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위 유서 통해 “명예 지키기 위해 세상 뜬다”..유가족 “부검 요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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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문건 유출혐의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45)의 시신을 검찰이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

    최 경위의 자살로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최 경위의 유가족들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압박감에 사망한 것”이라며 “동생이 억울하게 갔으니 부검을 통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경위는 13일 오후 2시 30분쯤 고향인 경기도 이천시 한 도로에 세워진 자신의 SUV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 경위가 지난 12일 오후 4시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 검시 결과 별다른 타살 혐의점을 발견되지 않았고 직접적인 사인은 이산화탄소 과다 흡입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 안에는 소주병 1개, 문구용 칼, A4용지 14장 분량의 유서 등과 함께 화덕과 다 탄 번개탄이 발견됐으며 손목에는 자해를 한 흔적 등이 있었다.

    최 경위의 형(56)은 13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서의 내용에 대해 “‘너무 억울해서 정보분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뜬다. 직원들 사랑한다’라고 씌여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서 내용을 지금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유족끼리 협의를 거쳐 공개할 것”이라며 “타살인지 자살인지 확실히 알기 위해 부검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닌 것을 뒤집어씌우려 하니 죽음으로 간 것”이라면서 “생전 동생이 전화통화에서 ‘결국은 모두 위에서 지시하는 것 아니냐. 퍼즐맞추기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검찰의 청와대 문건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최 경위가 다량의 청와대 문건을 외부에 유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경찰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정보 1분실로 보낸 개인 짐에서 문건 100여건을 빼돌려 언론사 등에 유포했다는 것이 최 경위에게 적용된 혐의였다.

    이 문건 중 일부가 세계일보 등 언론사에 들어갔고 이 중 일부를 박관천 경정이 지난 4월 복사해 청와대 측에 ‘문건이 나돌고 있다’고 알린 것이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문건유출, 유포 과정이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최 경위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최 경위를 데려가 조사했다. 지난 9일에는 검찰이 최 경위를 자택에서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최 경위의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