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지원 탑재 뒤 삭제된 [대화록 폐기본]은 초본 아닌 최종본” 민주당-친노인사 ‘말바꾸기’, “폐기하지 않았다”→“초본 폐기는 당연”
  • ▲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연합뉴스
    ▲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연합뉴스

    [역린](逆鱗)이란 말이 있다.

    거스를 역(逆), 비늘 린(鱗)을 합친 말로,
    [용의 목에 난 거꾸로 솟은 비늘]을 뜻한다.

    용은 타고난 성정이 유순해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으나,
    그 목에 있는 [역린]을 만지는 자는 반드시 죽인다고 한다.

    [역린]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로 유명한 한비자(韓非子)가 처음 사용한 말로,
    흔히 왕이나 절대 권력자의 분노를 의미하지만,
    감추고 싶은 치부나 치명적인 결함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의 실체를 상당부분 밝혀내면서
    후폭풍이 격렬하다.

    특히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라진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검찰의 잠정 수사결과에 대해
    민주당친노인사들이 보인 반응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사초(史草) 실종]은 없었고,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의도적으로 폐기했을 것이란
    [음모론]을 제기했던
    민주당

    당혹스런 표정이 뚜렷하다.

    검찰이 대화록을 복구했으므로,
    [사초 실종은 없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논리를 앞세워
    여론 관리에 나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궤변]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초 실종]은 없다고 강변했던 친노인사들의 [말바꾸기]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대화록 삭제는 없다던 이들이
    이제 와서 삭제된 문건은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이란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인 민주당친노인사의 반응을 보면,
    검찰이
    그들의 [역린]을 건드렸음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결과 중 무엇이 그들을 부르르 떨게 한 것일까?

    검찰 잠정 수사결과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대화록 삭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중 이뤄졌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 삭제의 흔적을 찾았으며,
    마지막으로,
    <봉하 이지원>에서
    사라진 대화록 원본을 복구해 냈다는 것이다.

  • ▲ 2008년 7월 19일 새벽 국가기록원 직원들이 봉하마을 이지원 사본을 대통령기록관 보관실로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 2008년 7월 19일 새벽 국가기록원 직원들이 봉하마을 이지원 사본을 대통령기록관 보관실로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대화록은 모두 세 건이다.

    <국정원 보관본>,
    <봉하 이지원>에서 찾아낸 <복구본>,
    <청와대 이지원>에 탑재됐다 삭제된 <폐기본>

    그것이다. 

    문제는 이 세 건의 문건에 대한 검찰의 평가다.

    검찰 수사 결과 중
    민주당
    친노인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검찰은
    이들 세 문건 모두가 [원본](최종본)이란 판단을 내렸다.

    이른바 [초본]과 [최종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세 건 모두가 [완결성]을 갖춰
    이런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봉하 이지원 복구본>보다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이
    <2007년 남북상회담> 당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을
    [초본]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친노인사들의 주장을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찾아낸 두 개의 대화록은) 모두 [최종본].
    [초본]이니까 없애도 된다는 개념은 맞지 않다.

    발견된 세 개의 대화록 중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사라진 것(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이 완성본에 더 가깝다.

       -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 검사


    검찰 발표대로라면,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은 초본으로,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친노인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더구나 검찰은
    자신들의 주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이 초본이 아니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확보한 세 건의 대화록에 대한 대조작업을 이미 끝내고,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 삭제에 관여한
    당시 참여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방침을
    내부적으로 굳힌 것으로 보인다.



    조명균 청와대 전 비서관은
    올해 2월 검찰 조사에서
    “대화록을 삭제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했다.

    조명균 전 비서관의 증언을 강력하게 부인하던 친노인사들은
    검찰이 대화록을 찾아냈다는 수사발표를 한지 하루 만에 말을 바꿔,
    [삭제된 대화록은 초본]이란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 ▲ '한자리에 모인 친노' 2011년 5월 12일,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해찬 전 총리, 이재정 전 장관 등이 서울 인사동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전시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한자리에 모인 친노' 2011년 5월 12일,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해찬 전 총리, 이재정 전 장관 등이 서울 인사동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전시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문재인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명균 전 비서관이 [대화록 최종본]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초안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물론 친노인사 누구도
    대화록을 [초본]과 [완성본]으로 나눠,
    [초본]을 삭제헸다는 주장을 한 사실이 없다.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사라진 대화록을 찾아내면서,  
    [말맞추기]에 나선 민주당친노인사들이
    상황을 [급조]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조명균 전 비서관의 증언과 친노인사의 해명을 종합하면,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은 어떤 이유에서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삭제를 지시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의 삭제 시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전이었다는 검찰의 설명 역시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이
    [초본]이 아니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검찰의 자신감은,
    [폐기된 대화록은 초안으로, 삭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무색케 만든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인사들은,
    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삭제한 것일까?

    삭제됐다 복구된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

    <봉하 이지원 복구본>은 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았을까?

    만약 조명균 전 비서관의 증언처럼
    대화록 삭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 맞다면,
    의혹은 더 증폭된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삭제하고,
    <봉하 이지원>에 그 존재를 남겨놨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 핵심 측근들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부적절한 발언 내용을 숨기기 위해
    [대화록 변조]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노무현의 역린]이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참여정부 임기내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삭제]와 <봉하이지원 복구본> 작성,
    [대통령기록물 지정 제외]가 모두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참여정부의 역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역린]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그룹을 거쳐 민주당으로 전이됐다.

    민주당
    그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참여정부의 역린]과 관련된 책임을 피할수 없다.

    이것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말만 믿고
    [대화록 공개]를 결정했을 때부터 예고된 재앙이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는
    <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의 삭제를 누가 지시했는지,
    <폐기본> 삭제 후 <봉하 이지원 복구본>은 누가 다시 만들었는지,
    <복구본>을 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는지,
    그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민주당친노인사들은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적 생명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역린]을 떠안은 민주당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