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왜 안하나…전 언론 일제히 보도에 ‘침묵’국민 78% “日 바뀌어야 정상회담” 여론에 부담 느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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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담에 참석한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담에 참석한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한-미-일 정상회담은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20일 오전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발언이다.
    전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재된 이후 모든 언론이 일제히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사 소식을 전했지만 청와대의 공식발표는 없었다.

    청와대의 침묵은 비단 민경욱 대변인만의 일이 아니다.
    청와대의 주요 공식채널 모두가 [모르쇠] 모드에 돌입했다.
    핵안보정상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나흘 남짓.
    현재 청와대의 자세는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타진해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만일 헤이그에서 한-미-일 세 나라의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세 나라는 극적으로 북핵문제, 우크라니아 크림반도 사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 된다. 
    그러나 ‘극적인 성사’에 감동은 일찍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19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것으로 결론짓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상회담은 시기상조지만, 3국 회담은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도 이를 최종 승인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결정했다. 한일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상당히 강했다”고 설명했다.

     

    ◆ “우리 국민 96%, 日 침략행위 반성 안해”

    그렇다면 이미 결정된 사안을 청와대는 왜 공식발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일단 일본 정부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10명 중 7명은 일본의 과거사 개선 없이는 정상회담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전쟁 중 침략행위 등 과거사에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무려 96%에 달했다.

    미국의 요구로 핵, 안보 분제를 중점으로 하는 원포인트 정상회담이 되더라도 거센 국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를 향해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고노담화 승계 이외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신사참배 중지 등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된 외교정상화 방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 ▲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일본 아베 총리(왼쪽)가 미국의 중재로 한미일 정상회담에 나설 전망이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일본 아베 총리(왼쪽)가 미국의 중재로 한미일 정상회담에 나설 전망이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직접 설득 없어… 언론 뒤로 숨은 靑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적극적인 주도로 성사됐다고 한다.
    북핵문제와 함께 한반도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한 한미일 3각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핵 안보는 이번 회의의 핵심의제로 북핵은 3국이 공동으로 풀어야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관계자는 “한미일 협력체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이 3자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 간 단독회담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은 외교라인의 일부 당국자 입을 통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됐을 뿐 공식 채널을 거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을 향한 설득을 피하고 언론 뒤로 숨었다는 뉘앙스를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 여론의 추이를 살핀 뒤에 발표해도 늦지 않는다는 비겁함까지 묻어난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두고 4차 핵실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도 한미일 공조 복원을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다.

    실제 한일 양쪽 여론조사를 보면 양국의 관계 회복을 원하는 목소리가 50%를 넘겼다.
    장기적인 관계 교착 상태에 대한 양국 국민 모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행동을 계속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3국 정상회담 성사로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에 전환점을 기대하는 국민적 분위기가 분명하다는 의미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을 설득하는데 겁을 먹고 주춤거리기만 한다면, 자칫 우리 국민은 설득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국민기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대화를 위한 회담은 안한다"는 대통령의 뜻에 공감했다.
    지금껏 보여온 박근혜 대통령의 올곧은 외교기조에 보낸 신뢰였다.

    “넓게 듣겠습니다. 바르게 알리겠습니다.”라던 박근혜정부의 국정홍보 슬로건이 멀게 느껴진다.

  • ▲ 지난해 4월 공개한 박근혜정부의 국정홍보 슬로건. 넓게 듣겠습니다. 바르게 알리겠습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지난해 4월 공개한 박근혜정부의 국정홍보 슬로건. 넓게 듣겠습니다. 바르게 알리겠습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