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잔인하게 살해한 뒤 ‘협상카드’로 활용…요르단 전 국민 분노
  • ▲ 지난 1일 테러조직 ISIS가 공개한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 씨의 참수 영상. ⓒISIS 선전영상 캡쳐
    ▲ 지난 1일 테러조직 ISIS가 공개한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 씨의 참수 영상. ⓒISIS 선전영상 캡쳐

    최근 프리랜서 사진기자 ‘고토 켄지’ 등 일본인 인질 2명을 살해한 테러조직 ISIS.

    이들은 테러범 ‘사지다 알 리사위’을 풀어주면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와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풀어주겠다며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제안은 거짓이었다.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한 달 전인 지난 1월 3일 이미 살해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테러조직 ISIS는 지난 3일(현지시간) 2014년 12월 공습작전에 참가했다 전투기가 추락해 생포된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하는 영상을 선전용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 ▲ 테러조직 ISIS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 화형 영상 중 한 장면. ⓒISIS 선전영상 캡쳐
    ▲ 테러조직 ISIS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 화형 영상 중 한 장면. ⓒISIS 선전영상 캡쳐

    영상 길이는 무려 22분. 영상은 처음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가 ISIS 조직원들에 둘러싸여 주변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국제공맹군의 공습으로 죽은 테러범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서방 국가들과 걸프연안국가(GCC)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상 말미에는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쇠창살 우리에 가둬놓은 모습이 나온다. ISIS 조직원이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불을 지르자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산 채로 불에 타 죽는다.

    ISIS는 숨진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시신 위에 불도저로 무너진 건물잔해를 퍼붓는다. 이어 알카사스베 중위가 갇혀있던 쇠창살 우리를 깔아뭉갠다.

  • ▲ 테러조직 ISIS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 화형 영상 중 한 장면. 뒷장면부터 알카사스베 중위가 숨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ISIS 선전영상 캡쳐
    ▲ 테러조직 ISIS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 화형 영상 중 한 장면. 뒷장면부터 알카사스베 중위가 숨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ISIS 선전영상 캡쳐

    이 영상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영상을 본 세계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테러조직 ISIS가 참수보다 더 한, 사람을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영상을 ‘자랑스럽게’ 공개하자 요르단 국민들은 엄청난 분노를 표하고 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 등 정부 수뇌부의 비통한 표정이 뉴스 화면을 채웠다. 압둘라 국왕은 이 소식을 듣고 미국 방문 중 급히 귀국한 뒤였다. 요르단 군부는 ‘피의 복수’를 맹세했다. 관영 페트라 통신이 전한 요르단 군부의 성명 가운데 일부다.

    “우리 순교자(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요르단 국민을 공격한 이 참극에 대해 (테러조직 ISIS에게) 당한만큼 복수해 주겠다.”


    테러조직 ISIS에 의해 산 채로 ‘화형’을 당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는 올해 26살로 출신 부족의 자랑거리였다고 한다.

    그는 2014년 12월 요르단 공군의 F-16 전투기를 타고 시리아 북부의 ISIS에 대한 공습작전에 참가했다 전투기 추락으로 생포됐다.

    테러조직 ISIS는 지난 1월 일본인 인질 2명의 몸값으로 2억 달러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일본인 인질 1명을 참수해 살해한 뒤 요르단 정부가 감옥에 가둬놓은 테러범 ‘사지다 알 리사위’를 석방하면,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요르단 정부는 고심 끝에 ‘사지다 알 리사위’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맞교환하려 했으나, “알카사스베 중위가 생존해 있다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요르단 정부의 제안에 ISIS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리사위를 다시 가뒀다.

    ISIS는 요르단의 제안에 답변 대신 지난 1일 '고토 켄지'를 참수,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 사지다 알 리사위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CNN 보도장면. 4일 처형될 예정이다. ⓒCNN 보도화면 캡쳐-요르다니안 TV 보도영상
    ▲ 사지다 알 리사위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CNN 보도장면. 4일 처형될 예정이다. ⓒCNN 보도화면 캡쳐-요르다니안 TV 보도영상

    요르단 정부는 고토 켄지 씨가 살해된 뒤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도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했지만, ISIS가 그는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마저 훼손하는 것을 보고는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시신을 훼손하면 죽은 사람이 천국으로 가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가 살해당한 것을 확인한 요르단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지다 알 리사위는 4일(현지시간) 곧바로 처형될 예정이라고 한다.

    테러조직 ISIS가 풀어달라고 요구한 사지다 알 리사위는 ISIS의 전신(前身)인 ‘유일신과 성전’의 창설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와 인척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 팔루자 인근 출신인 사지다 알 리사위는 2005년 요르단 암만에 있는 한 특급호텔에서 자신의 남편과 함께 자살폭탄테러를 시도, 60여 명의 생명을 빼앗았다. 남편은 이때 사망했지만 본인은 자살폭탄 고장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