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우근민에 구애 “어떤 선택하셔도 존중”

[제주 현장=오창균 기자]

제주지사 자리를 둘러싼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제주를 상징하는 관덕정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제주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만큼
제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각오,
경제 규모의 한계 극복을 통해
[제주의 가치]를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한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한 자리였다.

핵심은 잃어버린 제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제주의 봄]으로 요약된다.

원희룡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상생과 협력을 통한 편가르기의 종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제주지사 경선 불참을 선언한
우근민 현 지사에 대한 질문에
무척이나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정중한 예우]
[훌륭하신 선배님]
[후배로서의 간곡한 부탁]
[훌륭한 정책과 업적 계승] 

나아가 전임 제주지사들이 참여하는
[공동정부 구성] 제안까지.

사실상 우근민 현 지사를 향한 구애였다.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 결정으로
당내 공천티켓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섰다고는 하지만,
우근민 전 지사의 협력과 지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완벽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원희룡 전 의원은
우근민 지사가 당에 잔류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며,
[우리 제주도를 살리는데 힘을 보태 달라]고
누차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기자회견 주요 내용이다.

“제주는 저를 키워준 어머니이다.
제주의 변화와 새 시대를 열라고
사랑하는 어머니 제주가 저를 불러주셨다.

저를 불러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부름에 응하고자
가슴 뛰는 여광을 안고 주저 없이 이 자리에 섰다.

제주의 꿈은 곧 제 꿈이다.
우리는 제주의 가치를 높여 인구와 면적,
경제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해야 한다.

우리가 키운 제주의 가치가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를 뒤덮고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해야 한다.

저는 농수축산과 관광 등 기존산업을 고도화하고
제주인과 문화와 환경을 자본으로 하는 창조적 성장을 통해
제주의 경제규모를 현재의 12조 규모에서 25조 규모로
5년 이내에 두 배 이상 확대해 나가겠다.

제주의 가치인 문화와 자연환경에 창의성을 더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자연의 신비와 청정 환경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난개발을 막고 바로잡겠다.

제주 자연의 가치와 어울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갖춰야 한다.

제주의 문화가 세계인의 문화감각과 교류하고 융합하는
문화의 체험장이 되게 해야 한다.
제주의 문예부흥 르네상스를 일으키겠다.

제주도민은 위대하다.
일제 강점과 4.3으로 파괴된 공동체와 척박한 땅 위에서
피와 눈물과 땀으로 오늘의 제주를 만들어냈다.

가장 아픈 역사인 4.3을 화해와 상생으로 풀어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위대한 제주도민과 늘 함께하며 제주의 길을 열어가는 것은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도울 수는 있지만
도전과 책임은 제주도지사의 몫이다.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

저는 제주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저는 도민의 참여와 협치(協治)를 실천하겠다.
제주도지사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제주의 꿈을 현실의 정책수단으로 담아내는 자리다.

다음 선거를 위해 권력을 쓰는 도지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권력을 나누는 도지사가 되겠다.

제주의 공동체를 아끼고 보듬어서,
우리의 아픔을 아울러서,
제주 사람들이 제주의 모습으로 온전히 살 수 있는 길을 터 나가겠다.

저는 제주의 주체성과 이익을 지키겠다.
급속히 진출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제주도민이 주인되고,
제주의 것은 제주도의 것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상생협력의 틀을 만들겠다.

특별한 아픔인 강정마을의 자존심과
제주공동체의 의리를 지키는 자세로,
가슴으로 듣고 머리를 맞대겠다.

제 어머니 제주의 가치를 키우는 길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

겸허한 자세로 누구에게나 듣고
부지런하게 모두의 지혜를 모을 것이다.
저는 오로지 도민 여러분만 믿고 가겠다.”

원희룡 전 의원은
기자회견 후 우근민 전 지사와의 향후 관계를 묻는 질문에
“본인께서 어떠한 선택을 하시더라도 존중하고,
어떤 경우라도 그동안 저를 격려해주신
인생 선배에 대한 고마움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한 제주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전임 제주지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도민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전 의원은 이어
우근민 전 지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고뇌에 찬 결단 해주시길 후배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
앞으로 가장 강력한 후견인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도지사로 당선될 경우,
전임자들을 폄하하지 않고
그들의 업적과 좋은 정책을 계승하는 등
정중한 예우를 다해 편가르기를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우근민 지사의 불참으로 새누리당 경선은
원희룡 전 의원, 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김방훈 전 제주시장, 양원찬 재외제주도민연합회장 등
4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우근민 지사는
새누리당 경선 과정을 지켜본 뒤,
무소속 출마 강행 혹은 원희룡 전 의원 지지선언 쪽으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