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주말드라마(토일 오후 7시 55분) <왕가네 식구들> (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 12일 방송에서
    왕가네 집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대사건이 거센 폭풍과도 같이 왕가네를 강타한다.

    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멘붕 상태에 빠진 왕가네 식구들의 절망과 아픔에 안방극장 시청자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함께 한숨 짓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수박(오현경)이가 왕가네 집 문서를 몰래 빼간 무서운 일이 참혹한 결말로 드디어 닥쳤다!
    왕가네 식구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던, 목숨과도 같던 정든 집을 한순간에 잃게 된다.

    모두들 큰 충격 속에서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왕봉과 이앙금 부부만큼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노래지고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질까? 


    왕봉(장용 분)과 이앙금 (김해숙 분) 부부는 분노에 싸여 수박(오현경 분)이를 몰아 세우고 앙금이는 너 죽고 나 죽자며 죽일 듯이 달려든다. 한바탕 휘몰아치던 분노의 폭풍이 잠잠해지자,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이 풀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왕봉과 이앙금은 식구들 앞에서 애써 태연한 척 한다.

    식구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자, 왕봉은 대문에 걸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문패를 애지중지하는 자식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으며 차마 문패를  떼지 못한다. 

    가족들의 질타를 견디지 못 하고 집에서 도망나갔다 밤중에 도둑 고양이처럼 몰래 집에 돌아오던 수박이는 담벽에 숨어 문패 앞에서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훔쳐보며 가슴을 쥐어 뜯는다. 


    모두들 돌아가고 둘이 남은 방에는 쓸쓸한 적막이 흐른다. 그제서야 자식들 앞에서 차마 못 했던 가슴속 속내를 하나씩 처량하게 줄줄이 풀어낸다.앙금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한 마디 한 마디 힘들게 말한다.

    "구석 구석 인사 잘했어? 난 작별인사도 못 하겠네. 눈물이 앞을 가려서..."
    "구석 구석 우리 손 때 안 묻은 데가 어딨어? 맨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손 볼 때가 좀 많았어?

    대문이며 창틀이며 마루바닥 하나 하나 창틀 하나 하나
    우리 둘이서 기름칠 하고 페인트 칠하고 밤이나 낮이나 닦고 문지르고
    그러고도 우리 집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둘러보고 또 둘러보고..."

    "우리 문패 달던 날 생각나? 당신 이름 써 붙인 문패를 딱 하니 걸면서 우리도 고생 끝났구나
    ,
    우리도 살다보니 이런 날이 있구나! 드디어 우리도 집이 생겼구나!
    그 날밤 우리 둘이서 손 붙잡고 울던 거 생각나?"

    흐느끼며 잠잠히 듣고 있던 왕봉이 남자 체면 때문에 울지도 못 하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아내한테 나즈막히 말한다.

    "내가 다시 이 문패를 걸 수 있을까?
    애들은 다시 시작하자고 하지만 내 나이 육십 넘어서 뭘 다시 시작할 수 있나!
    내 생전에 다신 내 집 못 갖지!"

    "나도 늙어 어디 가서 식모살이 못 해..."

    방바닥에 아무렇게 주저 앉아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앙금이는 서글프게 말한다.

    "젊을 때 같으면 까짓거 시간이라도 있지만
    이제 인생 마지막 정리할 땐데 그게 너무 가슴 아퍼...
    이왕 망할 거면 좀 더 젊었을 때 망하던가!

    마지막 전 재산인 집까지 날리고 보니 세상 아무 낙이 없어 무릎에 힘이 안 들어가...
    주저 앉아서 다신 못 일어날거야!"

    왕봉과 앙금은 밤새도록 한탄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광박(이윤지 분)이 아무도 다친 사람없지 않냐고 위로할 때 앙금이는 '네 일이 아니라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라.내게 집은 생명보다 더 한 것이다' 말해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왕봉이 '내가 다시 이 문패를 걸 수 있을까' 서글프게 읊조리던 말이 메아리처럼 울린다.

    [사진출처= 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