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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안종현 기자]
총 7박8일.
2만1천871Km를 날았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각국 정상들을 만났다.첫 다자외교 무대.
그리고 첫 국빈방문.취임 후 관례적으로 찾는 미국·중국에 이은 본격적인 외교 무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러시아·베트남 순방길은 의미가 적지 않다.
15년 정치 경력을 통해 국내 [내정 능력]을 입증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외교 실력]을 평가 받는 첫 시험대라는 점이다. -
겉으로 드러나는 이번 순방의 콘셉트는 역시 [경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G20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창조경제]를 외쳤고,
[지구촌 공동체] 의식이란 한국적 접근 방식을 선보였다.선진국 하나가 무너지면
수십 개 개발도상국이 연쇄 도산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촌철살인의 해법도 제시했다.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대한민국이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이 그것이다.자원부국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FTA를 체결해 금융·IT·노동력 등 각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고속도로를 지어
사회 인프라를 갖추는 베트남 발전의 [시공사] 역할을 자처했다.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사실상 첫 비즈니스 외교 무대에서 밝힌 포부 치고는
상당히 원대한 계획이 쏟아진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번 순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로 꾸며진 외교 로드맵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가지 포인트가 내포돼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연이은 사회주의 국가 방문,
우군 늘려야 국제무대 위상 ↑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 그리고 베트남까지
3번 연속 사회주의 국가를 방문한 것은
꽤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러시아는 [G20 정상회의],
베트남은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자원부국이란 명분]이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친미 외교에 가까웠던 우리나라 정상이
취임 첫해 외교무대에서
사회주의 국가를 연이어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그것도 전통적인 외교·무역 동맹국인
일본을 제쳐두고서 강행한 순방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당시
아베 일본 총리를 잠시 만나 인사만 나눴을 뿐,
공식적인 만남은 여전히 가지지 않고 있다. -
-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베트남 쯔엉 떤 상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 뉴데일리
이는 우리에게 호의적인 국가와의 친밀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비호의적인 국가(사회주의)들과 접촉면을 늘려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늘리겠다는 전략이 내포돼 있다.소위 [미국 편 중 하나인 국가]에서
독자적인 우호관계를 지닌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박근혜 대통령이
이 같은 외교 로드맵을 잡은데에는
북한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분석된다.무너지는 북한 체제와 다가오는 통일을 대비해
그동안 북한과 우호적이었던 국가들을
우리 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비판적 시각을 얻어낸데 이어
베트남에서도 기대 이상의 북핵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냈다.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이에 따라 양국은
지난 해 3월 하노이에서 열린 국방전략대화에 이어
올해 11월에는 서울에서 2차 국방전략대회를 갖고 국방교류협력을 늘릴 계획이다.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와 한국의 양국 관계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그러지 못했다.그 이유는 북한의 핵 무장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영향을 줬다.”
“(그래서)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이 문제를 양국이)같이 해결해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길 바란다.”- 박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러시아·베트남 정부에게
[북한보다 우리와 더 가까이 지내자]는 돌직구성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
- ▲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이 같은 전략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북한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간다.전통적인 우군이었던 사회주의 [동지 국가]들이
북한편에서 중립적 입장으로만 선회해도
우리나라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얘기다.“중국도 그렇지만
러시아나 베트남도
아직은 북한과 당대당으로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계속 이들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 분야에서 교류를 늘려가면
우리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도 계속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 관계자
섬세한 외교로 사로잡다
특유의 신뢰 프로세스 인상적
비즈니스 외교로는 [한 실력]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 스킬은 [화려함]이었다.특유의 화려한 언변과 오랜 내공의 [세일즈 스킬]로
각국 정상들의 귀를 사로잡는 전략을 주로 썼다.[우리가 함께 손을 잡으면 얼마 만큼의 이득이 생긴다]는 식이다.
덕분에 G20이나 APEC 등 다자외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늘 인기가 많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스킬은 [섬세함]을 통한 [신뢰] 구축이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건넨 대화에서도
이 섬세함을 찾을 수 있다.“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인 <버락>이
스와힐리어로 [축복]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제 이름 중에 <혜>자도 [축복]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 대단하지 않은 유머를 섞은 친밀감의 표시지만,
무거운 분위기만 이어지는 정상회담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말이다.이 말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소로 화답하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기도 했다. -
-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모습. 바짝 다가선 오바마 대통령의 자세가 인상적이다. ⓒ 뉴데일리
푸틴에게 보여줬던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놓고 때때로 미소를 짓는
정중하고 격식 있는 행동도 해외 정상들에게는 인상적인 부분이다.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어깨동무를 하고 [브라더](brother)라고 서로 호칭하며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또 다른 방식이다.특히 지난 미국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던 장면은
특유의 섬세함과 진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