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현 정부 정조준… 공무원연금 연내 개혁 전망 어둡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지난달 18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공노총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지난달 18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공노총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른바 '정윤회 파문'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 위기에 빠졌다.

    공무원연금 연내 개혁은 청와대의 중점 국정 과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로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가진 당·청 회동에서도 공무원연금 연내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당부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연금 개혁과 같은 개혁 과제들도 적기에 처리가 돼야 한다"는 당부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도 "(정기국회)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빠른 시간 내에 그동안 올리신 성과의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당·청 회동 전후로 공투본(7일)·공무원연금수급권자총연합회(17일)·공노총(18일)·교총(25일)·바른사회시민회의(28일) 등 이해 관계자들과 연일 만나며 공무원연금의 조속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내에서는 이한구 공무원연금 제도개혁TF 위원장과 김현숙 간사가 나서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강조하는 릴레이 동영상까지 만들며 여론 형성에 공을 들였다.

     

     

     

    특히 여권 핵심부에서는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사업)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댓가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협조받는 '빅딜'도 고려했다.

    이는 그간 '빅딜설(說)'로만 흘러다녔으나, 김무성 대표가 1일 이를 직접 시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라는 게 딜 아닌가"라며 공무원연금 개혁과 4자방 국조의 '빅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빅딜' 카드는 유효기간이 살짝 지났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보도로 '정윤회 파문'이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정국 상황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前) 정부에 대한 공세보다도 현 정부를 직접 겨냥하겠다는 생각으로 조준선을 재정렬하고 있다. 바라지도 않았던 호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열린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비대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청와대가 나서라"고 총공세를 가했다.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는 최소한의 조심스러움도 사라졌다. 4자방은 우윤근 원내대표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 마디 했을 뿐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위원장(왼쪽)이 1일 열린 진상조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위원장(왼쪽)이 1일 열린 진상조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동안 국회 기자회견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국정조사를 소리높여 외치던 노영민 자원외교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장은 무대 뒤로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박범계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위원장이 메우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은 폭로 당일 오후에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30일에는 외부 변호사 5명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을 모아 1일에는 전체 회의도 열었다. 발걸음이 유난히 빠르다.

    박범계 위원장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1일에도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오늘은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며 "해당 문건은 정윤회 씨의 인사 개입과 개인비리 문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내용을 발언했던 모 씨가 누구인지 등이 이 사건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키"라고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뜻을 내비쳤다.

    이렇듯 국정의 '핫 이슈'가 급격히 '정윤회 파문'으로 이동함에 따라 4자방 국정조사의 교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연내 처리와 '빅딜'을 하자고 해도 야당이 응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해졌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금 4자방과 맞바꾸자고 해도 야당이 받을지 의문"이라며 "공무원연금 연내 처리는 솔직히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