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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자신없는 얼굴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싱거웠다.
6.4 서울시장 선거 전일까지 뜨거웠던 여야 간의 공방은 투표함을 열기도 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투표 종료시각인 오후 6시에 맞춰 공개된 방송사의 출구조사는 서울을 ‘접전’ 지역이 아닌 ‘우세’로 지목했다. 개표 시작과 동시에 벌어진 두 후보 간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서울시장 선거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1 오세훈 시장이 물러난 이래 또 다시 야권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을 안기게 됐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지더라도 박빙일 줄 알았는데 이 정도 일 줄 몰랐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 鄭 측 “세월호 사태 대응 잘 했더라면…”예상외 패배는 아니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이번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민련 박원순 후보를 앞선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접어들수록 오히려 정 후보의 지지율은 올라서지 못했다.
정 후보 측은 패배 1차적 원인으로 세월호 사태를 꼽는다.
정부의 재난대응체제가 붕괴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연쇄적인 사과 및 유가족과의 뒤늦은 만남이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과(過)는 청와대에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같은 당 경기, 인천지역 후보들에 비해 많이 빠지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 세월호 참사 여파 때문에 여당의 지지도가 10% 이상 빠지자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경선을 일주일 이상 순연시키며 정 후보에게 작은 컨벤션효과를 안겼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경기도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선전했고 역시 인접해 있는 인천에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승리한 점은 정 후보 측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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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출구조사 결과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나오자 주위에서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몽준 막내아들, ‘미개’ 발언 각인”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엄정중립을 강조하며 거리두기를 해왔다.
그러나 정 후보의 예상 밖 참담한 패배에 심정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 소속 서울시장과 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서울시장은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갖는다. 서울시와 관련된 정책 수립, 국가 규모의 업무 배분 및 기획 조정에 참여한다.
청와대와 당 안팎에서 정 후보의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글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온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인인 김영명 여사가 이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알려지면서 일을 더 키웠다는 의미이다.
정 후보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을 덮을 만한 선거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정 후보의 한계로 꼽힌다.
선거 막바지에 박원순 후보의 농약급식 논란을 전면에서 밀어붙였지만 대응 방법은 미숙했다.
박 후보는 “급식 식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됐을 가능성은 미미하다”라고 밝혀 공격의 여지를 뒀다.그러나 정 후보 측은 감사원 결과보고서를 효과적으로 국민의 마음에 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대변인단은 매일 비슷한 내용의 논평을 쏟아내 정 후보를 ‘네거티브 후보’로 만들었다.한 여당 관계자는 “정 후보의 국민 미개 발언이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됐던 것 같다. 그 발언 이후로 한 번 일어서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고 밝혔다.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