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에 3년차 출범 朴정권 발목 잡힐 판! “김기춘, 너무 경직돼 있다”
  • ▲ ⓒ '정윤회 파동' 관련 YTN 방송화면
    ▲ ⓒ '정윤회 파동' 관련 YTN 방송화면

    일종의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다.

    한 언론보도에서 촉발된 작은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정국을 혼돈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윤회 파동’은 야당에게 있어선 좋은 먹잇감이다.

    “최근 언론에 불거진 ‘정윤회 문건’에는 사생활 문제 등 엄청난 내용이 담겨 있으며, 현재까지 (전체 내용 중)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현역 국회의원이 의혹을 부풀리며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재배포하기까지 한다.
    “찌라시 정권”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1월 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관련 측근(정윤회) 동향’ 감찰 보고서.

    해당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김기춘 실장은 최병렬이 VIP(박근혜 대통령)께 추천하여 비서실장이 되었는데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으며 7인회(친박 원로모임)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정보지 및 일부 언론에서 ‘바람잡기’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하라.”

    “이정현(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근본도 없는 놈이 VIP만 믿고 설치고 있다. VIP의 눈밖에 나기만 하면 한 칼에 날릴 수 있다. 안봉근 비서관이 적당한 건수를 잡고 있다가 때가 되어 내가 이야기하면 VIP께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김덕중 국세청장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 장악력이 부족하다.”


    심지어 물밑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비선실세가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공식 문서’ 여부를 둘러싸고는 이견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 생산된 문서임은 분명하다.

    내용의 신빙성을 떠나 청와대 내부 문서가 바깥으로 유출됐다는 것만으로도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 ▲ ⓒ '정윤회 파동' 관련 KBS 방송화면
    ▲ ⓒ '정윤회 파동' 관련 KBS 방송화면



    하지만 청와대 핵심인사들은 일언반구 이렇다 할 만한 해명이 없다.
    밤낮으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검찰 측만 야근에 야근을 거듭할 뿐이다.

    “비서는 입이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탓일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침묵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기춘 실장은 지난 8일 ‘정윤회 동향 문건’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동아일보 기자를 고소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여러 의문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타냈다.

    춘추관에 잠시 들러 기자들에게 5분만 설명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김기춘 실장은 최근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 차례도 기자실을 찾은 일이 없다.

    어찌됐든 김기춘 실장은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 벌어졌던 사안을 두고 미봉책만 남발하다 결국 오늘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

    특히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은 모두 김기춘 실장이 컨트롤해야 하는 청와대 직원들이었다.

    ‘원칙주의자’, ‘천상공무원’ 등 딱딱한 수식어가 붙는 김기춘 실장이다.

    ‘인사참사’가 잇따르자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不通)’ 원인으로 입방아에 올랐고, 지금도 야권에선 ‘교체 대상 1순위’ 적폐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김기춘 실장은) 정무적인 감각과 유연함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 ▲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뉴데일리 DB
    ▲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뉴데일리 DB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 8월 22일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여한 김무성 대표는 다음 타자로 김기춘 실장을 지목했었다.

    김기춘 실장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간단 명료하게 설명했다.
    “너무 경직돼 있다. 찬물 맞고 좀 더 유연해지길 바란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주말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도 관련 의혹 진화에 실패한 청와대 홍보라인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의혹의 시발점이 된 부분을 거론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승마협회 감사와 관련된 건은) 태권도 비리로 선수 아버지가 자살한 뒤 대통령께서 체육계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고, 장관을 두 번인가 불러 얘기한 것인데 이를 청와대 홍보 쪽에서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의 상당 부분이 증권가 정보지(찌라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찌라시’에 3년이나 남은 정권의 발목이 잡힐 판이다.

    애시당초 문건을 보고 받은 김기춘 실장이 진원지를 파악해 추가 확인 지시를 내렸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비서진의 책임 있는 자세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유연하고 정확한 상황판단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다.

    김무성 대표가 말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말한다.
    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말한다.

    “김기춘 실장은 너무 경직돼 있다.”

    이번 파동 진화에 실패한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