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월,화드라마(밤10시) <따뜻한 말 한 마디> (연출 최영훈, 극본 하명희) 14일 방송에서는 재학과 은진이 서점에서 한 여름밤의 꿈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며 애틋한 눈길을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은진(한혜진)이는 글 쓰는 일을 한다. 이 날도 글을 써서 감독에게 넘기고 늘 다니는 좋아하는 서점에 들른다.

    아무한테도 은진과의 사랑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재학(지진희)은 아내(김지수)에게 들키고 만다. 한 때의 남자들의 흔한 욕망으로 믿고 싶었던 미경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다.  

    마음이 복잡한 재학은 차를 타고 지나다가 서점에 들른다.

    이혼하려고 하나씩 정리하고 있는 은진은 뻔뻔할 정도로 남편(이상우)에 대해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이 담담하다. 이혼 후 살길 찾기에만 몰두한다.

    이 날도 서점에 들러 열심히 돌아보며 책들을 보다가 재학이를 본다.   



    숨이 멋은 듯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돌아선다.
    돌아서 나가려다가 몰래 숨어서 재학이를 훔쳐본다.

    애써 잊으려 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경이가 귀족이 잘못한 하인을 불러 꾸짖듯이 아무때나 불러서 심문해도 대기조처럼 불려나가 미경이가 쏟아내는 독설들을 말없이 받았다. 

    어쩌면 깨끗이 정리하려고 도저히 마주 대할 수 없는 미경이를 만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은진이는 재학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뜬다. 아직도 못 있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읽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재빨리 서점 밖을 나가 쓸쓸히 걷는데 재학과 마주친다.
    발이 땅에 붙어 서로를 아무말 없이 바라본다.

    이윽고 재학의 눈에 이슬이 맺히더니 점점 눈 안에 가득 채워진다. 마치 서러운 아이처럼 눈물이 가득 고여서 은진이를 바라본다.
    여자의 눈물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지만 남자의 눈물은 땅이 갈라지는 듯한 충격을 준다.

    "안녕하세요!"

    먼저 은진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메마른 목소리로 담담히 묻는다.
    애절하게 바라만 보던 재학은 

    "안녕하세요!"

    은진이도 한참 바라본다.

    "네! 안녕해요!"

     

    뒤돌아서는 은진의 얼굴에는 남편 앞에서는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다양한 감정으로 얼굴이 풍성해진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외세침입이 잦은 한국인이 아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쓰는 말이다.

    아무말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단지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 이렇게 수 많은 말과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니!

    성수와 이혼하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듯한 은진이, 서점 앞에서 은진이를 만난 후 미경한테 찾아 가 원하는대로 이혼해 주겠다고 말하는 재학이.

    다른 사람들처럼 바람을 핀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랑으로 생각하기에 잠자리까지 거부했던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정말로 이혼하고 두 사람만의 특별한 사랑을 꿈꾸는 것일까?

    [사진출처=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