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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아사드 방송戰…'화학무기 사용 증거' 공방
아사드, CBS 출연 "미국 군사공격땐 역풍 맞을 것" 경고
오바마 ABC·NBC·CNN 등과 인터뷰…"아사드 응징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시리아 군사개입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놓고 격돌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유수방송과의 인터뷰에 응하는 형식으로 국제사회를 겨냥해 상반된 여론전을 전개한 것이다. 특히 군사개입의 근거인 화학무기 사용의 증거 유무를 놓고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오바마 대통령과 "구체적 물증이 없지 않느냐"는 아사드 대통령의 공방이 뚜렷한 대립각을 형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ABC, CBS, NBC, CNN, 폭스, 공영방송 PBS 등 방송사 6곳과 인터뷰를 통해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은 이날 각 채널의 저녁뉴스를 통해 방영되지만 이미 그의 '복심'인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을 통해 충분히 알려진 상태였다.
맥도너 실장은 앞서 CNN, CBS,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모두 출연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이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이해한다"며 "깊이 발을 담그지 않도록 매우 신중해야 하며 공격 목표가 명확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군사 개입을 승인하지 않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공격을 강행할지에 대해서는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고, 공허한 노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아사드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전 방송된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 앵커인 찰리 로즈와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공격과 아무 상관이 없고, 언급된 내용과 영상자료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판단할 충분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미국이 화학무기 사용의 증거가 없음에도 군사공격을 감행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며 역풍이 있을 것"이라며 "만약 시리아가 외국으로부터 공격받으면 동맹국들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것은 시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며 서로 긴밀히 연계된 지역의 문제"라며 "만일 미국이 공격한다면 미국이 기대하지 못하는 다른 형태의 역풍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학무기를 전쟁수단으로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이 화학무기이든, 핵무기이든 어떤 형태의 대량살상무기(WMD)에도 반대한다"며 "2001년 중동지역에서 WMD를 없애자고 유엔에 제안한 적이 있으며 이것은 우리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특히 미국 국민을 향해 "중동에서의 분쟁이나 전쟁에 미국이 결부됐을 때의 경험이 좋지 않았음을 전하고 싶다"며 "미국인들이 의회나 정부와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지 않도록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즉각 아사드 대통령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버나뎃 미한 백악관 대변인은 "수백명의 아이들을 비롯해 수천명의 국민을 학살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전은 이날부터 시작된 미국 의회의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 논의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심의와 표결의 향배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