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임기 앞두고 돌연 사의 표명정치감사·靑 감사위원 임명 논란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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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6일 이임하는 양건 감사원장이 오전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6일 이임하는 양건 감사원장이 오전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식을 끝으로
    1년 7개월여의 임기를 남겨둔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양 감사원장은 이임사에서
    자신의 사퇴는 개인적인 결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결단이다."


    최근 4대강 감사결과를 두고,
    정치감사 논란과 동시에
    감사위원 임명권으로
    청와대와 갈등설이 나오면서
    사퇴 외압설까지 나오던 실정이다.

    다만, 양 원장은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로 독립성-중립성을 꼽으면서
    재임기간 동안 안팎의 외풍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해
    외압설을 부분적으로 시인했다.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무어니해도 직무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이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다.
    재임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 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

     

    정치감사 논란은
    감사원이 올해 7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이 추진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1년 1월에는
    "4대강이 홍수에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감사원의 오락가락 행태는
    여권 내 친이명박계의 반발을 산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감사원의 신뢰는 추락했다. 

    또 청와대와 갈등설도 있다.
    올해 6월 그만둔 김인철 전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장훈 중앙대 교수를 임명하려 하자
    제청권자인 양 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저해한다며 거부했다는 논란이다.

    양 원장은
    이날 이임식을 마친 뒤 감사원을 나서며
    청와대와 갈등설·4대강 논란 등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

      

     

    오늘 감사원을 떠납니다.
    지난 2년 수개월간 함께 수고하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습니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결단입니다.

    그 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감사업무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무어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입니다.

    재임동안 안팍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합니다.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꼐 맡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사사로운 삶의 세계로 가려 합니다.
    여러분,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