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 사흘 앞둔 9일 국회 운영위 '발칵'
  •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현안보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현안보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을 불과 사흘 앞둔 9일.
    청와대의 문건 유출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및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이 출석한 국회 운영위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번엔 항명 파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영한 민정 수석이 운영위 출석을 요구하자 사퇴 뜻을 밝힌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문건 유출로 국민과 의원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한 뒤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청와대의 근무 자세와 기강을 철저히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단 몇 시간만에 허언이 됐다. 김영한 민정수석은 김 실장의 국회 출석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이날 오전 운영위는 온탕과 냉탕을 숱하게 오갔다. 야당이 김영한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여야 간사는 김 수석의 출석 문제를 두고 팽팽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다 문건 유출 과정이 검찰 조사로 밝혀졌고 문건 유출 발생 지점이 민정수석실이라는 점에서 김 수석이 출석해야 한다는 데 여야는 합의를 이뤘다. 

    이에 김기춘 비서실장은 김영한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지시했다. 항명은 여기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여야 합의에 따라 출석을 지시했는데 따를 수 없다는 취지의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청와대 초유의 항명 파동에 유감을 표명했고 야당 의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김 수석의 파면을 요구했다.

    청와대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라 했다.

     

  •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현안보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현안보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이러한 초유의 사태는 공직기강이 붕괴된 현 청와대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당초 이번 문건 유출 파문의 '출구'를 모색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나 대국민 사과와 같은 '수위'도 이날 운영위에서 얼마나 김기춘 실장이 야당의 공세를 막고 국민 여론을 진정시키느냐에 달렸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국정운영 청사진을 비추기 위해 마련된 신년회견이 청와대 기강 붕괴와 비선 실세 의혹 등 각종 부정적인 이슈를 해명하는 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여야가 출석에 합의하고 대통령 비서실 최고 위치에 있는 비서실장의 출석 지시를 민정수석이 정면으로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기춘 비서실장 및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청와대의 인적쇄신론도 재점화될 공산이 커졌다. 항명 사태가 청와대의 기강해이로 이어지면서 김기춘 실장의 비서실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김 실장은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지금은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사퇴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파동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