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27일 방송에서 요동정벌을 주도했던 서인석은 고려의 충신답게 나라의 제단 위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 긴 감동과 여운을 남겨준다.

    최영(서인석 분)은 요동정벌을 주장하며 앞장섰다. 최영과 함께 요동정벌에 나섰던 이성계(유동근 분)는 최영과 우왕(박진우 분)의 명을 거스리고 위화도에서 회군했다. 그 과정에서 최영은 유배되고 우왕은 폐위되어 강화도로 유배갔다.

    명나라에서 우왕을 폐위하고 창왕을 옹립한 것을 모반으로 문제삼자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이를 무마하려고 한다. 사신으로 이색(박지일 분)과 이방원(안재모 분)이 결정되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대두된다.

    말이 사신이지 약소국의 사신은 아차하는 순간 조금이라도 명나라 황제 비위를 건드리면 유배를 가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거나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요동정벌이 잘못이라는 것을 믿도록 해야 한다.

    사신들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명나라를 거스리고 요동정벌에 앞장 섰던 최영을 죽여야 한다는 상소문이 빗발친다. 최영이 있는 유배지에 군사들이 가 최영을 도성으로 압송해 감옥에 가둔다. 



    최영은 정적이 된 이성계를 마지막으로 불러 부탁을 한다. 비록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 대척점에 섰지만 서로를 향해 진심을 다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가슴 뭉클하다. 이성계를 아들같이 아끼고 끝까지 자신을 믿어줬던 최영의 죽음을 봐야하는 이성계는 뼈 마디가 끊어지는 듯한 오열을 한다.

    많은 백성들이 최영장군을 애통해 하며 지켜본다. 정적들도 말할 수 없는 침통함과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이인임은 수치스러운 조롱과 차가운 외면 속에 비참하게 죽어갔다. 최영장군은 정적들조차 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한다.

    뼛속까지 고려인인 최영은 평생 고려를 위해 사지를 내달렸다. 흰 머리를 휘날리며 한 치의 두려움 없이 적군을 향해 고려를 위해 사자처럼 내달렸던 최영. 나라 안팎으로 명성을 휘날렸지만 황금을 돌같이 여기던 청렴리의 상징인 최영장군은 죽음 앞에서 조금도 두려움이 없다. 위엄을 잃지 않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내가 권세를 탐하였다고? 허허허! 나 최영! 이 자리에서 다짐을 하겠소이다!
    내 평생에 단 한순간이라도 사사로운 욕심을 품었다면 내 무덤에서 풀이 자랄 것이로되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외다!
    다들 똑똑이 들어 들으시오!
    대고려국 만세!"

    최영의 요동정벌론과 이성계의 요동불가론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만약 위화도에서 회군하지 않고 최영과 힘을 합쳐 요동정벌에 나섰다면?  아직도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한 번쯤 의문을 품게 하는 우리나라 역사의 판도를 가르는 엄청난 사건이다.

    떳떳한 삶을 살았기에 죽음 앞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충신과 장군의 고결한 품격으로 맞이하는 최영의 죽음은 숭고하면서도 아름다워 강한 여운을 남긴다. 

    정치는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치고 올라가는 게임이 계속되어 밀리면 역적으로 몰린다.
    올곧은 고려의 충신 최영 장군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참담한 죽음을 맞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