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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 삭제 흔적과 함께 사라진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무엇보다
그 동안 일관되게
[대화록 삭제는 없었다]던 야당과 [친노인사]들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정치권과 달리
검찰 안팎의 관심은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당시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여부 및 그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검찰의 조사결과가
지난 2월 검찰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했다]고 진술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의 증언과 결과적으로 일치해,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조명균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를 받고
청와대 실무진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조명균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향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다음 대통령도 대화록을 봐야 하니,
청와대에 두지 말고
국정원에 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2일 나온 검찰 잠정 수사결과의 핵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에서
2007년 당시 남북정상화담 대화록을 삭제한 흔적이 나왔고,
[사초 증발] 논란을 일으킨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 이를 복구했다는 것이다.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찾아내 복구한 대화록이
국정원 보관본과 같다고 덧붙였다. -
<이지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사용된 문서관리시스템을 말하며,
검찰이 말한 <봉하 이지원>은 <이지원>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검찰은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가기록물 반출 사건> 수사 당시
<봉하 이지원>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압수해 국가기록원 창고에 보관해 왔다.검찰은,
<봉하 이지원>이 청와대의 <이지원>을 그대로 복사했기 때문에
삭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검찰은 대화록 삭제의 경위도 밝혔다.
대화록이 이지원에 탑재됐으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기 전에 삭제됐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이지원>에 탑재된 대화록을
어떤 이유에서든 이관 대상인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대화록 삭제에 관한 검찰의 판단에 따른다면
당시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비서실 관계자들의 현행법 위반 사실은 분명해진다.<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및 그 보좌기관이 생산하는 기록물을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같은 법 제2조 및 7조)즉, 대통령이나 그 보좌기관 등이 생산하는 기록물은
생산과 동시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2007년 남북정상화담 대화록>은 명백한 [대통령기록물]로,
생산과 함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어야 했다.<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당선인 및 권한대행 포함)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 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가. 대통령
나.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다.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제7조(생산ㆍ관리원칙)
① 대통령과 제2조제1호나목 및 다목의 기관의 장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만약 누군가가 고의든 과실이든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거나,
심지어 삭제했다면 [사초 훼손]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대화록 삭제 흔적을 찾아내면서,
이제 수사의 초점은 당시 청와대 비서진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여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다음 주부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 수십여명을 차례로 불러
대화록 삭제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쟁점 중 하나가
대화록 실종과 관련돼 그 동안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보인 태도다. -
검찰은
[참여정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대통령기록물] 전체를 확인한 결과,
정식 이관된 기록물 중 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이관용 외장하드,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인 <팜스>,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
소스코드 및 데이터 저장매체 <나스>,
<대통령기록관> 서고에 있는 755만건의 이관 기록물 전체를 확인했다.그 결과
<국가기록원>에 정식으로 이관된 기록물 중에는 대화록이 없다.
이관된 기록물에서 빠져나간 흔적도 없다.- <2007년 남북정상화담 대화록 실종 사건> 잠정수사 결과 중 일부
검찰의 이런 잠정 수사 결과는
그 동안 [사초 증발]과 관련 돼,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주장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친노인사]들은 지금까지
모든 정상회담 관련 기록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고 말해 왔다.[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낸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지난 7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지원> 문서의 이관 과정을 자세히 [증언]하기까지 했다.대통령 보고와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당시 제1부속실 기록물 담당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됐으며,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7월 1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참여정부]의 마지막 대변인이었던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같은 주장을 했다.참여정부가 무엇을 숨기겠다고 대화록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삭제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 7월23일 YTN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대화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문화일보>의 기사를 오보(誤報)로 단정 짓기까지 했다.청와대에 보관 중이던 대화록을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전량 폐기했다는 언론보도는 오보.[참여정부] 당시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정상회담과 관련해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었고 모든 기록물은 이관됐다.- 2012년 10월 17일, 문재인 의원.
정상회담 대화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심지어 이른바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대화록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그러나 검찰의 잠정 수사 결과는
[친노인사]들의 주장과 증언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검찰의 이날 발표가
755만건에 달하는 기록물 전체를 비롯해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을 샅샅이 뒤진 뒤 내린 결론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사초 증발]과 관련된 [친노인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크게 잃었다.대화록 실종에 대해
[친노인사]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당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처벌 여부 역시 또 다른 쟁점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있다.검찰의 잠정 수사결과는 상당 부분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 내용과 같다.
따라서 검찰이
조명균 전 비서관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청와대 실무진에 대한 처벌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분석이다.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청와대 비서진이
사실상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화록 삭제에 개입한 관계자들의 위법성이 조각(阻却)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일부 관계자를
[국가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유무죄 판단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법 30조 1항 1호)[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하거나
손상 또는 멸실시킨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같은 법 30조 2항 1, 2호)<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자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
2.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손상 또는 멸실시킨 자민주당을 비롯한 [친노인사]들이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을 역으로 이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기록물을 열람하기 번거롭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의 편의를 고려해
대화록을 국정원에 보관토록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경우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을 정면 부인한
자신들의 과거 발언을 스스로 뒤엎는 결과가 돼,
쉽게 입장을 번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