라 평소에 가지고 있는 언론관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는가"라고 추궁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덕흠 위원은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검증은 있어야겠지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입수한 정보의 유통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김영란법과 관련해 평소 언론의 자유를 강조해 온 후보자가 이번 녹취 건으로 언론관에 오해를 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청문위원들 간의 공방의 중심에 선 이완구 후보자는 낮게 엎드리는 자세로 일관했다. "죄송" "송구" "불찰" "부덕" "부주의" "대오각성" 등의 말이 수십 차례 등장했다.

이완구 후보자는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에 선택을 한다면 '정부 없는 언론'을 선택한다는 말처럼 나 자신의 언론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언론 관계에 대해서는 백배 사죄드리고 다시 한 번 국민과 언론인 여러분께 정말로 잘못했다는 말씀 올린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녹취 보도와 관련해 취재 윤리를 문제삼는 여당 위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특정 언론 보도와 무관하게 부주의했고 처신을 잘못한 나의 부덕"이라며 "아무리 편한 자리더라도 공직자로서 처신을 잘했어야 하는데, 통렬히 반성하면서 앞으로 그러한 일이 없도록 각오를 새로이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