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순서 따라 번호만으로 향수 이름 붙여…장식적인 용기 탈피, 단순한 용기 디자인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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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선 샤넬 전시회가 한창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달 29일 시작해 10월 5일까지 이어지는 [문화 샤넬전-장소의 정신(The Sense of Place)]이 바로 그 전시회다. 무료입장이 가능해 패션 피플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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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은 20세기 패션계에 혁신을 몰고 오면서 패션 제국 <샤넬>을 구축한 여성 디자이너로 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은 91년 역사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닌 뿌리를 되짚어보는 여정이다. 샤넬의 대표적 작품은 물론 관련 사진, 책, 예술 작품 등 500점이 망라됐다.샤넬은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명성은 시대의 지표가 됐고, 여성스타일의 지주가 되었다.1953년에 출시한 니트로 짠 울 카디건, 스커트로 구성된 샤넬 슈트, 저지 원피스에서 트위드 스커트, 1955년에 출품한 2.55 가방, 커스텀 주얼리는 아직도 샤넬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자 패션 코드로 남아 있다.샤넬은 패션뿐 아니라 뷰티의 영역에서도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반사적이라고 할 만큼 향기에 민감했던 그녀는 1921년에 최초로 [알데히드]라는 휘발성 물질을 사용한 향수인 [No.5]를 탄생시켰다.샤넬은 여성복에서 혁신을 이룬 것처럼 향수 이름을 짓는 데에서도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단지 개발된 순서에 따라 번호만으로 향수 이름을 붙였다.그러니까 [No.5]는 다섯 번째로 개발된 향수다. 당시 대부분의 향수 이름은 [봄의 욕망], [저녁의 도취]와 같은 시적인 이름이 붙었다.샤넬은 당시 연인이었던 러시아 망명 귀족 파블로비치의 소개를 받아 향수 전문가 에르네스트 보(Earnest Beaux)에게 첫 향수 제작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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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샤넬은 1부터 5까지의 숫자가 붙은 샘플과 20부터 24까지의 숫자가 붙은 샘플을 요구했다. 샤넬은 이 가운데 5번 샘플을 선택했고, 보가 향수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묻자 샤넬은 [넘버 5]라고 말했다고 한다.조향사 어네스트 보가 개발한 [샤넬 No.5]는 향수 역사상 최초로 번호가 이름이 되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장식적인 용기에서 탈피해 단순한 용기 디자인을 처음으로 도입한 향수였다.샤넬에게 5는 행운의 숫자였기 때문에 상품이 출시되고 나서 5개월째가 되는 5일에 출시 쇼를 했다. [샤넬 No.5] 향수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즉시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향수만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이것은 샤넬이 가장 좋아하는 향수 중 하나인 [뀌르 드 뤼시(러시안 레더)]의 1930년대 광고 카피이다.또 다른 광고에서는 바로 [여행의 향기]라고 묘사된다. 샤넬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계단에도 샤넬 No.5의 향이 배어 있게 했고, 그 향이 탁탁 튀기도록 벽난로 불에 향수를 뿌리기도 했다.1930년에는 [이부아르 드 샤넬]이라는 립스틱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이부아르 드 샤넬]이라는 동명의 향수를 립스틱에 첨가한, 최초의 향기 나는 립스틱이었다.코코라는 별칭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 샤넬의 일생은 [사랑하고 일했다]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샤넬은 1971년 1월 10일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생의 마지막까지도 일을 하는 여성이었다.샤넬 컬렉션은 1980년대부터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에 의해 성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1910년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 탄생시킨 브랜드 샤넬은 1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패션 브랜드다.의상뿐만 아니라 향수, 화장품, 구두, 핸드백, 액세서리에까지 샤넬의 겹쳐진 C 로고와 함께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사진 = 러브즈뷰티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