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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고영주-정점식, 통진당 해산 ‘주역 3인방’

권성 전 헌법재판관-고영주 전 검사장-정점식 검사장, ‘역할’ 빛나

입력 2014-12-19 15:12 수정 2014-12-21 11:46

▲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숨은 주역들, 왼쪽부터 권성 전 헌법재판관, 고영주 전 검사장, 정점식 검사장.ⓒ 사진 뉴데일리DB,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9일 오전 통합진당에 대한 해산을 결정하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세계 사법史에서도 흔치 않은 역사적 재판은 막을 내렸다.

당초 헌재 주변은 물론 법조계에서는 위헌정당 해산을 청구한 정부와 피청구인인 통진당 사이에 무려 18차례에 걸친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졌고, 양측이 제출한 서면증거만 3,900여건에 달해 어느 누구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통진당 목적 및 활동의 위헌성을 인정해 ‘해산’ 의견을 낸 재판관은 8명이었다. ‘기각’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전원이 “통진당은 위헌정당이므로 해산돼야 한다”는 정부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정부 측 입장에서 본다면 예상 밖의 ‘압승’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결과다.

이런 결과를 만든 바탕에는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소속 검사들의 헌신이 있다.

황 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출신답게, 치밀한 법리와 사례를 근거로 ‘통진당이 해산돼야만 하는 이유’를 조리 있게 설명하면서, 심판의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 황교안 법무부장관.ⓒ 사진 뉴데일리DB

황 장관의 치밀한 법리 구성과, ‘팩트(근거)’를 바탕으로 한 변론전략은, 헌법재판관들의 심중을 움직이는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황 장관 외에도 숨은 주역들이 있다.
통진당 해산 심판을 이끌어낸 숨은 주역 3인방은 권성 변호사, 고영주 변호사, 정점식 검사장이다.

▲ 권성 전 헌법재판관.ⓒ 사진 뉴데일리DB

올해 1월 27일,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 하루 전 언론중재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하고, 정부측 대리인을 맡은 권성 변호사는, 심판 내내 고사성어를 곁들인 달변의 변론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헌법실무연구회장을 맡을 만큼 법리에 밝은 권성 변호사는, 첫 변론이 열린 올해 1월 28일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통진당 해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번 심판 못지않게 역사적 판결로 기억되는 ‘12·12, 5·18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에게 ‘항장불살’(降將不殺,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이란 고사성어를 빌려 무기징역을 선고한 ‘소신법관’답게, 그는 역사적 사례를 비유로 들며, 통진당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변론에서도 여차 차례 ‘어록’을 남겼다.


“가처분을 통해 정당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소속 의원들의 직무활동을 정지해 트로이의 목마가 성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통진당의 기만 전략은 한마디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며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장한 정명가도와 다름이 없다”

“항우는 절대 강자의 오만에 빠져 한나라 유방을 일개 무리의 우두머리에 불과하다고 보고 그를 살려줬다가 끝내 나라를 빼앗겼다. 결의에 찬 소수자 세력이 오만과 안일에 빠진 다수를 쓰러트리는 일은 때때로 일어난다”

“러시아 10월 혁명 당시 레닌은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되자 다수당 케렌스키의 합법정권을 뒤집고 정권을 장악했다. 집권을 노리는 집념세력을 소수라고 얕잡아보면 안 된다”

“호랑이 새끼를 길러 큰 근심거리를 만들 수 있다. 통진당의 전민항쟁은 폭력혁명을 당의(糖衣)로 포장한 ‘슈거 코팅’에 불과하다”

   - 권성 전 헌법재판관


12·12, 5·18 항소심,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 호주제 위헌심판 등 훗날 한국 사법사를 기술할 때,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역사적 판결의 한 가운데 있었던 그는,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역사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사진 뉴데일리DB

두 번째 주역은, 고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케씨엘)다.
검찰을 대표하는 공안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남부지검장에서 물러났다.

2005년 초 검사 옷을 벗고 변호사로 변신한 그는, 바로 시민사회 운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그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이들이 엮인 재판에서 무료변론을 자처하기도 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원서를 직접 쓴 장본인이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애국 보수운동’을 이끌던 그는 지난달 출범한 통진당해산국민운동본부 상임위원장을 맡아 다시 한 번 아스팔트를 누볐다.

시민사회의 통진당 해산 심판 촉구 운동을 지휘한 그는,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에 앞서 “양식과 상식을 갖춘 법조인들이라면 당연히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헌재가 180일 안에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는데, 청원서를 낸 지 1년이 지나 결정이 나왔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헌재의 인용결정을 반겼다.

고영주 변호사는 통진당 해산촉구 운동에 앞장 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고 변호사는 “통진당 강령은 북한의 대남적화혁명전략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통징당 해산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1981년 이른바 부림(釜林)사건 당시, 말석(末席) 검사로 수사에 참여했던 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부림사건은 명백한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이 사건이 민주화 운동으로 포장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조작된 역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사람들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영화만을 보고 사건을 왜곡된 시각으로 인식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 변호사는, 당시 한 피의자가 검사인 자신을 협박한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검사가 피의자를 고문했다는 설정의 영화 <변호인>은 ‘허구’라고 못 박았다.

▲ 정점식 검사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사진 연합뉴스

마지막 숨은 주역은 법무부 위헌정당대책 TF 팀장을 맡은 정점식 검사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과 고영주 전 검사장이, 헌법재판과 검찰을 대표하는 원로 법조인으로, 통진당의 반격을 막는 방패가 돼 줬다면, 정 검사장은 황교안 장관과 함께 통진당의 위헌성을 직접 공격한 ‘창’의 역할을 맡았다.

황교안 장관에 이어 검찰내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는 정 검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팀을 지휘하면서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발굴, 작성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정 검사장은 위헌정당해산에 관한 국내외 자료가 거의 없어,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정 검사장과 TF팀의 활약이 없었다면 법무부가 재판부에 낸 2,907건의 서면증거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는 점에서, 정 검사장의 공헌은 절대적이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 검사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검찰내에서 ‘공안’이 뒷전으로 밀릴 때도, 오직 공안만을 고집한 ‘정통 공안’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검 공안1, 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2차장 등 ‘공안통’ 주요 보직을 거친 그는 2012년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로 사건을 맡아 통진당과는 인연이 깊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와는 2003년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를 맡으면서, 검사와 변호사로 법정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정 검사장 외에도, 위헌정당대책 TF에 참여한 김석우 부장검사(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를 비롯한 팀원 8명은, 1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자정이 지나 퇴근하는 강행군을 견디면서, 헌재의 인용결정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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