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安, 정권교체보다 시급한 야당교체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안철수는 처음부터 “이 x도 말고 저 x도 말고...”로 시작하지 말고
    “지금의 야당으론 아무 것도 못 한다. 야권을 새로 짜고 그 여세로 정권교체를 하자”는 시나리오를 들고 나왔어야 했다.
    “이 x도 밀치고 저 x도 밀쳐 온전히 새 세력을!"라고 외쳐보았자,
    말은 좋지만 실제론 될 일이 아니었다.

    ”새 사람에 의한, 새 하늘, 새 땅...“이란 것은
    재림예수나 미륵불 소관이지 안철수 소관이 아니다.

    도대체 대중민주주의 시대의 세속 정치에 [새]가 어디 있나?

    우선 [새 사람]이라는 부터가 없다.
    다 하다가 한 물 두 물 간 구인(舊人)들이 모여들어
    ”새 정치...“ 어쩌고 한 게 그간의 [제3 정당] 운동의 역사였다.

    김한길-안철수 신당론은 결국,
    그런 한계를 뒤늦게 실감한 안철수의 궁여지책과,
    밤낮 당내 대주주(친노파)의 눈치나 봐야 했던 김한길의 서러움(?)이 합쳐진 작품이었다.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다른 여러 기준에서는 비판적-부정적으로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창당선언 직후 나온 대부분의 반응들은 그런 부정적이고, 풍자적인 것이엇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기준에서만은 굳이 나쁘다고 할 것만은 아니다.
    친노파의 야당지배,
    그리고 민족해방 계열의 야당지배를 털어버려야 한다는 당위에서는
    [야당 새판짜기]란 유동성이 그렇게 나쁠 건 없다는 말이다.

    김한길은 본래,
    민주당 안의 친노파 및 민족해방 계열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기껏 가봐야  그저 [중도적 진보] 정도나 할 사람이다.
    그리고 민주당 자체도,
    김대중 때까지만 해도  [중도적 개혁정당]이란 스펙트럼을 내걸던 정당이었다.
    그렇다면 김한길은,
    더이상 이념적으로 편향된 [외인부대]에 안방을 내주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그들과 빠이빠이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한국 야당을 위해서나,
    대한민국을 위해, 
    [마땅하고 옳은 일]일 것이다.

    안철수 역시
    힘겨운 일,  버거운 일, 감당 못할 일, 되지도 않을 일을 부르짖기보다는,
    비슷한 [중도] 색깔인 김한길과 합쳐서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조건]으로서의  [야당교체]를 부르짖는 편이
    한결 명분도 설 것이고 현실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 만큼 지금의 민주당은,
    거의 자멸하고 있는 정당,
    자멸한다 해도 별로 이상하게 여길 일이 아닌 정당이 돼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지금의 민주당으론 안 된다"는 게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야당은 본래 애국적 야당이었다.
    반독재 투쟁에서는 권위주의 집권 여당에 죽기 한사하고 대들었지만,
    그 때의 전통야당은 대한민국의 탄생의 이유와 존재의 이유에 관한 한에는
    여당 못지않게 투철한 자유민주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런 애국적 야당은 그러나
    1980년대 386 운동권이 기어들어오면서부터
    이상야릇하게 왜곡되었다.

    그렇게 왜곡당한 야당은
    처음에는 민족해방 계열의 숙주 노릇을 하더니,
    그 후론 기생충이 갈수록 숙주를 넘보고 잡아먹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명숙 민주당 후로는 이 추세가 한층 더 노골화 되었다.
    한미 FTA를 이완용의 매국행위로 낙인 찍고,
    8. 15 경축행사를 따로 하고,
    천안함 폭침을 [침몰]이라 하고,
    통진당과 선거연대를 하고,
    북한인권법을 사갈시 했다.
    김한길도 명색이 당대표인데도
    늘 그런 이질적 [도래인](渡來人)들의 위세에 눌리고 밀리며 살았다.

    그런 김한-안철수 두 사람이기에,
    이번 신당창당 선언을 계기로
    그들이진심으로 야당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그들은 마땅히 여당을 교체하겠다고 하기 앞서,
    NL 증후군에 볼모잡힌 지금의 야당부터 먼저 교체하겠다고 해야 한다.

    이런 요청에 비추어,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이
    [튼튼한 안보에 바탕한 통일]을 말한 대목만은 그런대로 평가할 만했다.

    그러나 이 대목 하나만 보고 무엇이 어떻다고 평할 수는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발표문 상의 수사학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광에 대해 진심어린 존중과 애정을 보이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정권의 반(反)인도 범죄에 대해
    분명한 단죄의 입장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 인권법>을 계속 적대할 것인지 아닌지부터 밝혀야 한다.
    이렇게 해서 [충성스러운 야당](loyal opposition) 본연의 위상을 복원해야 한다.

    이 시점에선 다만
    김한길-안철수 두 정치인의 합리적 선택을 당부하는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다.
    아직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속단하지 않고 당분간 더 주시하기로 하겠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