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정권 심판론’, 지역·세대 별로 반응 달라…여당, 언제까지 대통령 덕 볼 건가
  • ▲ 6.4지방선거 유세를 지원하는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료사진]
    ▲ 6.4지방선거 유세를 지원하는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료사진]

    지난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는
    여당도 야당도 승자라고 보기 어려운 결과를 나타냈다.

    여당이 이 정도 결과라도 이뤄낸 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은 좌파 진영과 함께 ‘무능한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했지만
    대통령의 눈물을 본 국민들이
    그 의미를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성공하지 못했다.

    냉정하게 따져볼 때
    이번 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권의 무능’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무능’을 심판한 결과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동서로 갈라진 여당과 야당 지지층


    새누리당은 수도권 가운데 인천과 경기도에서 승리했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지자체장 자리인 서울시장을 차지하지 못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정몽준 후보를 내세웠음에도 16% 격차를 보이며 낙선했다.

    새누리당이 승리한 곳은
    수도권인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강원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다.

    새누리당이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던
    충청북도, 세종특별자치시 등에서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충청북도에서는
    윤진식 후보의 가족이 상대측 후보 관계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선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광역 지자체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 수성(守成)을 했다고 ‘자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새누리당이 역할을 제대로 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했기 때문이다.

  • ▲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은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할 수 있게 도왔다. [자료사진]
    ▲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은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할 수 있게 도왔다. [자료사진]

    실제 기초 지자체장과 전국 교육감 선거를 들여다보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장 선거 가운데
    3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민련이 차지했다.
    경기도 내에서도 수원, 성남, 고양, 부천 등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주요 도시는 새민련이 시장을 맡게 됐다.

    울산에서는 북구청과 동구청장 선거에서 통진당 후보가 선전했다.
    아무리 현대차 노조의 영향이라고 해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다.

    정당 공천은 아니지만 ‘이념적 대결’ 양상이 뚜렷했던,
    전국 17곳에서의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서쪽 지역’ 모두를
    소위 ‘진보 교육감’에게 내줬다.

    경북, 대구, 울산만 겨우 건졌다.
    그것도 현직 교육감을 내세워서.

    이를 모두 ‘세월호 참사’로 인한 후폭풍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여당의 역할 거의 없었던 6.4 지방선거


    이번 6.4 지방선거 전개과정을 보면,
    여당이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에서는 후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소송전까지 벌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과 혐오감을 느끼고 있을 때
    여당끼리 싸우는 모습은 서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도
    여당에서는 진심을 갖고 후보 캠프를 도와주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캠프 안에서 무슨 ‘자리’를 차지할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바깥 사람’이 보는 데서도 스스럼없이 드러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 뒤에도
    박원순 새민련 후보 측이 ‘네거티브’라고 지적하면
    찔끔해서 제대로 된 공세를 펴지도 못했다.

    옆에서 바라보는 서울시장 선거전은 후보 혼자서 싸우는 형세였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서는 벌써 "패배는 정몽준 탓"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경우에도 가까스로 이기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선거전이었다.
    ‘전략 공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부산 시민들이 잘 모르는, 부산에 대해 잘 모르는 후보를
    덜컥 공천하는 바람에 후보가 자리를 잡는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평소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부산 시민들의 ‘성향’이 아니었다면
    자칫 상대방 후보에게 시장 자리를 내줄 뻔 했다는 게
    현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 ▲ 6.4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 오거돈 무소속 후보. [자료사진]
    ▲ 6.4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 오거돈 무소속 후보. [자료사진]

    여의도 내에서조차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후보 경선을 마치 본선 치르듯이 치열하게 하고,
    정작 본선을 시작한 뒤에는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SNS나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중요한 데도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인다.
    후보가 지시를 내린 뒤에야 움직인다. 이런 복지부동은 처음 본다.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서울, 부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새누리당, 후삼국 시대 불러온
    무능한 통일신라 호족처럼 될 텐가?

  • ▲ 네이버가 중앙선관위 도움으로 서비스 하는 지방선거 개표상황 [사진: 네이버 화면캡쳐]
    ▲ 네이버가 중앙선관위 도움으로 서비스 하는 지방선거 개표상황 [사진: 네이버 화면캡쳐]

    후보만의 선거가 아닌, 정당끼리의 싸움인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손 놓고 구경만’한 탓에
    우리나라는 졸지에 동서로 분단된 것처럼 보인다.

    개표 상황 그래픽을 보면
    고려 건국 이후 1,100년 만에 한반도가 다시 삼국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후삼국 시대가 되기 전 무능했던 통일신라 말기가 떠오른다.

    자기들끼리 ‘계급’을 정해놓고,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고언에 귀 기울이지 않고 거드름을 피우는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성골, 진골, 두품을 정해놓고 배타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던
    통일신라 시대의 호족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없다면 지방선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새누리당을 보면
    나라가 쇠락해 가는 와중에도 밥그릇 싸움했던
    통일신라 말기 호족들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은가?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정몽준 후보가 ‘농약급식’ 등의 공세를 펼쳐나갈 때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민 안전’을 강조할 때도
    이런 문제가 서울시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 방’만을 원했다.

    이러니 1년 넘게 재선을 준비한
    박원순 새민련 후보에게 상대가 안 될 수밖에.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야 현장에 나타나 ‘중요한 말’을 했다.
    “박근혜 정부를 다시 한 번만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1인 유세였다.

  • ▲ 6.4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날 부산 영도 봉래로타리에서 1인 유세를 벌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자료사진]
    ▲ 6.4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날 부산 영도 봉래로타리에서 1인 유세를 벌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자료사진]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대통령 지지도, 여당 지지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대다수 국민들이 보기에
    새누리당은
    확고한 신념도, 조직적 행동도 없고, 현실 적응력도, 유연성, 포용력도 없이
    그저 자기가 빛나 보이는 자리만 쫓아다니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구태’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들의 ‘사심어린 투쟁’ 때문에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가
    다시 동서로 나뉘어 대립하는 구도로 변하고 있다.

    여당이라면 이런 국민들의 분열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신념'을 백안시 하는 세력과 '타협"하라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은 또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선거에서 선전한 후보들의 등 뒤에 숨어 논공행상을 벌일 건가?
    또 여의도 어느 한 구석에 나타나
    “그 선거 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랑하며 자리 구걸하고 다닐 건가?
    그런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걸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

    새누리당이 며칠 전 전국 곳곳에서 1인 유세를 벌이며
    “거듭 나겠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했던 말에 진심이 담겨있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오는 7월 30일 재보궐 선거에서 ‘치욕’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보선이 다가오니까 또 한 번 “울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