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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일일드라마(월~금 오후 8:55분) <구암 허준> (연출 김근홍 권성창, 극본 최완규 김정혁) 26일 방송에서는 산음땅 스승님이 진료하시던 약방으로 돌아 와 심의가 되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오로지 병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허준의 숭고한 모습이 그려진다.
권력의 무거운 짐을 벗은 허준(김주혁)의 어깨는 가볍고 자유로워 보인다.
온갖 세상풍파를 겪다가 스승님의 방에 들어 와 스승님의 체취와 심의로서의 그 지엄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는다. 아무 의미도 소망도 없이 건달패로 살다가 스승님을 만나 희망의 빛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의사가 되는 소망의 닻을 달고 심의가 되는 길을 걷게 한 곳으로 돌아오니 온갖 감회가 떠오르며 벅차 오르는 감동을 어쩌지 못했으리!"스승님! 소인 돌아왔습니다!
스승님께서 평생 지켰던 이 자리에서 스승님의 유지를 받들겠습니다!
심의가 되는 길을 게을리지 않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사람은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심의가 되는 것을 마음 깊이 품고 그 길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하더라도 간장에 담겨진 게가 저절로 간장에 스며들듯이 자기도 모르게 세상 물이 들었을 수 있다.
재정에 관심이 없이 오로지 환자 돌보는 일에만 전력을 다 하니 곧 약방은 위험에 처한다.
"수 년째 기근이 들어 초근목피로 간신히 이어가고 굶어 죽는 사람이 천지입니다."
"병자를 들이고 필요한 약을 주거라!"
"쌀 뒤주는 바닥이 났고 약초꾼들에게 세 끼는 고사하고 세경주기도 어렵습니다!"
"병자들이 굶으면 우리도 굶어야 할 것이다!
병자들의 속사정도 못 헤아리면서 무슨 병을 고쳐?"아무리 고결한 뜻을 품었다하더라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고 받들어 도와주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으로도 돈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 자신으로만 사람을 낚을 수 있다.
허준은 오랜 세월 스승님의 가르침 대로 살았고 곁의 사람에게 덕을 베풀었으며 아무 쓸모없는 포도나무 같은 사람들을 품어주었다. 그들은 자연스레 허준과 동화되었고 허준의 사람이 되었다.
한양에서 편하게 계속 편하게 살아도 될 터인데 오근(정은표)과 양태(여호민)는 허준이 산음땅으로 간다하니 두말 않고 따라 내려온다. 그들은 허준의 의중을 아는 손발이 되고 심의로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고귀한 뜻을 이루려면 자신부터 희생해야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의 희생도 같이 따른다. 본인 못지 않게 가족이나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도 따라오기 마련이다.허준은 약방으로 찾아오는 병자들만 도도하게 가만히 앉아서 받지 않고 직접 찾아나선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긴다 하니 내가 직접 나가봐야겠소!"
밖에 나가니 동네마다 우왕좌왕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고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지나가다가 굶어 죽은 아이를 묻으러 가는 부모를 만난다. 그 아이를 진맥해 본다.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통곡소리가 들린다. 방 안으로 들어가보니 어린 계집아이가 이미 죽었다.
사람들은 굶어서 죽었다고 하는데 여러 사람을 진맥해 보니 굶어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굶어서 죽은 게 아니오! 역병인듯 싶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이제나 저제나 발로 뛰어 다녀야 정확하고 빨리 사태를 파악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지름길인 것 같다.
허준과 약방 사람들은 그 지긋지긋한 역병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지금같이 과학이 발달했어도 전염병이 돈다는 뉴스가 나오면 얼마나 두렵던가?[사진출처=MBC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