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26일 방송에서 박영규가 가시 울타리 유배를 떠나는 도중  조재현 앞에서 피를 토하며 최후를 맞는 비참한 말로가 그려진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정도전(조재현 분)의 경고를 무시하고 유배지에서 정권탈환의 욕심을 버리지 않은 이인임(박영규 분)은 조민수(김주영 분)를 사주해 정도전과 이성계(유동근 분) 일당을 몰아내려다 정도전의 반격으로 역풍을 맞는다.

    정도전은 이인임을 옭아매기 위해 조민수 뒷조사를 하여 조민수가 토지를 횡령한 사실을 밝혀낸다. 여유자작하게 유배생활을 즐기던 이인임은 감옥 같은 외딴 섬의 유배지로 가게 된다.

    왕이 정계 복귀를 하라는 명을 내릴 것을 의심치 않으며 손꼽아 기다리던 이인임은 이성계가 군사를 데리고 오자 의아해한다. 정도전에게 반격을 당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어명을 받으라는 포졸의 명에도 꼿꼿이 서서 어명이 적힌 종이를 포졸의 손에서 낚아채 읽는다. 조민수 사주와 가시 울타리 유배라는 어명이 적힌 글을 보고 땅바닥에 팽개친다.  



    권력이 무엇이기에 죽음을 앞에 두고도 집착의 끈을 더욱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가? 이미 다 끝났는 데도 권력의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는 허황된 생각을 버리지 못할까? 단순한 관성의 법칙일까? 한 번 떨어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음부라도 되는 것일까?

    머리를 풀고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오라에 묶여 가시 울타리 유배를 떠나는 이인임의 모습에서 권력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이인임은 자신이 있을 곳이 도성이라며 도성으로 가야된다고 왜 도성과 거꾸로 가냐고 최후까지 끈질기고 무섭게 권력에 집착을 버리지 못 하고 수레에서 굴러 떨어지며 저항한다.

    과거 화려하게 누리던 권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행세하는 이인임과 그런 그를 그저 미친 늙은이로 바라보는 군사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군졸에게 얻어 맞고 폐결핵을 앓던 이인임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는 이인임 앞에 정도전이 나타난다. 이인임이 어찌 여기까지 발걸음을 하셨는가 묻자 정도전은 말한다.

    "알려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당신의 시신이 한줌의 흙이 되기 전에 고려가 몰락하는 것을 볼 것입니다.
    당신 때문에 유자의 몸으로 역성 혁명을 꿈꾸는 괴물이 되었소이다!
    그건만은 진심으로 감사하외다!"

    "그대는 아직은 괴물이 아니오. 단지 이상향을 꿈꾸는 순수한 선비일 뿐!
    하나 이제 진짜 괴물이 되겠지. 괴물은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합해질 때 탄생되는 것이니!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외다."

    이인임은 정도전에게 저주를 퍼붓고 정도전이 보는 앞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인임도 괴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리라. 처음에는 누구나 순수한 이상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권력을 쥐게 되면 괴물로 변하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