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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으로 궁지에 몰린 김정은 정권이 유엔에서 ‘외교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정은 정권이 만든 ‘인권결의안’을 유엔 주재 각국 대표들에게 회람시킨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15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대표 6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비공개 설명회를 갖고, 그 내용을 회람시켰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대표부는 “조선이 국제사회에서 인권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북한 대표부는 아동 인신매매, 매춘 등의 근절을 위해 지난 8월 ‘유엔 아동권리협약 보충의정서’에 서명한 점 등을 ‘인권증진 노력’의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대표부의 의도는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며, 이중기준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데서 드러났다.
즉,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서방 세계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인권 문제를 거론하려면 각국의 정치, 역사, 사회, 종교,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북한 대표부는 “유엔이 북한 인권상황을 '편견없이 객관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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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부의 이 같은 행동은 김정은과 그 집단을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우는 내용 등을 담은 EU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외교전’을 통해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에서 EU가 초안을 만든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전 세계가 김정은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편 북한 대표부가 김정은 정권이 직접 만든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중국과 EU가 정반대의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인권미개국’으로 알려진 중국은 “한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고, 상호 신뢰를 손상시키는 인권결의안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며 북한 대표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EU 측은 “북한이 최근 EU와 접촉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것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철회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북한 대표부는 자체적으로 만든 ‘북한인권결의안’을 확정한 뒤 유엔 제3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