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봉하 이지원서 삭제 흔적 발견”문재인, 천호선 등 “대화록 폐기 없었다” 강변..검찰 수사결과에 ‘머쓱’
  •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007년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대통령기록관 내 대통령기록전시관에 전시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원본 관련 영상물.ⓒ 연합뉴스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007년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대통령기록관 내 대통령기록전시관에 전시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원본 관련 영상물.ⓒ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 삭제 흔적과 함께 사라진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 동안 일관되게
    [대화록 삭제는 없었다]던 야당과 [친노인사]들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과 달리
    검찰 안팎의 관심은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당시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여부 및 그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의 조사결과가
    지난 2월 검찰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했다]고 진술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의 증언과 결과적으로 일치해,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명균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를 받고
    청와대 실무진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조명균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향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다음 대통령도 대화록을 봐야 하니,
    청와대에 두지 말고
    국정원에 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나온 검찰 잠정 수사결과의 핵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에서
    2007년  당시 남북정상화담 대화록을 삭제한 흔적이 나왔고,
    [사초 증발] 논란을 일으킨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 이를 복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찾아내 복구한 대화록이
    국정원 보관본과 같다고 덧붙였다.

  • ▲ 지난 6월24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 짜리 발췌록.ⓒ 연합뉴스
    ▲ 지난 6월24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 짜리 발췌록.ⓒ 연합뉴스

    <이지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사용된 문서관리시스템을 말하며,
    검찰이 말한 <봉하 이지원>은 <이지원>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검찰은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가기록물 반출 사건> 수사 당시
    <봉하 이지원>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압수해 국가기록원 창고에 보관해 왔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이 청와대의 <이지원>을 그대로 복사했기 때문에
    삭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대화록 삭제의 경위도 밝혔다.

    대화록이 이지원에 탑재됐으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기 전에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이지원>에 탑재된 대화록을
    어떤 이유에서든 이관 대상인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화록 삭제에 관한 검찰의 판단에 따른다면
    당시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비서실 관계자들의 현행법 위반 사실은 분명해진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대통령 및 그 보좌기관이 생산하는 기록물을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같은 법 제2조 및 7조)

    즉, 대통령이나 그 보좌기관 등이 생산하는 기록물은
    생산과 동시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남북정상화담 대화록>은 명백한 [대통령기록물]로,
    생산과 함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어야 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당선인 및 권한대행 포함)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 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가. 대통령
    나.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다.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7조(생산ㆍ관리원칙)

    ① 대통령과 제2조제1호나목 및 다목의 기관의 장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고의든 과실이든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거나,
    심지어 삭제했다면 [사초 훼손]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대화록 삭제 흔적을 찾아내면서,
    이제 수사의 초점은 당시 청와대 비서진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여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음 주부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 수십여명을 차례로 불러
    대화록 삭제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쟁점 중 하나가
    대화록 실종과 관련돼 그 동안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보인 태도다.

  • ▲ 지난해 10월 14일 민주당 노영민(오른쪽부터) 후보 비서실장과 이인영,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이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모습. 이날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측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0월 14일 민주당 노영민(오른쪽부터) 후보 비서실장과 이인영,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이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모습. 이날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측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참여정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대통령기록물] 전체를 확인한 결과,
    정식 이관된 기록물 중 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관용 외장하드,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인 <팜스>,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
    소스코드 및 데이터 저장매체 <나스>,
    <대통령기록관> 서고에 있는 755만건의 이관 기록물 전체를 확인했다.

    그 결과
    <국가기록원>에 정식으로 이관된 기록물 중에는 대화록이 없다.
    이관된 기록물에서 빠져나간 흔적도 없다.

       - <2007년 남북정상화담 대화록 실종 사건> 잠정수사 결과 중 일부


    검찰의 이런 잠정 수사 결과는
    그 동안 [사초 증발]과 관련 돼,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주장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

    [친노인사]들은 지금까지
    모든 정상회담 관련 기록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고 말해 왔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낸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지난 7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지원> 문서의 이관 과정을 자세히 [증언]하기까지 했다.

    대통령 보고와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당시 제1부속실 기록물 담당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됐으며,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7월 1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참여정부]의 마지막 대변인이었던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같은 주장을 했다.

    참여정부가 무엇을 숨기겠다고 대화록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삭제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 천호선 정의당 대표, 7월23일 YTN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대화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문화일보>의 기사를 오보(誤報)로 단정 짓기까지 했다.

    청와대에 보관 중이던 대화록을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전량 폐기했다는 언론보도는 오보.

    [참여정부] 당시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정상회담과 관련해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었고 모든 기록물은 이관됐다.

       - 2012년 10월 17일, 문재인 의원.
          정상회담 대화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심지어 이른바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대화록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잠정 수사 결과는
    [친노인사]들의 주장과 증언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의 이날 발표가
    755만건에 달하는 기록물 전체를 비롯해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을 샅샅이 뒤진 뒤 내린 결론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사초 증발]과 관련된 [친노인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크게 잃었다.

    대화록 실종에 대해
    [친노인사]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당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처벌 여부 역시 또 다른 쟁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있다.

    검찰의 잠정 수사결과는 상당 부분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 내용과 같다.

    따라서 검찰이
    조명균 전 비서관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청와대 실무진에 대한 처벌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청와대 비서진이
    사실상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화록 삭제에 개입한 관계자들의 위법성이 조각(阻却)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대화록 삭제에 관여한 일부 관계자를
    [국가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유무죄 판단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법 30조 1항 1호)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하거나
    손상 또는 멸실시킨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같은 법 30조 2항 1, 2호)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자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
    2.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손상 또는 멸실시킨 자


    민주당을 비롯한 [친노인사]들이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을 역으로 이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기록물을 열람하기 번거롭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의 편의를 고려해
    대화록을 국정원에 보관토록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을 정면 부인한
    자신들의 과거 발언을 스스로 뒤엎는 결과가 돼,
    쉽게 입장을 번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