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이병철 회장 운전기사가 김동길 선생에게 한 말

    "李 회장님은 삼성보다도 나라를 더 생각하신 분입니다."

趙甲濟   

"국가가 부흥하면 삼성 같은 건 망해도 또 생길 수 있다.
국가가 망하면 삼성은 영원히 없어진다."
서울시내의 한 빌딩 안엔 故(고)李秉喆(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요약하여 새겨놓았다. 
   
   人材第一(인재제일)
   事業報國(사업보국)
   合理經營(합리경영)
   
   이 3大 원칙엔 李秉喆의 위대한 안목이 녹아 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말이다. 
   
   1. 기업경영의 원리를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였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人材육성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일자리는 모자라고 사람은 남아돌던 시대에 인재발탁과 교육을 중시한 偉人(위인)이다. 
   
   2. 국가건설期의 한국에서 기업의 존재목적이 富國强兵(부국강병)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게 기업인의 애국이다. 그는 안중근, 유관순에 못지 않는 위대한 애국자였다. 
   
   3. 경제는 과학이다. 집념, 뚝심, 배짱 같은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요소가 아니라 합리성이 成敗(성패)의 관건이다. 치밀한 계획과 정확한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는 뚝심은 蠻勇(만용)이다. 
  
   오늘 金東吉 선생과 함께 기차를 타고 대전에서 열리는 강연장으로 가면서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 그룹 창립자 李秉喆 회장을 수십 년간 모셨던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탄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늙은 기사는 金 박사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 한다. 
  
   "李秉喆 회장님은 삼성보다도 나라를 더 생각하신 분입니다." 
  
   
  • 1983년 12월 초 李秉喆 三星그룹 회장은 조선일보 鮮于煇(선우휘) 논설고문과 對談(대담)하였다. 필자가 정리하여 月刊朝鮮 1984년 1월호에 실었던 對談錄중 일부를 소개한다. 운전기사의 말이 실감 날 것이다.
  •    
       李秉喆은 먼저 자신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재미 삼아 한 일이라고 말하였다. 
       "가정에 돈이 많아 돈을 꼭 벌어야 할 사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놀기는 심심하고 갑갑하고. 그래서 사업을 하였는데, 이게 재미 있더란 말입니다. 재미, 그래서 재미 있게 살기 위하여 사업을 한 셈입니다."
       
       그는 "한 십년쯤 사업을 하고 나니까 해방이 되어 이제는 나라를 위하여 일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7~8년이 지나니 이제는 나라에도 도움이 되고 人類(인류)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뭐 돈에 욕심이 있다, 삼성을 키워야겠다, 그런 욕심이 없어졌어요. 나라 전체를 위하여 도움이 된다면 微力(미력)이나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현재 갖고 있어요. 제가 회의 때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삼성이 중요하냐, 국가가 중요하냐. 국가가 중요하다. 국가가 부흥하면 삼성 같은 건 망해도 또 생길 수 있다. 국가가 망하면 삼성은 영원히 없어진다. 그러니 국가가 우선이다. 그걸 투철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人生 최후의 도박으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나라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4000만 국민을 가진 우리나라가 어떻게 하든지 경제적으로 부흥이 돼야 우리나라가 유지되겠는데… 경제력 없는 국방, 정치는 무의미하다, 물론 국방 없는 경제도 있을 수 없지만… 4000만 국민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데 제가 미력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게 뭐이냐고 고심했십니다. 제가 5년 더 살지, 10년 더 살지 모르겠지만… 제가 유전 공학, 반도체 이렇게 찾아보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십니다.
       
       반도체 산업이 없다는 건, 이거 석유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가부간 이걸 맹글어 봐야겠다, 그것이 경영자의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암매, 작년(1982년) 여름이었지.
       
       그걸 하려고 여러 가지로 반도체 산업 실태를, 조사를 해보았는데 구라파는 아주 쇠퇴해서 문제가 안 되고 제일 기술이 발전한 것이 미국이고 양산 체제로 제일 이익을 많이 보고 있는 것이 일본이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에 교섭을 해봤더니 설계 기술은 낼 수 있다고 해.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안되제. 기업이 이익을 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일본의 양산 기술을 교섭하게 되었십니다. 반도체는 로봇, 티비 등에 널리 쓰이는 데 이것을 기초로 해서 제2차 3차 제품을 맹글지요. 그런데 이것이 모자라서 각종 전자제품 만드는 데 지장이 있십니다. 안 준다고요. 사려고 해도 일본 사람들이 안 주어요. 이번에 그걸 알았는데. 일본에 교섭이 들어갔는데 어림도 없어요. 이들이 안준다는 이야기는 안해. 지금 바빠서, 어쩌고 하면서 자꾸 피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NEC의 그 사람… 그래서 제가 농담을 했십니다.
       
       지금 바쁘다는 데 언제 끝나느냐, 10년 걸리는가, 20년 걸리는가. 그랬더니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 아니지만 하는데 속으로는 한국 네까짓 게 무슨 반도체냐, 냉소하는 것이 비쳐. 환하게 보이더라고. 화나게 됐제… 그렇지요? 지는 우리를 무시하고 나는 또 지를 무시한다, 그게 부딪쳤어. 애… 반년 이상 갔제, 아매. 더 적극적으로 나갔지. 대사관에 부탁한다, 일본의 政客(정객)을 동원한다, 각료회담에 의제로 삼는다, 심지어 頂上(정상)회담에까지 정부에서 이 문제를 갖고 논의하고… 그래도 안 돼요. 아무래도 일본 기술이 와야 하는데 설계 제조 기술은 미국이 쥐고 있거든요. 업계, 政界(정계) 동원하고 이만저만 힘쓴 게 아닌데 그것만은 안된다는 게야. 그러다가 다행히 일본에 샤프라는 회사를 찾았제. 이 회사는 방침이 기술을 전부 공개하고 다른 데 파는 거예요. 돈받고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기술을 널리 보급하자는 게 그 회사의 社風(사풍)인 깁니다. 
       
       기술을 사가지고 간 쪽에서 돈을 벌어야 좋아하고 안 벌면 싫어하는 이상한 회사라. 여기에 교섭이 들어갔제. 몇 달 시간을 달라는 거에요. 그 동안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참 많았십니다. 교섭하는 게 탄로가 났어요. 샤프가 아주 곤란하게 됐지. 기자들이 찾아가서 왜 너그만 주려고 하느냐, 딴 업자들로부터도 공박을 많이 받았지요. 國賊(국적)이다, 그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그 이야기 듣고도 샤프에서는 태연해. 기술을 줄 테니까 당분간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나 그 기술은 얕은 기술이지. 그래도 우리에게는 필요하고. 그리고 미국에서 또 고급 기술이 들어오고 해서 일단 기술 도입은 성공했십니다."
      
       좌편향 한국사 교과서엔 노동운동가 전태일과 관련된 기사는 많지만 李秉喆은 완전히 무시하여 이름 석 자가 실리지 않았다. 

    [사진 = 뉴데일리 DB]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